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ICA에 도시바 매각 중재 요청…본입찰 연기 가능성↑

"양 측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노력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5/15 10:07    수정: 2017/05/15 10:07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매각을 둘러싸고, 20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과 도시바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WD가 국제 중재 기관에 매각 금지 중재를 요청하면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본입찰 마감기한이 늦어질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D은 14일(현지시간) 도시바에 의한 일방적인 사업 매각이 양사간 합작 계약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사업 분사에 의한 지분 이전의 철회 및 판매 금지를 명할 수 있도록 국제상공회의소(ICC)산하의 분쟁 처리 기관인 국제중재법원(ICA)에 중재를 요청했다.

WD의 스티브밀리건 최고경영자(CEO)는 "양 측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노력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며 "지금은 법적 수단에 호소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필요한 조치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WD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현재 이 업체는 ▲도시바가 자사의 동의 없이 반도체 사업사를 매각하려고 시도하는 것 ▲반도체 사업의 지분을 신설 사업체인 '도시바메모리'로 이전한 점 등에 대해 합작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이 14일(현지시간) 도시바에 의한 일방적인 사업 매각에 대해 양사간 합작 계약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사업 분사에 의한 지분 이전의 철회 및 판매 금지를 명할 수 있도록 국제상업회의소(ICA)산하의 분쟁 처리 기관인 국제중재법원(ICC)에 중재를 요청했다.(사진=도시바)

■ 반도체 '17년 지기'…사업 분사 결정하면서 갈등 커져

지난 2000년 도시바와 협력 관계를 맺은 WD은 현재까지 도시바에 거액의 설비 투자를 진행하며 메모리 개발 및 생산 과정서 적극 협력해왔다. 양사는 모바일, PC 등 전자제품의 데이터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한 도시바의 일본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인 욧카이치 공장 공동 운영권도 갖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가 지난달 1일 반도체 사업의 매각을 위해 반도체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면서 양 측의 갈등은 시작됐다. 신설 반도체 회사의 시설 중에 WD과 합작한 욧카이치 공장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WD 측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WD은 지난달 도시바 측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거부권 행사 권리를 합작관계인 우리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도시바에 보내며 항의했다. 그러나 도시바는 이에 대해 매각방해 행위라고 규정하고, WD 측이 매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 15일까지 매각방해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답이 없으면 욧카이치 공장에서 WD 측 기술자를 쫓아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WD의 스티브밀리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 일본을 방문해 경제산업성 간부를 만나 매각 교섭에 대해 의견을 서로 교환하고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등과도 협의했지만 끝내 대립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WD과 도시바의 중재 절차는 오는 19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중재 판정이 나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사진=웨스턴디지털)

■ 지배권 변경 조항 놓고 해석 달라…ICA, 19일부터 중재 절차 진행

양사는 합작 계약의 지배권 변경(Change of Control) 조항에 대한 해석을 놓고 대립 중이다. 이 계약에 따르면 양 측은 합작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업의 지분을 타인에게 매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조항이 이번 사업 매각에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양사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ICA의 '중재 판정'은 사실상 최종 판결에 대응하는 결론이다. 추후 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없다. 만약 ICA가 도시바에 입찰 정지 명령을 내리면,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매각 계획은 진행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WD과 도시바의 중재 절차는 오는 19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중재 판정이 나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로 예정된 도시바 반도체 사업 본입찰 절차가 늦춰질 것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은 도시바메모리의 주력공장을 공동 운영해온 WD이 우선협상권을 주장함에 따라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의 본입찰 마감 기한을 다음달 이후로 미룰 것을 검토 중이라고 1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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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도시바가 이같은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협력관계인 WD과의 협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 유력 후보는 5곳으로 좁혀진 상태다. SK하이닉스와 대만의 폭스콘, 미국의 브로드컴과 웨스턴디지털(WD) 등 4곳을 비롯해 최근 가세한 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