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교사-공무원 임용시험 필수과목으로 해야"

서정연 서강대 교수..."초등 3년부터 7년간 주1시간씩 가르쳐야"

컴퓨팅입력 :2017/10/24 13:35

“소프트웨어(SW)도 어렸을때부터 접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중등학교 3학년까지 7년간 일주일에 1시간은 소프트웨어(SW)를 가르쳐야 합니다. 또 선생님과 공무원 임용시험에 SW를 필수과목으로 넣어야 합니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SW교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제점과 대책을 쏟아냈다. 그만큼 SW에 열정이 많다. 그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SW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변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에 이어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초중등 SW교육을 강화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정도로는 택도 없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제일 중요한 건 SW교육 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겸 SW중심대학협의회장.

서 교수는 대학을 SW중심으로 바꾸는 과학기술정통부 사업(SW중심대학)의 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SW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SW중심대학 사업은 무엇인지 서 교수에게 들어봤다.

서정연 교수는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1981년)했다. 이후 삼성전자 HP사업부에서 시스템엔지니어로 1년 정도 근무하다 1983년 도미,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에서 전산학 석, 박사를 받았다. 박사 학위 취득 후 유니SQL(UniSQL)이라는 미국 회사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귀국, KAIST 전산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5년부터 서강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6,25이래 처음이라고?...아직도 SW교육 시간 턱없이 부족”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정보’ 과목이 필수가 된다. 중학교에 이어 내후년부터는 초등학교에도 실과 안에 SW 기초교육이 의무화된다.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SW가 있다. 125년 전통 세계적 제조기업 GE는 오래 전에 “우리는 SW기업”이라고 선언했다. SW를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게 4차산업혁명 아닌가.

이제 영어와 수학처럼 SW를 학생들에게 기본으로 가르쳐야 한다.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SW를 알아야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교육부가 마련한 초중등 SW 교육 강화 방안은 너무 약하다.

해외사례를 참고하고, 교육학자들과 이야기 한 결과,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등학교 3학년까지 7년간 일주일에 한시간은 SW를 가르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게 됐다. 교육부는 중등학교 정보 과목 필수와 초등학교 실과에 SW기초 교육이 들어간 걸 두고 “6.25이래 없던 일”이라고 한다. 새로운 과목이 정식 교과 과정에 들어간 게 6.25이래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정도 가지고 이러니 답답하다. SW를 어렸을 때 최소 7년은 배워야한다. 그래야 데이터 와 SW 개념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부터 SW를 배운 아이들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와야 한다.

=우리나라 컴퓨터공학과 학생들 실력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SW를 어릴때부터 안가르치는데 어떻게 우수한 SW 인력이 나오겠나. 수능 잘 봤다고 컴퓨터 공학과에 오는데, 컴퓨터공학과는 수능 잘 봤다고 오는 곳이 아니다. 우선 적성에 맞아야 한다. 어릴때부터 SW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SW가 너무 재미있고, 또 내가 잘해, 그러니 내가 할거야, 이런 학생들이 컴퓨터 공학과에 와야 한다.

지금은 대학교 1학년때 SW를 처음으로 배운다. 대학교 1학년이 어떤 시기인가. 공부보다 노는 걸 좋아한다. 다른 과목은 놀면서도 따라 갈 수 있다. 하지만 SW는 그렇지 않다. 평생 처음배우는 건데 놀면서 따라갈 수 있겠나. 컴퓨터공학과 1학년때 좌절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이유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SW의 중요성을 강연하고 있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사명감 갖고 추진해야

= SW교육을 어떤 식으로 강화해야 하나

▲교과과정이 5년마다 개편된다. 2015년에 이어 다음번 개편은 2020년에 시행된다. 이때 SW교육 확대 방안이 들어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등학교 3학년까지 7년간 일주일에 한시간씩은 SW를 가르쳐야 한다.

정부가 이걸 사명감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그렇게 했다. 수상하고 교육상이 전격적으로 밀어 부쳤다. 2014년 영국 BBC 기사 타이틀이 뭐였는지 아나.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커리큘럼을 바꾼다’였다.

