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 내 일반차 주차 금지법, 빨리 통과돼야

[기자수첩] 장거리 전기차 시대 대비 위한 필수 과정

기자수첩입력 :2017/11/24 14:09

23일 개막한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 개막식 현장에서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잠깐 인사를 나눴다. 그는 지난 9월 일반 내연기관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를 금지하는 법안(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바 있다.

그에게 이 법안이 올해 내 정기국회 통과될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봤다. 질문을 들은 홍 의원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현안이 많아서..”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의 반응으로 봤을 때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연기관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는 전기차 산업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는 최대 요인중 하나다. 손쉽고 제한없이 전기 충전을 진행해야 하는 전기차 오너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디넷코리아는 올해 내내 주요 전기차 충전소를 돌며 충전소 내 일반 차량의 주차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문제가 제일 컸던 곳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달주차장 4.5층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였다. 두 곳은 전기차 충전기가 최소 10기 이상 설치된 대형 충전소로 알려졌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된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지난 7월 2일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충전기)가 설치된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 내연기관 차량으로 가득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업체 관계자들은 충전소 구역에 ‘전기차 충전소’라는 팻말이나 플랜카드를 붙여놨다. 전기차 충전 우선 구역이니 일반차의 주차를 삼가달라는 안내문도 부착했다.

하지만 이 안내문은 충전 구역내 일반 차량의 주차를 멈출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안이 아직 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차장 내 충전소를 운영하는 유통 업체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해 일반차들의 충전구역 주차를 막지 않고 있다.

최근 전국 주요시설에 설치된 테슬라 완속충전기(데스티네이션 차저) 충전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위치한 데스티네이션 차저 근처에는 매번 내연기관 차량들의 주차로 가득하다. 충전기는 정상 작동중이지만, 한화콘도 측은 해당 구역의 내연기관차량 주차에 대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홍의락 의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내부에서는 관련 법안에 대한 큰 문제의식이 없어보인다.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처리되면, 전기차 주차 문제 뿐만 아니라 가정용 홈 충전기 설치가 수월해질 수 있다.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입주민과 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마음편하게 거주지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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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1만대를 넘길 정도로 성장중이다. 일반 내연기관차량 판매 비중과 비교했을 때 아직 소수지만, 전기차 시장 발전을 위한 포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법안이 제 때 통과되지 못하면, 우리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기차 시장을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국내에서는 최소 3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출시가 많아진다. 승용 전기차 뿐만 아니라 전기버스, 전기 경상용차 출시도 빈번해진다. 그럴수록 충전을 위한 주차공간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차 산업의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이순간부터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