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응급현장 골든아워 20분 줄인다

비트퓨리 발레리 바빌로프 CEO 방한...국내 본격 진출

인터넷입력 :2017/11/16 17:06

손경호 기자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결합해 응급처지가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골든아워를 20분이나 줄일 수 있다면?

비트코인 생태계가 채굴자, 핵심 개발자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 의견 차로 인해 분열되고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락하며 투자 수단 이외에 가치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과 각 분야별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조합해 의료는 물론 정부 서비스 등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실행해 옮기는 기업이 주목된다.

발레리 바빌로프 비트퓨리 그룹 창업자 겸 CEO.

스타트업 정보공유사이트인 크런치베이스 기준 올해만 1억달러 매출을 올리고 현재까지 9천만달러 펀딩을 유치한 블록체인 전문기업 비트퓨리 그룹이 주인공이다.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발레리 바빌로프 비트퓨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시민들에게 정보서비스를 향상시켜주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그 다음으로 헬스케어, 유통망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이 기업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필요한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공급해왔다. 비트코인 채굴기업들에게 필요한 주문형 반도체(ASIC), 전용 서버, 데이터센터에서부터 보안성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여전히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이 기업은 현재 모두에게 공개된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비트코인이 가장 보안성이 높다는 장점을 활용하면서 2년 간 자체 개발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인 '엑소넘(Exonum)'을 결합한 서비스를 정부, 헬스케어, 유통망 등 서비스에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자정부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UN,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과 협업해 조지아 공화국에 블록체인 기반 토지 등기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 블록체인에 전자의무기록 올려 골든아워 20분 단축시킨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 중 하나는 의료영역이다.

바빌로프 CEO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분산장부에 전자의무기록을 올리고 이를 조회해 볼 수 있는 개인키를 사용자 본인만 갖고 있도록 한다면 응급사고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아워를 1시간에서 40분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 말하는 골든아워는 응급사고를 당한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을 말한다. 응급차가 도착하고, 환자가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해 조치를 취하며 안정화시키기까지 대략 1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사전에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이 프라이빗 블록체인 상분산장부에 기록돼 있고, 환자의 지문과 같은 생체정보를 개인키로 사용한다면 응급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환자의 지문을 인식해 담당 의사가 제한된 시간동안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사전에 어떤 질병이 있는지, 건강상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가 필요한 순간인 골든아워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퓨리는 사용자의 의무기록을 분석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의료 인공지능(AI) 전문회사인 미국 인실리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통해 신원을 제외한 사용자들의 건강기록을 두 회사가 관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올린 뒤 분석해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고, 맞춤형 건강가이드를 주는 방안도 모색하는 중이다.

이밖에도 바빌로프 CEO는 매년 수십만달러 비용이 소모되는 기업 회계감사도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모든 재무관련 기록을 올리게 되면 감사팀이 한달에 한번씩 30분만 확인해도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매년 감사에 드는 비용을 3천달러~6천달러 수준으로 줄이고, 1년이 걸릴 것을 6시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 "한국 사람과 기술에 강해…수개월 내 지사 설립 본격 비즈니스할 것"

비트퓨리는 수개월 내에 한국이 지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다.

바빌로프 CEO는 "한국이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데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사람과 기술 때문이라고 본다"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선도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진출 배경을 말했다.

일반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는 자체적인 암호화폐를 사용한다. 그러나 비트퓨리는 비트코인도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작업증명(PoW)를 통해 분산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을 관리하는 비트코인은 보안 관점에서 가장 안전한 수단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니라 다른 블록체인을 위한 보안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구성한 일종의 내부망과 전용 소프트웨어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에 대한 해킹, 위변조 가능성이 비트코인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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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프 CEO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상 분산장부를 10분마다 스냅샷으로 찍어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등 방법으로 보안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보안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정부, 의료 등 공공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비트퓨리의 가까운 미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