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 암치료 분야서 중대 위기

MD앤더슨암센터, IBM과 왓슨 개발사업 계약 파기

컴퓨팅입력 :2017/03/21 15:24

지난 1월말 미국 대표 암연구기관 중 하나인 MD앤더슨암센터가 인공지능(AI)에 대한 중대 발표를 내놨다. 2013년 IBM과 체결한 왓슨 솔루션 기반 암치료 프로젝트 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대학교 MD앤더슨암센터(MDACC)는 IBM과 진행해온 6천200만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텍사스대학교 감사보고서 바로가기]

MDACC는 지난 2013년 IBM 왓슨 인지커퓨팅 기술을 이용해 폐암 등의 진단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개발에 나섰다.

MDACC는 왓슨 알고리즘에 기반한 ‘온콜로지 엑스퍼트 어드바이저(OEA)’를 개발중이었다. OEA는 암 전문의에게 환자의 질병 진단 결과를 제공하고, 치료법을 조언하는 시스템이다. ODA는 전세계 의학계의 연구결과와 MDACC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해 환자의 증세로 병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방법을 조언하도록 설계됐다.

프로젝트는 린다 친 전 MDACC 게놈의학과 교수가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MDACC는 지난해 8월31일까지 약 6천210만달러를 사용했다. 외부 회사에 OEA 프로젝트의 기획, 관리, 개발 등을 맡긴 부분과 관련된 지출이었다. 절반 이상이 IBM과 개발파트너사에 지급됐다. 기관 내부 자원 활용에 대한 지출은 집계되지 않았다.

MDACC는 이 연구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각국의 암연구기관이 경쟁적으로 AI를 활용하려 나서는 가운데 관련분야 선두주자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단으로 본 것이다.

IBM도 MDACC란 고객사를 확보함으로써 왓슨 솔루션을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인간에게 승리한 컴퓨터란 이미지에 머물렀던 IBM왓슨은 MDACC 사업 이후 급속도로 의학산업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프로젝트 진행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6천210억달러 이상을 썼지만, 진료 현장에 투입할 수준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를 통해 적절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예산을 집행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텍사스대학교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ODA는 현상태에서 과학적 기반의 견해나 시스템의 기능적 역량을 해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MDACC 측은 "프로젝트는 중단됐다"며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사를 찾겠다"고 밝혔다.

■ MDACC의 AI 프로젝트 사업 경과

IBM 왓슨은 2011년 제퍼디에서 우승했다. 린다 친 교수는 왓슨의 자연어 처리와 인지 컴퓨팅 역량으로 암 치료를 개선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한다. 이에 2012년 6월 IBM과 MDACC가 왓슨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 규모는 3천200만달러로 백혁병 가운데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2012년 6월 PWC가 정보화시스템 사업계획을 개발하는 컨설팅회사로 참여했다. OEA의 밑그림을 PWC가 그렸는데 초기엔 2개월 간 99만5천500달러로 계약했으나, 추가로 4개월 간 220만달러를 지출했다. MDACC는 PWC에 OEA 개발 관련 부수적 계약까지 포함해 총 2천12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 사업은 2013년 2월까지 이어졌고, 2014년 12월 폐암 연구로 범위를 넓혔다. PWC는 2015년 1월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확장을 조언했다. MDACC의 빅데이터 프로젝트와 기관 전체의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린다 친 교수는 2015년 4월 텍사스대학교 헬스트랜스포메이션용 시스템연구소를 이끌기 위해 MDACC를 떠났다. 이후 OEA 프로젝트는 조엘 가르시아 MD앤더슨 암제어및예방 플랫폼 총괄디렉터의 관할로 진행된다.

2016년 9월까지 OEA는 목표 미달 수준에 머물렀다. IBM은 작년 9월1일부터 OEA 파일럿 시스템과 OEA 데모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종료했다.

계약서에 의하면, "시스템이 임상시험이나 치료 용도로 준비되지 않으면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백혈병 OEA와 폐암 OEA는 과거 환자의 기록을 사용하고 있고, 현재 운영중인 시스템과 통합돼 있지 않다. 약품 프로토콜과 치료 시험 데이터가 구식이기 때문에 OEA를 실제 치료에 도입하려면 파일럿 프로젝트를 또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 적절한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개발사업

MDACC의 OEA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절차적 하자를 지적받는다. 사업을 처음 제안한 린다 친 교수는 자신의 구상과 계획을 기관기부자들에게 설명했고, 기부자들에게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린다 친 교수가 MDACC 이사회에서 사업계획을 설명할 때 IBM과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MSK)이 이미 유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린다 친 교수는 "만약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으면 MSK에 이은 2인자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로날드 데피노 MDACC 회장은 결정을 회피하며 회의실을 나갔고, 이사회가 사업을 승인했다고 한다.

린다 친 교수는 OEA 프로젝트가 기부금 기반의 연구이고, 기부금 기반 연구는 IT 관리 하에서 실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텍사스대학교의 IT 개발 관련 규칙들은 사업자금 원천에 상관없이 모든 IT시스템이 이사회 내 IT시스템실행팀(ISET)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린다 친 교수의 OEA 프로젝트는 ISET에 제출되지 않았고, 승인도 당연히 받지 않았다.

또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달계약과 지출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지 않았고,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지적된다. 일부 계약은 OEA 프로젝트를 넘어선 것이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MDACC의 IBM 왓슨 활용 프로젝트 중단은 미국 의학계의 AI 채택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AI의 암치료 활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AI 솔루션 제공업체나 컨설팅회사의 주장, 그리고 언론사의 기사를 철저히 검증한 뒤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DACC는 지난해 2억6천7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1천명 이상의 연구직원을 해고했다. 로날드 데피노 회장은 OEA 프로젝트에 책임을 추궁당하던 중 사임했다.

어쨋든 MDACC 외에 IBM 왓슨 온콜로지 도입을 결정했던 여타 의료기관들에서 계약파기 같은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한국의 길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등도 IBM 왓슨을 도입한 상태로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MDACC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AI 도입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 밝혔다. 구글이든, 마이크로소프트 든 AI 시장의 또다른 사업자를 통해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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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가 MDACC 내부 문제로 인한 사례일 수도 있다. IBM 왓슨이 암치료 영역에서 힘을 잃을 것이라 단정하긴 이르다. AI 무용론까지 진단하는 것도 섣불러 보인다.

IBM은 여전히 MSK와 진행중인 왓슨 온콜로지 관련 프로젝트의 성공적 진행을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