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다시하는 삼성, 배상금 얼마나 줄일까

"디자인 특허는 일부" 공감…대폭 경감 기대

홈&모바일입력 :2017/10/24 11:21    수정: 2017/10/24 12: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과연 삼성전자는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 중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 산정 관련 재판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22일(현지시간) “2012년 재판 당시 배심원 지침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새로운 재판을 명령한 덕분이다.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애플 디자인 특허 세 건이 핵심 쟁점인 이번 소송은 첫 제소 때부터 6년, 1심 평결이 나온 이래 5년째 공방 중이다.

애플 삼성간 특허침해소송이 열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 "2012년 재판 하자있었다" 판결 받아낸 것도 성과

삼성전자는 항소심에서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의미하는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 건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또 연방대법원 상고심에선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배상액 산정 기준이 되는 제조물품성(article of manufacture)에 대해선 하급법원에서 논의하라”고 되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이 열렸던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에선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애플 디자인 특허가 전체 아이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산정하는 어려운 작업을 떠안게 됐다.

둥근 모서리 특허권을 규정한 애플 677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루시 고 판사가 “재판을 다시 하자”고 명령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삼성은 “2012년 1심 때 삼성이 배심원 지침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애플 주장을 무력화한 데 이어 새로운 재판까지 이끌어내면서 적지 않은 승리를 거뒀다.

특히 새로운 재판을 열게 된 자체만 해도 삼성에겐 상당한 수확이다. 애플 주장대로 기존 재판을 토대로 파기환송심을 했을 경우 삼성 입장에선 ‘쓸데 없는 공방’에 힘을 쏟아야 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2년 소송 당시 배심원들이 삼성에 부과한 배상금 내역표.

하지만 중요한 건 ‘진짜 승부’다. 삼성 입장에선 애플 디자인 특허의 비중을 최대한 낮춰서 산정함으로써 배상금 액수도 대폭 경감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삼성의 명분, 애플 홈그라운드 이점 넘어설까

그렇다면 새 재판에선 어떤 변수가 있을까?

이와 관련해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새롭게 시작될 재판에서 삼성과 애플의 유리한 점들을 진단했다.

일단 애플은 ‘홈그라운드’란 가장 큰 이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배심원들이 삼성보다는 애플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많다. 이 부분은 2012년 재판 때도 제기됐던 이슈다.

반면 삼성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제품 전체 이익을 토해내도록 하는 게 말도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상금을 줄이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루시 고 판사

삼성이 가진 또 다른 이점은 ‘입증책임’이다. 루시 고 판사는 제조물품의 범위와 관련 배상금 규모에 대해선 애플이 입증 책임을 진다고 선언했다. 이 부분 역시 삼성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디자인보다 기술 쪽에 강점이 있는 삼성 입장에선 디자인 특허의 위세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미국 IT 전문 매체 아스테크니카는 “애플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디자인 특허는 전체 지적재산권 시스템에서 뜨겁게 논의되지 않은 주제였다”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디자인 특허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내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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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디자인이 곧 제품의 전부였던 시대에 만들어진 디자인 특허 관련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 역시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새 재판은 해를 넘겨 내년에 시작될 가능성이 많다. 루시 고 판사는 오는 25일 향후 일정과 새 재판 날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