우리 정부도 이래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선생님들과 사범대쪽 반대가 심하다. SW 교육을 확대하면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저항이 만만치 않다. 교육부도 선생님들 편이다.

=내년에 중학교 SW교육 시간이 늘어나지만 가르칠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 부족과 함께 교육부 인식도 문제가 있다. 수학 선생님한테 컴퓨터를 조금 가르치면 아이들한테 컴퓨터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다 똑똑하다. 다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SW는 그렇지 않다.

컴퓨터를 전공한 교수들도 빠르게 변하는 컴퓨터 기술 때문에 힘들어 한다. 과학 좀 안다고, 2주간 교육 받고 컴퓨터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선생님 임용 교사에 SW를 필수과목으로 넣어야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선도하는 직업이다. SW를 모르고 어떻게 융합 교육을 할 수 있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SW없는 정책을 생각할 수 없다. 공무원 시험에서 역사와 국어를 보듯 SW도 봐야 한다. SW가 당락을 결정하자는 건 아니다. 그냥 패스프리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정도로 시험을 보자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혁명이 뭔가. 세상이 바뀌는 거다. 산업혁명은 항상 교육 개혁이 뒤따랐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제일 중요한 건 SW교육 개혁이다.

■SW중심대학 사업이 대학을 많이 바꿔놔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SW중심대학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대학교육을 SW중심으로 혁신하자는 것이다. 2015년에 처음으로 8개 대학이 뽑혔다. 이후 2016년 6개 대학, 2017년 6개 대학 등 현재 20개 대학이 선정됐다. 사회는 융합, SW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 온 학생들은 정식으로 SW를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다. 이런 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1학년 모두가 SW를 의무적으로 한 학기에 3학점을 배워야 한다. 추가로 3학점을 더 들을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2개 과목을 신청한다. 융합 복수 전공하겠다고 신청한 학생도 300명이나 된다. 철학과를 전공한 학생이 SW 융합 교육을 받고 삼성전자에 취업하기도 했다. SW는 대학이 가야할 방향이다.이 때문에 각 대학 총장들도 적극 지원한다.

=요즘 뜨고 있는 자연어 처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사실 인공지능(AI) 분야가 있는 줄도 모르고 유학을 갔다. 시스템과 운영체제(OS), 아키텍처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에 갔더니 생소한 분야가 많았다.

내춰럴 랭귀지(자연어) 프로세스도 그 중 하나였다. 오스틴 대학이 이게 강했다. 좋은 교수도 많았다. 첫 지도교수 전공이 컴퓨터를 여러대 사용해 분산 처리 및 병렬 처리하는 거였다. 지도교수가 병렬로 하는 응용분야를 찾아보라면서 AI 공부를 권했다. 그래서 AI 과목을 많이 들었다.

자연어 처리도 이 중 하나였다. 자연어 처리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병렬화해 여러대 컴퓨터로 동시에 돌릴 수 있는 알고리즘을 연구, 이걸 시뮬레이션해 평가하는 것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성적이 우수해 박사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박사 1년차에 그 지도교수가 창업한다며 학교를 떠났다. 졸지에 지도교수가 없게 됐다. 서둘러 새 지도교수를 찾았다. 고성능컴퓨터와 자연어 처리 쪽으로 알아봤는데 자연어 처리 하는 분이 오라고 했다.

박사 논문 주제는 문맥을 파악해 문장을 이해하는, 전문용어로 디스코스라고 한다. 디스코스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대화 인터페이스를 오래 연구한 사람 중 하나다. 관련한 국책과제도 내가 제일 많이 했다.

■군 제대후 KIST서 처음으로 프로그래밍 배워

=프로그래밍은 언제 배웠나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하기 전에 처음 배웠다. 제대후 복학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다. 친구가 키스트(KIST)에 가면 프로그래밍을 공짜로 가르쳐준다고 했다. 갔더니 지원자가 꽤 많았다. 적성검사랑 시험을 본 후 들어갔다. 여기서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성기수 박사가 만든 SW조직 이었다. 여기서 SW 인력이 부족하니 가르쳐서 연구원으로 채용했다. 나한테도 채용 제의가 왔지만 복학때문에 거절했다.

