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 도입 성패, 9월 국회에 달렸다

"단통법 12조 1~2항 개정이 고시에 앞서야"

방송/통신입력 :2017/08/28 16:25    수정: 2017/08/29 09:00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도가 국회의 입법 작업 미비로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리공시제도는 지원금을 이통사 몫과 제조사 몫으로 나누어 공시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말기 출고가를 처음부터 낮추도록 하자는 게 취지다.

그럴려면 반드시 손 대야할 법 조항이 있다. 그런데 국회가 이 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유통시장에서 뜻하지 않는 왜곡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에는 현재 이 내용이 포함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개정안 6건이 발의돼 있다. 그중 단말기 유통법의 '자료제출 단서 조항'과 '3년 일몰로 시행된 자료제출 기간 조항'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분리공시와 충돌하는 법 조항부터 개정해야

우선 자료제출 단서 조항인 단통법 12조 1항은 삭제되거나 수정돼야 한다.

현재 이 조항은 제조사가 정부에 제출하는 자료에 이통사 별로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구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제조사의 마케팅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분리공시는 제조사 장려금이 각 이통사 뿐 아니라 모든 단말기에 적용돼야 한다.

따라서 만약에 이를 수정하지 않은 채 법령 하위 고시로 분리공시 내용을 담게 된다면 고시와 법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게 통신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월말로 일몰되는 12조 2항을 연장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조항은 제조사의 자급제 단말기 출고가와 유통점 장려금 자료 제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조항이 연장되지 않고 고시 형태로 분리공시만 도입되면 제조사는 공시 지원금 외에 유통점 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에 제조사의 재원이 공시 지원금보다 유통망 리베이트로 더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뜻하지 않게 혼탁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고시에 앞서 관련 법 조항의 개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 유효기간 끝난 조항 다시 되살린다?

특히 12조 2항의 유통점 장려금 규모 자료 제출 조항은 일몰이 한달만 남아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조항은 법의 부칙에 따라 9월 말까지만 유효하다. 즉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일몰 조항을 삭제하거나 자료제출 기간을 연장하지 못할 경우 10월부터 이 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 9월 국회를 넘겨 12월 국회로 넘어가게 되면 국가 예산 논의에 여야가 집중하기 때문에 단말기 유통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결국 분리공시 도입을 위해 효력이 상실된 법 조항을 수개월 후에 다시 되살리는 법안 수정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제조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가 깜깜이인 상황에서 시장 혼탁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게 되고 소비자 차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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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통위가 분리공시 도입을 내년 상반기로 잡고 있는 것도 국회에서 이같은 개정 논의에 상당 시간을 지체할 것으로 본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할 때 상임위 내에서 통신시장만 다루는 특별 소위원회 구성 논의도 나왔지만 현재 유야무야한 상황이고, 이는 19대 국회에서부터 반복됐던 모습”이라면서 “정부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만 빠져있더라도 국회는 건설적인 시장과 소비자를 위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