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 바라기 벅스의 미래 모습은?

맞춤형 서비스 더해 음악 감상 만족도 ↑

인터넷입력 :2017/11/24 20:18

"신뢰할 수 있는 고음질 음원과 개인의 맥락을 이해하는 음악 서비스의 결합."

NHN벅스 정진환 서비스 개발실 부실장이 밝힌 벅스의 청사진이다.

벅스가 주최하고 더스타아시아와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PHG)가 주관하는오디오쇼 '슈퍼사운드 코리아 2017(SSK 2017)'이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행사 이틀 중 첫 날을 맞았다.

다양한 음향기기를 사용해볼 수 있는 부스들이 이날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각종 강연도 진행됐다. 정진환 부실장은 그 중 벅스의 고음질 서비스 개발 배경·서비스 차별화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 부실장에 따르면 벅스는 음질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이용자별 맥락을 이해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음원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SSK 2017에 참여한 방문객들이 음향기기 성능을 체험해보고 있다.

■음원 해부도도 공개…"사용자 신뢰 놓치면 안돼"

정진환 부실장은 음악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음질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벅스가 무손실 음원인 플락(FLAC)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모든 서비스 초기가 그렇듯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 우선 음원 시장 참여자들이 플락 파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 부실장은 "음원을 제공하는 기획사 또는 유통사부터 플락 파일을 잘 몰라 MP3 파일을 그냥 플락 형식으로 바꾸고 전달해주기도 했다"며 "벅스가 직접 음원 CD를 통해 16비트 플락 파일을 추출하는 작업을 병행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끝에 벅스가 모은 플락 파일은 현재 1천만개에 달한다. 플락 파일을 모은 뒤 벅스가 착수한 과제는 고음질의 정교화였다. 16비트보다 한층 음질이 향상된 24비트 플락 파일 수급에 박차를 가했다.

다만 단순히 많은 파일을 수급한다고 해서 고음질 음원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원 제작자나 유통사가 상대적으로 저음질 음원을 24비트 플락 파일이라고 전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벅스가 지난 6월 도입한 게 머신러닝 기반 고음질 음원 검증 기술 '소나'다. 소나는 플락 파일의 진위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해준다.

소나는 음원의 스펙트로그램을 분석해 플락 여부를 가려준다. 스펙트로그램은 소리나 파동을 시각화한 그래프다.

그러나 소나에도 약점은 있다. 16비트 플락 파일의 경우 검증이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반면 24비트 플락 파일은 진위를 가리기 훨씬 복잡해 전문가 의견도 엇갈리는 등 체계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정진환 부실장의 설명이다.

NHN벅스(대표 양주일)는 머신 러닝을 활용한 고음질 음원 검증 기술 ‘소나’를 개발, 도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기능이 '스펙트로그램 미리보기'다. 정보의 투명성 강화로 업체와 사용자 간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명확히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한 만큼 정 부실장은 이마저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현존하는 문제가 근절 불가능한 것이라고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의 하에 이같은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스펙트로그램 미리보기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 주요 음원 서비스 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끝에 벅스는 일본오디오협회로부터 고음질 음원 인증 '하이레솔루션'을 획득했다고 지난 달 밝혔다.

NHN벅스 정진환 서비스개발실 부실장.

■"고음질 전략 계속 유효…AI, 기술 대응은 꾸준히 진행중"

정진환 부실장은 인터뷰를 통해 벅스의 고음질 전략이 향후 음원업계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벅스에서 음악을 탐색하고 감상하는 행위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에 따라 계속해서 자사의 고품질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종 목표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게 고음질 음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부실장은 "결국 사용자가 벅스가 소장한 2천만개의 음원을 다 들을 수는 없다"며 "국가별 차트나 취향별 추천 등 음악 탐색 편의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각자 취향을 좇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근거로 트렌드에 민감해진 UI·UX와, 이용자 비중의 변화를 들었다. 특히 과거에는 벅스 이용자의 주요 계층이 3040세대 남성이었던 반면, 현재는 20대 초반의 여성 사용자가 주류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또 개인별 맞춤형 음원 추천 기능인 '뮤직포유' 기능을 사용하는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도 근거로 삼았다.

한편 국내 음원업체들이 일찌감치 인공지능(AI) 스피커 생산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에 대해 정진환 서비스개발실 부실장은 "표면상으로 뚜렷한 협력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기술 차원의 준비는 절대 느린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진환 부실장은 "현재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최신곡을 틀어줘"라고 명령어를 입력하면, 타 음원 서비스의 경우 가수 '최신곡'의 노래를 틀어주는 것에 반해 벅스는 말 그대로 최신곡을 재생한다"며 "타 서비스보다 구글 어시스턴트 대응이 잘 돼 있다는 것은 결국 벅스가 AI스피커에 탑재되는 AI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서비스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NHN벅스 정진환 서비스개발실 부실장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개별 사용자의 취향·관심사의 연속적인 흐름에 벅스의 서비스가 끊임없이 연결되는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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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실장은 "인기 있는 일부 가수가 음원 순위를 점령하고 그들의 일상 생활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주류가 되서는 안된다고 본다"며 "벅스를 이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음악의 즐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서비스의 포인트"라고 역설했다.

지난 10일 벅스가 클래식 작품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자주 찾는 대중가요가 아닌,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음악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실제 사용자의 기대감을 충족해준다는 것이다. 특정 이용자의 음악적 맥락을 이해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벅스가 클래식 작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0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