이통사 수익 지표 'ARPU' 무의미해졌나

매출 구조 다변화로 ARPU 내려도 수익성 개선

방송/통신입력 :2017/02/03 17:19    수정: 2017/02/03 17:20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의 수익성 지표 역할을 해왔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RPU가 내려가도 수익성이 개선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모두 완료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난해 4분기에 각사의 ARPU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일제히 내렸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ARPU는 3만5천355원으로, 이는 전년동기 대비 2.4% 직전 분기 대비 0.3% 감소한 수치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4분기 ARPU가 각각 3만5천452원과 3만5천657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0.6%와 1.5% 감소했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각각 0.8%와 0.6%가 줄어든 것이다.

2016년 이동통신3사 ARPU 변화폭

■ 수익성 지표 ARPU는 감소, 영업이익은 증가

이처럼 ARPU는 줄어드는데 되레 영업이익이 많아졌다는 게 중요한 대목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껑충 뛰어올랐다.

KT의 경우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1조4천4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11.4% 늘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5년이내 최고 실적이란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총 7천4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8.1%나 뛰어올랐다. 이는 LG유플러스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이다.

SK텔레콤은 실적이 함께 반영되는 자회사 SK플래닛 투자 비용 확대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동통신 서비스(MNO)만 놓고 볼 때는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5천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회사 실적을 제외하고 SK텔레콤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을 보면 1조7천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이다.

■ 저비용 신규 서비스 회선, 평균 매출값 낮췄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기본 LTE 가입자보다 매출이 낮은 세컨드 디바이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가입 회선이 증가하면서 회선당 평균 매출이 떨어졌을 뿐 전체 서비스 매출 총합은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그동안에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매달 내는 통신비가 주된 매출이었다.

최근까지도 3G 통신 가입자를 요금이 훨씬 비싼 LTE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ARPU가 자연스레 성장했고, 또 1인당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라 ARPU가 뛰어오르는 구조로 움직여왔다.

그런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요금을 깎아줘야 하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의 증가로 ARPU 성장이 꺾인데 이어 LTE 상품보다 월 납입 금액이 적은 신규 서비스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ARPU가 줄어드는 추세가 된 것이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가 집계하는 이동전화 용도별 회선 수 가운데 차량관제, 원격관제, 무선관제 등 사물인터넷 회선 수는 2015년말 427만5천여건(MVNO 포함)에서 지난해 말 538만6천여건으로 부쩍 성장했다.

특히 월 이용료가 1만원이 갓 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회선 수는 2015년말 36만3천여건에서 지난해 말 약 87만5천 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통사 한 IR 관계자는 “증권 애널리스트들도 더 이상 투자 의견을 낼 때 지금처럼 산출하는 ARPU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면서 “이통사도 이 때문에 ARPU 성장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석 KT 재무실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더 이상 ARPU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ARPU 대신 전체 매출 성장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선 서비스에 따라 별도 매출을 따지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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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화될 예정이고, 5G 통신도 수년 내 상용화가 예정된 만큼 현재와 같이 가입자당 매출을 따지지 않고 서비스별 매출을 따지자는 것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집계 방식도 상이한 ARPU를 대신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당장 바뀌고 있는 매출 구조와 향후 변화상까지 품을 수 있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