당시 키스트에서 파격적인 SW 교육을 받았다. 터미널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돌렸다. 모든 대학이 프로그래밍시 카드펀치를 사용하던 때다. 대학에서는 카드펀치를 하루에 한,두번 밖에 돌리지 못했는데 키스트에서는 수시로 디버깅이 가능해다. 마음껏 디버깅을 하니 SW를 굉장히 빨리 배웠다.

키스트에서 배운 두달 실력이면 대학 컴퓨터 과목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SW교육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교육해도 효과가 있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석,박사는 전산학으로 받았는데...

▲부전공이 컴퓨터였다. 유학갈 때 통계와 컴퓨터 중 고민하다 컴퓨터를 택했다. 형님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컴퓨터를 권했다. 심지어 통계하신 분도 컴퓨터를 하라고 했다.

=컴퓨터가 대중화하기 전에 유학을 갔다. 공부하기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83년에 텍사스 오스틴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갈때는 이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 몰랐다. 학비가 싸다고 해서 갔다. 가서 보니 굉장히 좋은 대학이더라.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 대학 랭킹이 미국 톱10에 들었다.

교수진도 좋았다. 당시 한국 학생이 8명 들어갔다. 이중 4명이 순탄히 텍사스대에서 박사까지 받았다. 나머지 4명은 텍사스대를 떠났지만 다 잘 됐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걸 보고 깨달은 게 있다. 퍼시스턴트(persistent),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거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잘 견디고, 목표한대로 나가면 이루어진다. 이게 지성보다 더 중요하다. 학생들한테 늘 퍼시스턴트를 강조한다.

미국 대학에 가니 한국과 달리 컴퓨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다. 퍼스널컴퓨터(PC)도 이때 처음 접했다. 집에 PC를 놓고 모뎀을 이용해 학교 컴퓨터와 연결하는 걸 처음 봤다.

=자연어 처리 분야 권위자다. 이 분야 우리나라 경쟁력은 어떤가

▲지금은 정보와 지식의 유통이 굉장히 빠르다. 구글이 뭐 하는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빨리 쫒아가는 수준이다. 결코 앞설 수 없다. 이 분야도 미국이 1위고 중국이 2위다. 이어 유럽과 일본, 이 뒤를 우리가 뒤쫒고 있다.

우리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자연어 처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뽑고 싶어 안달이지만 사람이 없다. 미국은 SW분야에서 지난 60년간 계속해 세계 1위다. 이 순위가 뒤집힌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중국도 SW는 미국을 추월하기 어렵다. SW는 개인의 창의성이 중요한데 중국은 군사 문화다.

=민간기업에서 2년간 대표로도 일했는데....

▲2000년 3월부터 2002년 2월까지다. 다이퀘스트라는 기업의 대표를 2년간 맡았다. 닷컴 붐과 버블이 있을때다. 그때 정부가 교수의 실험실 창업을 허용했다. 원래 교수는 다른 직업을 못 갖는다.

IBM 왓슨처럼 질문에 답을 찾아주는 기술을 개발,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기술이 우수하니까 마켓(시장)이 굉장할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그때 창업은 마켓 사이즈라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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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술이 너무 앞서 갔다. 처음에는 우리 기술을 사겠다는 곳이 있었지만 버블이 꺼지니 시장이 가격 이슈로 바뀌었다. 우리가 생각한 마켓 사이즈가 확 줄었다. 대안으로 대용량 검색에 주력했다.

GS홈 쇼핑이 우리 첫 고객이였다. 우리거 써보고 깜짝 놀라더라. 우리나라 홈쇼핑은 거의 모두 다이퀘스트 솔루션을 사용했다. 지난 7월 NHN엔터테인먼트가 다이퀘스트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