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풀러스-서울시, '출퇴근 선택제' 갈등

"탄력 근로환경 고려해야" vs "택시나 다름없어"

인터넷입력 :2017/11/08 18:36    수정: 2017/11/09 13:05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두고 카풀 앱 풀러스와 서울시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풀러스는 최근 운전자가 하루 4시간씩 출퇴근 시간으로 설정한 뒤 일주일 중 닷새를 서비스 이용 시간으로 설정하도록 한 '출퇴근시간 선택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동안 모든 운전자들은 정해진 출근시간(오전 5시~ 오전 11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오전 2시)에만 카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출퇴근시간 선택제'는 사실상 이런 규제를 우회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하지만 풀러스가 이 서비스를 선보이자마자 서울시는 불법이라며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시행할 경우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유상운송 행위에 해당돼 불법이란 논리다.

승객이 어느 시간에나 카풀을 이용할 수 있게 돼 택시 면허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도 서울시가 꼽는 문제점 중 하나다.

반면 풀러스 측은 카풀 서비스 및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근로자 중 3분의 1이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풀러스를 이용해 적발된 운전자는 지금껏 극소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풀러스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 "카풀, 도로 혼잡 해결 위해 봐준 것"vs"현행법 문제 없어"

서울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출퇴근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면 카풀 서비스의 법적 허용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는 출퇴근 시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가용을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 알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월 국토부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풀러스 측에 전달했고, 7월에는 서울시와 면담도 했다"며 "현행법 취지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해서 풀러스 측도 이에 따라 서비스 도입을 유보했는데, 이번에 시간선택제 도입을 강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카풀 앱 업체들이 자사 수익을 위해 제대로 규제하지 않다 보니 규제 당국에서 이를 모니터링해 이용자에 처벌을 내리면 이용자들이 무엇이 위법이냐고 되묻는 상황"이라며 "카풀 앱들은 제3자로서 뒷짐지고 위법성으로 인한 피해는 이용자들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풀러스 입장은 다르다. 운수사업법이 출퇴근 시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따로 없어 위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운전자가 시간을 선택하는 것일 뿐 '출퇴근 이용'이라는 허용선을 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시간선택제 도입 이유로 밝혔던 바와 같이 현재 한국 근로자 중 유연근무제가 도입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비중이 전체 1/3에 달하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편 비정상적인 이용 행태를 보이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운전 경로를 파악해서 자율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 목적 악용...택시 영업권 침해"vs"악용 사례 10건 미만"

풀러스의 출퇴근 시간선택제 도입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부분은 카풀 서비스 시간이 24시간으로 확대되면서 택시 사업자의 영업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측은 운전자의 카풀 시간이 제한될지라도 이용자는 언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택시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로교통 수요 관리 목적에서 카풀 앱 서비스가 도입됐는데, 이를 고려하면 운전자들도 서비스 대가로 휘발유 값 정도 받아야 한다"며 "택시 등 운송사업자와 영역이 겹치지 않게 한정된 조건에서 서비스를 허용해준건데 카풀 앱들은 느슨한 출퇴근 시간을 적용하고, 수익 창출원으로 카풀 앱을 악용하는 운전자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업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카풀의 취지를 고려해본다면 승객에게 하루당 출근 때 1번, 퇴근 때 1번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게 맞다"며 "승객에게는 아무 제한 없이 24시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사실상 택시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풀러스 측은 수익 창출 목적으로 풀러스를 이용해 문제가 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반박했다.

풀러스 관계자는 "지금껏 출퇴근 시 카풀이 아닌 수익 창출 목적으로 적발 조치된 운전자는 10건 미만으로 퍼센트를 따지는 것도 무의미할 정도"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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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식으로 면허 발급 절차를 거치는 택시 사업자와 달리, 운전자의 재직 증명서도 받지 않는 등 운전자에 대한 검증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불법 유상운송 사업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규제 당국의 주장에는 "재직 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도 상당히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혁신창업기업 고발은 철회돼야 마땅하다"며 "혁신성장 사업에 대한 경직된 행정처리에서 벗어나, 전체 소비자이익 측면 에서 무엇이 더 이익인지, 미래의 국가경제를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더 큰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