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보랏빛 마법에 심쿵 'SM6 아메시스트 블랙'

색상 변주 '야누스적' 매력...터보차저의 강력한 퍼포먼스

카테크입력 :2017/04/05 09:14    수정: 2017/04/06 12:45

정기수 기자

(경기 파주=정기수기자)르노삼성자동차의 재도약을 이끈 중형세단 'SM6'가 다시 한 번 진화했다.

강점으로 꼽히는 내외관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옵션 사양을 기본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여기에 블랙에 보랏빛 광택을 입힌 '아메시스트 블랙' 컬러를 추가했다. 이 색상은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쌍둥이 모델인 탈리스만의 '이니셜파리'에도 적용된 르노 그룹의 프리미엄 모델을 대표하는 상징 컬러다.

SM6는 지난해 국내 출시 이후 올해 3월까지 꼬박 13개월간 중형세단 자가용 등록대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6만9천418대로 7만대 돌파를 눈 앞에 뒀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고급화는 무리라던 SM6를 성공시킨 르노삼성의 길은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와 필요를 채우는 새로운 기준이 됐다"면서 "올해는 그 성장세의 기세를 몰아 내수시장에서 르노삼성 만의 놀이터를 더욱 넓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SM6 아메시스트 블랙. 태양 아래서 펄이 감도는 퍼플의 느낌을 준다(사진=지디넷코리아)

2017년형 SM6의 시승은 경기 일산 엠블호텔에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까지 편도 약 4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1.6 TCe RE 풀옵션 차량이었다. 여기에 최상위 트림인 RE에만 한정 적용되는 아메시스트 블랙 컬러를 입었다. 아메시스트 블랙은 귀족을 상징하는 보석으로 일컬어진 자수정의 짙은 보라빛을 모티브로 삼아 다양한 시각적 느낌을 연출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출근할 때는 신비로운 퍼플, 퇴근할 때는 중후한 블랙으로 운전자를 맞는 마법같은 컬러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6 아메시스트 블랙. 차량에 그림자가 드리우자 블랙 컬러 느낌을 자아낸다(사진=지디넷코리아)

실제 이날 만난 SM6 아메시스트 블랙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변주가 일어났다. 엠블호텔 지하 주차장 먼 발치에서 처음 만난 바디 라인은 묵직한 블랙의 느낌이었지만, 다가설수록 조명이 반사되는 부분에 깊은 보랏빛이 맴돌며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실외에서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시승 당일 날씨가 좋아 햇빛을 한껏 머금은 SM6 아메시스트 블랙은 펄이 감도는 퍼플의 외관을 과시하다가도, 빛의 강도와 보는 각도에 따라 퍼플에서 블랙까지 눈에 들어오는 색감이 폭넓게 변화한다. 딱히 한 가지 색상으로 특정해서 판단하기 힘들 정도다. 일상과 일탈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날 시승 구간에서도 SM6 아메시스트 블랙은 신기한 듯 쳐다보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SM6가 지난해 출시 당시 차급을 넘는 상품성으로 국내 중형세단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면, 이번에는 아메시스트 블랙으로 무채색 위주의 중형세단 일색인 국내 도로에 다양성에 대한 화두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SM6 아메시스트 블랙(사진=지디넷코리아)

그릴 중앙에 자리잡은 수평 모양의 태풍의 눈 로고와 알파벳 'C'자 형상의 LED 주간주행등(DRL)의 조합이 주는 강렬함은 새삼 반갑다. 2017년형 SM6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엔트리 트림부터 기본 적용된다.

낮고 넓은 차체가 주는 균형미도 여전하다. 타사의 경쟁 차종보다 높이는 낮고 좌우 폭은 넓다. SM6의 전고는 1천460㎜지만 전장은 4천850㎜, 전폭은 1천870㎜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 말리부와 비교해 전고는 낮고 전장은 짧지만 전폭은 넓다. 한 체급 위의 그랜저(1천865㎜)와 임팔라(1천855mm)보다도 넓고 K7과는 같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천810㎜로 쏘나타(2천805mm)보다 길고 말리부(2천830mm)보다는 짧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 나파가죽 시트의 착좌감이 기분좋게 몸을 감싼다. 시승차인 RE 트림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블랙 퀼팅·통풍 시트는 물론 헤드레스트도 적용됐다. 2017년형 SM6 SE 이상 전 트림에는 전자식 룸미러가 기본 사양으로 장착되며, LE 트림에는 열선 스티어링 휠, 하이패스 시스템, 매직 트렁크 등 편의사양이 개선됐다.

