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T&T가 알아서 찾아온 韓 DB SW 기술

[강소기업이 미래다④]엑셈, 오라클도 극찬

컴퓨팅입력 :2017/09/14 09:04    수정: 2019/01/10 14:03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많은 한국의 IT솔루션 회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외진출을 선언했던 여러 한국 소프트웨어 중 글로벌 시장서 뚜렷한 성공을 거둔 기업은 드물다.

또, 많은 한국의 IT회사들이 변신을 시도한다. 회사를 성장시킨 핵심 역량 대신 전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거나, 기존 역량을 새로운 사업 영역에 투입하는 방식을 쓴다. 그러나 변신에 성공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난 사례도 우리나라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진출과 변신. 이 두 가지 목표를 향해 여타 회사와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기업이 있다. 미국의 대기업이 먼저 연락해 제품을 쓰겠다고 하고, 인수 대신 기업 연합을 구성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곳이다.

시스템성능관리 기업 엑셈(EXEM)이 그 주인공.

④데이터 아티스트 그룹을 꿈꾸는 엑셈

엑셈은 지난해 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6월26일 교보위드스팩을 인수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매출 증가율을 보면 2014년 92%, 2015년 128%, 2016년 133%일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다. 2014년까지 1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2015년 적자를 기록했는데 교보위드스팩과 합병과정에 영업외순손실 발생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곧바로 흑자로 전환했다.

엑셈 2016년 사업 실적(단위: 백만원)

■ 핵심 기술과 제품: 궁극의 시스템 성능관리 SW

엑셈의 대표작은 데이터베이스성능관리(DBPM) 소프트웨어 국내 부동의 1위 ‘맥스게이지’다. 엔드투엔드(E2E)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 SW인 ‘인터맥스’도 적지 않은 고객을 보유했다.

맥스게이지는 장애관리 및 성능관리를 수행하는 시스템 관리자 또는 DB 및 애플리케이션 관리자에게 실시간 감시, 진단 및 조치, 사후분석, 성능튜닝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툴이다. DB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능 정보들을 최소한의 부하만으로 빠짐없이 수집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실시간 감시 기능을 통해서 많은 서버 중에서 어느 서버, 어느 DB에서, 장애 발생이나 성능저하 현상이 나타나는지 신속하게 파악, 조치하게 해준다.

실시간과 동일한 형태로 성능 정보를 로깅해 사후에도 정밀하고 다양한 각도의 분석과 보고가 가능하고, 튜닝 전문툴인 라이트플러스를 통해서 손쉽고 빠르게 성능 최적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맥스게이지 3D 대시보드

엑셈 인터맥스는 최초 사용자 요청부터 DB까지, 웹서비스 전 구간의 성능을 구간별 응답시간 데이터를 통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웹부터 DB 또는 외부 요청까지 전 구간에 걸친 거래추적 기능을 제공하며, 개별 트랜잭션 분석에 필요한 콜트리와 SQL 실행 정보, JVM 상태 정보 및 시스템 운영 정보까지 함께 제공한다. 사용자 PC에 에이전트 설치 없이 최종 사용자 응답시간을 추출하는 에이전트리스가 눈에 띈다. 최소한의 부하로 다양한 예측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급분석 및 시각화 기법도 제공한다.

엑셈은 얼마전 클라우다인을 완전 흡수합병하면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소스 빅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인 플라밍고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엑셈은 한국전력 빅데이터 사업을 수주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 관련 빅데이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터맥스 웹 모니터링 화면

엑셈 맥스게이지는 국내 금융권에서 90% 시장점유율을 기록중이다. 엑셈 맥스게이지를 쓰지 않는 곳을 찾아야할 정도로 사실상 석권 수준이다. 최근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도 수주했다.

글로벌하게 29개국 450개 고객사를 보유했다. 글로벌하게 이베이, AT&T, 토요타 등이 고객사다. AT&T는 엑셈의 미국 진출 전부터 고객사였는데, 어떤 영업활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AT&T가 먼저 사용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엑셈은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SaaS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맥스게이지와 인터맥스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서비스화했다.

DB 및 애플리케이션 성능진단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년간 컨설팅 경험을 보유한 컨설턴트 집단이 실시간 성능 모니터링 및 튜닝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한다. 고질적 이슈에 대한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안정적 서비스를 위한 병목구간 파악 및 개선방안 도출, 튜닝을 통한 서비스 응답시간 감소로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 미래 비전: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

엑셈은 2015년 코스닥 상장 후 데이터베이스 보안,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지금 엑셈이 표방하는 회사의 성격은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클라우드 환경하에서 빅데이터 및 메모리 최적화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으며, 이와 연계해 데이터 품질 및 접근 관리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됐다.

