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1등 삼성, 남은 숙제는 '브랜드'

코카콜라 출신 슝커 전무 "제품보다 지향가치 더 중요"

홈&모바일입력 :2017/03/28 13:11    수정: 2017/03/28 13:12

정현정 기자

[뉴욕(미국)=정현정 기자]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삼성 스마트폰은 1등 내지는 2등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남은 숙제는 어떻게 더 소비자들에게 견고하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느냐 입니다."

갤럭시S8 공개를 이틀 앞두고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삼성전자 마케팅센터 '삼성 837'에서 만난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의 새로운 마케팅 철학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사장은 “경쟁사의 경우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철학들이 소비자들에게 잘 공유됐지만 삼성하면 품질과 기술의 회사, 큰 전자회사라는 이미지만 있을 뿐 브랜드의 정체성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많은 내부 조사를 거쳐 이상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은 전문가들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 해결사로 나선 것이 피오 슝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통합마케팅캠페인(IMC) 담당 전무다. 피오 슝커 전무는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코카콜라에서 CF와 온라인 채널 등 모든 광고 플랫폼에 걸쳐 성공적인 마케팅을 이끌어낸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무선사업부에 마케팅팀에서 글로벌 마케팅 담당으로 합류해 전 세계 70여개국에 통용되는 광고 전략 등 주요 마케팅 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의 마케팅 기조가 본격적으로 달라진 것도 슝커 전무가 합류하고 난 뒤인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갤럭시S7'을 공개하면서 '이것이 휴대폰이다(This is a Phone)'라는 주제로 1988년 출시된 SH-100을 시작으로 현재의 기어VR까지 모바일 제품의 역사를 담은 ‘언패킹 삼성(Unpacking Samsung)' 동영상을 공개하며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피오 슝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글로벌통합마케팅캠페인(IMC) 담당 전무 (사진=삼성전자)

이영희 부사장은 “브랜드 전략에 대한 준비를 한 것은 3~4년이 됐고 실제 이를 실현해서 구체적인 결실로 만든 것은 피오 슝커 전무가 합류하면서 부터”라면서 “브랜드 철학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2년 전부터 그것이 하나둘 표현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브랜드 성장 위해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돼야"

슝커 전무는 삼성에 합류한 이후 "삼성 브랜드를 세계 모든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모든 지역에서 이해 가능한 감성적이고 시각적인 언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세계 1위 회사이지만 브랜드 가치에서는 경쟁사인 2위 애플에 한참 밀린다. 미국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도 글로벌 기업 브랜드 가치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7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애플이었다. 애플보다 세계적으로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슝커 전무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돼야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돼야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게 위해서는 정보가 아니라 감정을 팔아야하는 시대에 와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슝커 전무는 특히 두 가지를 강조했다. 회사가 지향하는 철학을 내부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또 제품 자체보다 지향하는 가치와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삼성 뿐만 아니라 모든 혁신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전략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면서 "의미있는 진전을 실천하려면 장애물이 뭔지 정의하고 이로 인한 불가능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뉴욕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미트패킹 지구에 마케팅 센터 '삼성 837'을 만든 것도 이 즈음이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삼성 837'은 단순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니라 삼성이 보유한 기술과 그 기술이 주는 혁신의 이점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공간으로 오픈 이후 45만명의 뉴요커가 다녀갈 만큼 뉴욕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영상과 전략 제품 론칭에서도 달라진 점은 바로 '스토리텔링'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마케팅에서 더 이상 기술이나 스펙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비자의 일상생활에서 제품이 가지는 맥락이 중심이 되는 광고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 사태는 브랜드 전략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기존 진행하던 브랜드 마케팅과 함께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타격을 입은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재건하는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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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부사장은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신뢰도도 많이 떨어졌고 브랜드가 위기가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듣는다"면서 "하지만 이미 3년 전부터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다시 세우고 삼성의 DNA를 전 세계 모든 갤럭시 소비자들에게 알릴지 체계적인 고민을 하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드림'이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을 진행해온 갤럭시S8을 통해 정체돼있던 꿈이 다시 실현되는 모멘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출시를 앞두고 티저 광고를 진행하면서 기존 스마트폰의 틀을 깬다는 의미의 '언박스 유어 폰(Unbox Your Phone)'을 대(對) 소비자 메시지로 잡았다. 29일 예정된 언팩 행사 이후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