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네이버 갑질' 지적하면서 갑질

자한당, 이해진 면박…구글·페북은 터치만

인터넷입력 :2017/10/31 11:48    수정: 2017/10/31 13:53

지난 30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확인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네이버의 독과점과 뉴스 권력 남용 등에 대해 집중 포화를 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몇몇 의원들이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을 강하게 몰아 붙였다. ‘갑질’을 비판하기 위한 ‘갑질’이란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반면 국내에서 동영상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제대로 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비판이 제기되지 않았다.

■과방위 확감, 이해진 전 의장 면박 주기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지난 30일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을 비롯해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 인터넷 업계 거물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럼에도 과방위원들의 주 질의는 이해진 전 의장에게 집중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비례대표는 이해진 전 의장을 향해 “네이버가 국민을 기만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당사자”라는 거친 표현을 퍼부으며 면박을 줬다.

거대 포털 기업이 갑질을 하고, 편향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한 네이버를 대상으로 청문회까지 열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같은 당 강효상 비례대표는 이해진 전 의장이 실무에 대해 잘 모르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을 기만한다”며 “이해진 전 의장이 거짓말과 면피로 일관한다. 국감을 모면하려는 술책”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증인이 죄 지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다. 죄인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본인이 실제로 모르는 걸 모른다고 다그치면 되냐. 한국 기업을 해외 시장에 뻗어 나게 한 사람을 매도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격분된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 이해진 전 의장, 뉴스 재배열 사과…독과점 지적엔 반론

와이즈앱이 조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시간 점유율. 1위가 구글의 유튜브다.

이날 이해진 전 의장은 최근 드러난 스포츠 뉴스 재배열 논란에 대해 사과한 뒤, 서비스 총 책임자인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중심으로 뉴스 공정성 문제를 해결 중이라고 답했다.

또 ‘뉴미디어 편집위원회’를 출범하고 부당편집 당사자를 가중 처벌할 조항을 신설하자는 한 과방위원 제안에 “자세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사 자동 편집 알고리즘 외부 공개, 검증 방안에도 동의 입장을 보였다.

검색과 뉴스의 공정성과 관련한 질타에는 많은 부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다만 이해진 전 의장은 독과점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과방위원들은 70%가 넘는 국내 검색 점유율, 50% 이상의 뉴스 점유율 등을 근거로 네이버의 광고 및 뉴스 콘텐츠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가 소상공인들에게 갑질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쏟아졌다.

과방위 확인 감사에 증인들이 위증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선서하고 있다.

그러자 이해진 전 의장은 글로벌 경쟁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차원의 발언을 과감히 쏟아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경쟁하는 네이버를 국내 점유율로만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이 전 의장은 “검색 광고는 미국에서 맨 처음 나왔고, 전세계 모든 검색 포털이 다 한다”면서 “한 달 검색 광고비로 10만원 이하를 쓰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검색광고”라고 설명했다.

또 “구글은 전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갖고 있다. 싸이월드는 페이스북한테 이용자를 뺏기고, 다음이 카카오에 인수되는 시대에 네이버가 70%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만 보면 안 된다”며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놓고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구글이 전세계 검색 시장을, 또 페이스북이 SNS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만큼, 이에 맞서 사업하는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 상황을 함께 살펴봐 달라는 뜻이었다.

■스쳐 간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논란

존리 구글코리아,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등도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국회의 날선 질문과 비판은 대체적으로 피해갔다.

과방위원들의 질문과 비판이 이해진 전 의장에 집중되는 사이 다국적 기업에 대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짧게 스쳐 갔다.

국민의당 측에서 애플코리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증인들에게 매출 관련 질의를 했지만, 세 회사 모두 “본사만 안다”로 답변을 피해갔다.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뜻은 이에 합당한 세금을 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경진 의원은 “거대한 국제 IT기업들이 각각 국가에서 법적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버가 국내로 들어와야 한다”며 “중국의 사이버안전법(중국인 개인정보 영토 내 위치)과 비슷한 법을 도입하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기업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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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재부, 국세청 등 과세당국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나 몇 년째 되풀이 된 조세회피 논란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차지하는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과 뉴스 공정성에 대한 지적만 집중되고,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를 빼앗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도 “본사만 안다”며 모르쇠로 일관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질타는 겉만 훑고 지나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