가죽 소재를 적용한 대시보드는 스티칭을 적용해 고급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더했고, 7인치 풀컬러 TFT LCD를 머금은 계기판은 총 5가지로 색상이 바뀌며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태블릿 PC처럼 큼지막하게 세로 형태로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8.7인치 풀터치 디스플레이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에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S-링크 시스템을 적용해 전화, 문자, 음악 등 여러 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S-링크에 내장된 T맵 내비게이션은 높은 시인성은 물론 반응 속도도 빠르다.

다만 대시보드 위쪽에 유리 반사판을 올려 정보를 비추는 방식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아직도 낯설다.

SM6 아메시스트 블랙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시동 버튼을 누르고 가속 페달을 밟자 묵직한 가솔린 엔진음이 들려오더니 시나브로 사라지며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시내를 빠져나와 자유로에 접어들에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시속 100km까지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계기판이 붉게 물들며 고속 주행을 채근하는 느낌이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26.5㎏·m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는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이 탑재된 이 차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7초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 1.6 터보보다 최고출력은 10마력 높고 최대토크는 0.5㎏·m 낮다. 말리부 1.5터보와 비교하면 출력은 24마력, 토크는 1.0㎏·m 높다.

여기에 맞물린 독일 게트락사의 7단 습식 DCT(듀얼클러치변속기)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급가속 시에도 자동변속기에 버금가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했다. 재빨리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 옮겨가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컴포트 모드로 설정을 바꾼 뒤 코너링 성능을 테스트 했다. SM6에는 운전자별 프로파일 설정이 가능한 '멀티 센스' 시스템이 장착돼 컴포트, 스포츠, 에코, 뉴트럴 등 네 가지 기본 모드는 물론 운전자 설정이 가능한 퍼스널 모드까지 지원한다. 각 모드마다 액티브 댐핑 컨트롤(ADC), 스티어링 답력(무게감),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응답성은 물론 엔진 사운드와 실내 조명, S-링크 디스플레이, 시트 형태 및 마사지 기능, 공조장치까지 맞춤별로 변환된다.

고속의 곡선 구간에서도 스티어링휠의 조향 성능은 감탄을 자아낸다. 운전자가 의도한 회전량을 정확히 받아들이며 날카롭게 코스를 탄다. SM6에는 고가의 조향장치인 '랙 구동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이 전 차종에 기본 적용됐다. 부드럽고 민첩한 조향 감각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반응도 빠르다.

아메시스트 블랙 색상의 SM6 1.6 TCe RE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실내 정숙도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과 노면 마찰음 등 주행 소음 느끼기 힘들 정도다. SM6에는 차음윈드실드 글라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귀도 즐겁다. 이 차에는 보스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국산 중형세단 중 가장 많은 13개의 스피커가 장착됐으며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을 위해 무손실 음원(FLAC)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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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인치 타이어를 신은 2017년형 SM6 1.6 TCe RE 의 복합연비는 12.3㎞/ℓ다. 이날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11.5㎞/ℓ였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치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 1.6 터보 모델의 복합 연비는 18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으로 12.3㎞/ℓ다. 말리부 1.5 모델은 19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12.5㎞/ℓ다.

2017년형 SM6의 가격은 2천360만~3천260만원이다. 기존보다 10만~65만원 올랐다. 이날 시승한 1.6 TCe RE 트림이 가장 비싼 모델이다. 경쟁 차종 쏘나타 뉴라이즈는 2천255만~3천253만원, 말리부는 2천388만~3천338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2017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SM6 아메시스트 블랙(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