엑셈 빅데이터 플랫폼 청사진

이 회사는 클라우다인, 신시웨이, 선재소프트 및 아임클라우드 등 빅데이터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빅데이터 PaaS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IT 시스템 성능관리 사업을 유지하면서 클라우드 SaaS 서비스를 추가하는 한편, 투자 기업들과의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순수 국내 기술력과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PaaS를 구축하며 빅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엑셈은 산업부의 스마트팩토리 연구과제사업을 수주해 수행중이다. 생산성 최적화 및 끊김없는 설비운영을 위한 인공지능기반 제조상황 진단/예측 시스템 개발이 과제다. 3년에 걸쳐 연구개발비 48억원을 지원받는 프로젝트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복잡 상황에 대응하는 제조 진단 및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산업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엑셈은 빅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놨다. 실시간부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연동을 지원하고, 통계 및 분석을 지원하며, 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 클라우드 등에 대응하는 플랫폼이다.

■ 기업문화: 엔지니어가 책 쓰는 회사

엑셈의 기업전략은 지식 경영이다. 엑셈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기술연구를 진행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 축적한 지식은 전문서적 저술 작업과 세미나 강연을 통해 고객 및 외부 커뮤니티와 공유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지식 콘텐츠는 다시 기술 연구와 사업 기회로 이어진다.

이 회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에게 기술 서적의 저술을 맡겨 출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DB시스템 튜닝 관련 현장의 노하우를 담은 전문기술도서를 계속 출판해왔다. 최근에 DB 코어 아키텍처 서적을 출판하며, 시스템 핵심 기술까지 다루는 수준으로 진화했고, 자바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서적도 출간했다.

주로 오라클DB와 관련된 저작물로, 저자들은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고민, 해결방안 등을 담아 밀도있게 집필한다. 이렇게 쓰인 책은 오라클 아카데미에서 보조교재로 쓰일 정도로 완성도를 인정받는다. 엑셈은 책을 고객사에 나눠주고, 정기적으로 회사 내외에서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엑셈에서 출간한 DB 코어 아키텍처 관련 서적

엑셈 엔지니어는 고객사 프로젝트에서 활약한 후 그 경험을 지식화한다. 회사는 사람의 경험을 활자화된 지식으로 쌓고, 해당 엔지니어는 회사의 기술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서 명성을 얻어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엑셈은 '데이터 아티스트 그룹'이라 스스로를 설명한다.

엑셈 엔지니어는 5년 이상 컨설팅, 기술지원 등으로 지식과 경력을 쌓는다. 그런 엔지니어가 책을 쓰고 싶다고 하면, 회사는 이를 아낌없이 지원한다. 저자는 출판된 책을 활용해 내외부 활동을 할 수 있고, 회사도 그 책을 현장과 교육프로그램에 투입한다. 저자는 명성을 얻고, 회사는 저자의 실력을 인정해주면서 회사의 응집력이 점점 더 커진다. 우수한 인재가 회사로 모이고, 제품과 사업역량의 수준도 더욱 발전한다. 이게 엑셈에 수립된 현재의 프로세스다.

조종암 엑셈 대표는 이같은 회사의 정책을 지식 콘텐츠 생산으로 설명한다. 직원의 지적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사람을 키우고, 성장을 통해 일 속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가적 경지에 이를 정도로 엔지니어를 자극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엑셈은 직원 채용을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하다. 입사자는 수습 3개월 차에 반드시 과제 수행 결과를 전직원 앞에서 발표하게 돼 있다. 이 절차를 통과해야 입사 확정이다.

■ 조종암 대표의 경영철학: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2001년 1월 엑셈을 창업한 조종암 대표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84학번이다. 그는 학부 재학중 통계 수업에서 IBM 3090을 접하고 IT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 포항제철 정보시스템부 개발자로 입사했고, 포항공대 정보통신 대학원에도 진학해 실력을 쌓았다. 이후 한국오라클로 이직해 데이터베이스(DB) 성능관리 솔루션을 담당했다. 한국오라클 퇴사 후 컨설팅 회사 입사를 위해 실험 삼아 만든 DB 성능 관리 솔루션을 기반 삼아 아예 엑셈을 창업했다. 이때 만든 솔루션이 오늘날 맥스게이지의 모태다.

조종암 대표는 “엑셈의 성공모델은 콘텐츠를 생산해, 엔지니어를 성장시키고, 고객 접점을 증가시켜, 기술회사로서 고객에게 좋은 인상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암 엑셈 대표

그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자신의 경영철학 기반으로 삼았다. 현장의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디테일을 조절하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을 세워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전략과 전술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서 과정 속의 기회를 포착하려 최선을 다해간다고 그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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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의 경험과 기억은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철저하게 믿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들은 원대한 계획에서 나온 게 아니라 상대주의적, 확률적 관점을 유지한 것들로 적응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형을 만들면서 우리가 생각한 것이 옳은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것이 과정에서 숨겨진 많은 기회를 발굴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며, 열정이 모든 것을 만드는 힘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