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만든 망중립성, 2년만에 폐기되나

FCC, 12월 표결…"차별금지-차단금지 무력화" 유력

방송/통신입력 :2017/11/20 15:1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15년 전격 도입된 망중립성 원칙이 2년 만에 다시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이끌고 있는 아짓 파이 위원장이 오는 12월 망중립성 무력화 방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FCC는 오는 12월14일 전체 회의를 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날 표결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에게 ‘커먼 캐리어’ 의무를 부과한 오바마 행정부 시절 규정을 원위치 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통신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무력화할 것이란 건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대표적인 망중립성 반대론자인 아짓 파이를 FCC 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5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가운데가 아짓 파이 위원장이다. (사진=FCC)

아짓 파이는 예상대로 지난 5월 ‘인터넷 자유 복원(Restroing Interent Freedom)’이란 제안서를 공개하면서 ‘망중립성 죽이기’에 본격 착수했다.

‘인터넷 자유복원’은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분류됐던 유무선 ISP들을 다시 타이틀1으로 원위치 시키는 것이 골자다. 유선전화 사업자가 포함된 타이틀2는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반면 정보서비스사업자인 타이틀1으로 분류될 경우 이런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미 FCC는 지난 5월 예비 투표에선 ‘인터넷 자유 복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후 FCC는 규칙 제정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 5월 인터넷자유복원 문건 공개…의견수렴 뒤 표결

FCC는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크게 ▲질의공고(NOI) ▲규칙제정공고(NPRM) ▲보고서 및 명령(R&O) 등 세 가지 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

NOI는 새로운 규칙 제정을 앞두고 이슈를 제기하고 의견을 구하는 단계다. 이 단계가 끝나게 되면 새롭게 규칙을 고지하는 NPRM을 하게 된다. FCC가 지난 5월 전체 회의 때 결의한 것이 바로 NPRM이다.

FCC가 “이러이러한 망중립성 규칙을 제정하려고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제안하는 형식이다.

NPRM을 제안한 뒤에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FCC가 지난 몇 개월 동안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것도 이런 규정 때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FCC에 접수된 것 중 98.5% 가량은 현재 망중립성 원칙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FCC는 이렇게 수집된 의견과 자료를 최종적으로 정리한 뒤 최종 규제 방안을 내놓게 된다. 그것이 R&O다.

■ "망관리 관행 고지 제외한 나머지 무효" 유력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이번 주중 R&O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런 다음 오는 12월14일FCC 전체 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관심의 초점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아짓 파이 위원장이 어떤 R&O를 내놓을 것이냐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블룸버그는 흥미로운 보도를 내놨다. 아짓 파이가 ISP들에게 부과된 의무 중 고객들에게 망관리 관행을 공지하도록 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규정를 무력화하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외신들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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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경우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등 망중립성의 핵심 원칙들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현재 FCC는 위원장을 포함한 공화당 위원이 3명이며 민주당 쪽은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화당 쪽 위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짓 파이의 ‘망중립성 죽이기’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