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물산 합병 李승계 때문” vs 삼성 “경영상 판단”

5차 공판서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조서 공개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0 17:37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문제가 관여됐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이 설전을 벌였다.

특검은 두 계열사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략적 조처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일 뿐 이 부회장 문제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5차 공판에서 특검은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 조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지는 과정서 김 전 사장과 삼성물산 측 주식 330만주를 보유 중이던 일성신약의 윤석근 대표 이사가 대화한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관여됐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설전이 오갔다.(사진=지디넷코리아)

조서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사장은 윤 대표에게 “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시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합병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윤 대표에게 “(합병이 불발될 시) 합병 재추진은 창피해서 못한다”면서 “이번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능력 시험”이라 말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김 전 사장은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등이 저를 찾아와 계열사 합병의 대해 설명했고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합병 절차가) 추진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두 계열사 합병 시 순환출자고리 4개가 끊어지는 등의 부수적 효과가 있을 것이고 주주들에게 이런 합병 시너지를 설명하면 찬성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두 계열사의 합병에 삼성이 그룹 차원으로 개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엘리엇의 방해로 합병이 무산될 시, 이는 물산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라고 특검에 설명했다.

이는 이날 따로 공개된 김완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의 진술조서에서도 맥락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전무는 검찰 조사과정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자율적으로 추진되던 당시 엘리엇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일이 어렵게 됐다”고 말하며 “이에 합병 대상 계열사들이 그룹에 요청했고, 이후 미전실에서 IR(기업설명회) 방안 및 홍보 등을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특검 측에 따르면 윤 대표는 검찰 조사당시 김 전 사장으로부터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경영권 승계 문제가 시급한데, 만약 이 부회장이 상속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하게 되면 전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며 “또한 이번 합병은 이 부회장에게 경영평가로 아주 중요한 것이고, 이를 통해 삼성물산은 그룹 내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윤 대표의 진술 내용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모시는 회장의 건강을 볼모로 삼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권유한 적은 없다”며 합병 문제가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연관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만 순환출자 금지 조항 때문에 타 계열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덧붙여 진술했다.

또한 특검은 김 전 사장에게 “윤 대표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사장이 합병을 전제로 (일성신약에) 개별적인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질문했고, 이에 김 전 사장은 “저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특검은 “삼성그룹이 하루빨리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승계 받을 수 있도록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주도한 것은 삼성그룹의 전략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고 배후엔 이 부회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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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보직의 합병 건은 두 계열사의 경영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합병이 추진된 배경에 대해선 김 전 사장의 진술서를 근거로 두 계열사가 그룹에 따로 지원을 요청해 IR 활동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