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본인확인 강화-의심거래 신고해야

인터넷입력 :2017/09/04 11:05

손경호 기자

국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사고 파는 거래소들과 이를 취급하는 은행들에 대한 이용자 본인확인 의무, 의심거래 보고 행위에 대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빗썸 해킹 사건에 더해 가상화폐거래소를 사칭한 사기 거래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개최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에서는 이용자 본인확인을 강화하고, 가상통화 취급업자(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부과 등을 핵심으로 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통화를 악용한 불법거래, 가상통화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다단계 등 사기범죄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현재 가상통화는 화폐/통화 혹은 금융상품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가상통화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금융거래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본인확인 강화된다

이에 따라 합동 TF는 먼저 이용자 본인확인을 강화한다.

이전까지 가상화폐거래소는 은행이 발급한 가상계좌를 활용해 이용자들로부터 이체를 받아 가상화폐를 구매하고, 이를 다른 이용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해왔다.

합동TF는 "가상통화 취급업자는 은행 등 기존 금융사에 요구되는 수준으로 이용자 본인확인 절차를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가상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 자금추적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이용자 정보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이름, 이용자 은행계좌, 취급업자가 부여한 가상계좌번호 등을 확인하고, 이용자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되도록 관리해야한다.

주요 가상화폐거래소들 중 코인원은 이메일 인증, 휴대폰 실명 인증, 휴대폰 ARS 인증과 입금자명을 활용한 계좌인증을 거쳐야한다.

코빗도 유사하게 본인명의 은행계좌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 가상화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상계좌가 부여된다.

주요 거래소들은 모두 본인 실명 계좌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는 만큼 합동 TF가 마련한 이용자 본인확인 강화 방안은 이 같은 절차가 없는 거래소들이 은행 계좌를 활용하려 하는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거래, 자금세탁방지법까지 지켜야

지난 7월 18일부터 은행 외 핀테크 기업들도 소액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게 됐으나 기존 은행 수준의 엄격한 자금세탁방지법(AML), 테러자금조달방지(CFT) 등 국제법을 준수해야한다는 의무가 부과됐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의 경우 가상화폐를 활용해 스위프트망과 같은 은행 간 망을 거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송금업무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만큼 다른 핀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에 매일 거래 내역을 보고, 정산 내역을 기록, 보관하는 한편 AML 등 국제법에 준하는 규제를 준수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동TF는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자 이용자의 입출금 거래 중 자금세탁행위와 관련 여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한편 거래소가 은행과 협의해 의심스러운 거래 유형을 은행에 안내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입급받은 자금을 여러 곳에 분산출금하거나 다수에게 송금하는 경우, 거래소에서 사용되는 가상계좌에 거액의 현금이 자주 입금되는 경우 등에 대해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이를 통해 해당 가상계좌가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등으로 악용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금융위는 해외송금에 더해 가상화폐를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에도 의심거래보고 의무를 담은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AML 수준의 규제를 도입한다는 생각이다.

■가상화폐 관련 사기거래, 처벌 규정 강화된다

원금을 보장하겠다거나 투자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사칭한 유사수신행위에 대해서도 처벌근거가 보다 명확해 진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상 원금 또는 원금초과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투자금을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했으나 여기에 가상통화거래 혹은 가상통화를 가장한 거래에 대한 내역도 포함될 예정이다.

위법행위에 대해 현행 5년 이하 5천만원 이하 형사처벌에서 개정안은 10년 이하 5억원 이하까지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지분을 확보하는 일명 ICO(Initial Coin Offering)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경찰과 금감원 등은 일명 '가상통화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올해 말까지 가상통화를 사칭한 다단계, 유사수신 등 사기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다.

빗썸 해킹 사건과 같이 또 다른 거래소에 대한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조사결과에 따라 손해배상이 이뤄지게 되며 정보통신망법 상 기술적, 관리적 보호조치, 개인정보유출시 신고의무를 다했는지 등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 비트코인-이더리움은 '가상통화'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암호화 기술과 분산네트워크 등을 조합해 디지털화폐로 유통됐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암호화 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디지털통화 등 다양한 단어로 규정됐었다.

합동TF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로 보고 필요한 규제를 적용할 생각이다.

TF 설명에 따르면 화폐의 경우 교환의 매개, 가치척도, 가치저장 등 3가지 기능을 가지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지급의 제한, 높은 변동성, 불확실한 가치 등으로 화폐로서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합동 TF는 "가상통화는 블록체인에 기반해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현 시점에서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렵다"며 "그 가치 역시 정부나 금융기관 등이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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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있지만 정부나 금융기관이 법정 화폐나 통화로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새롭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어떤 것인 만큼 화폐나 통화 등으로 구분하기가 여전히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