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곁에 ICT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균성 칼럼] 글로벌 트렌드 이해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7/08/22 14:38    수정: 2018/11/16 11:31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할 일이 워낙 많아 ICT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잠시 밀린 것이라고 이해했다. 조금 기다리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이 바뀌었다. ICT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이런 문제의식은 더 커졌다. ICT는 누가 뭐래도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응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그 자체로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면서, 전통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반드시 수용해야만 하는 게 ICT다. ICT를 등한시 하고 산업과 기업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한 마디로 ICT가 국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경제·외교라인 인사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다. 무엇보다 토건경제에 집중하느라 ICT를 홀대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을 줄 알았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위기를 초고속인터넷에 기반한 지식경제로 돌파한 김대중 정부의 계보를 잇기에 ICT 업계의 기대가 그만큼 컸다. 당초 총리급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이런 기대감을 부풀리는 계기가 됐다.

기대가 점차 실망으로 바뀐 데는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다. 인사 문제가 그중 으뜸이다. 청와대, 그러니까 대통령 지근거리에 ICT 전문가가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문외한인 대통령이 전문가 조력 없이 어떻게 ICT를 고민할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상 약화는 그로 인한 당연한 결론이다. 통신 포털 게임 O2O 등 ICT 주요 산업에 대한 압박과 규제 강화 움직임도 그 일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과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건 타당하다. 국정 농단과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정권인 만큼 그걸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론도 아직까지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을 한 셈이다. 문제는 정책이다. 정책에는 전문가의 조언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업계가 문재인 정부의 ICT 정책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4차 산업혁명위 위상 격하는 그 일면이다. ICT 업계가 바라는 건 혁신과 관련된 부처별 산업별 이해관계의 충돌을 거중조정할 힘을 가진 조직이다. 과기정통부 만으로는 부족하다. 전통산업을 대변하고 더 힘이 센 다른 부처의 기득권이 ICT를 통한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ICT 전문가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혁신을 위한 제도와 규제 개선의 길도 그만큼 멀어지지 않겠는가.

대통령 주변에는 ICT를 통한 산업과 경제의 혁신을 고민하는 사람보다 되레 통신 포털 게임 O2O 등 ICT 산업을 적폐(積幣) 취급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산업과 경제 전문가보다 시민단체 출신의 정치가들이 ICT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힘이 얼마나 막강하던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 관료도 할 말을 못하고 기가 팍 죽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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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조언하는 부류가 일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또한 기술을 이야기하되 현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과학 분야 학자로 편중된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대학의 과학기술 연구능력을 제고하는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당장 산업 현장을 혁신해야 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그건 제조 금융 의료 유통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고민해줬으면 한다.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대책과 깊이 연관돼 있으면서 그것 못지않게 복합적인 과제다. 미래를 위해 적폐청산과 일자리 정책 못지않게 엄중한 사안이다. 산업과 경제 체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ICT의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만의 큰 그림을 그려 강력히 추진할 전문가를 지근거리에 두고 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