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보다 개인"…페북, 뉴스피드 왜 바꾸나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뉴스의 본질에 대한 성찰

데스크 칼럼입력 :2018/01/15 15:41    수정: 2018/01/15 16:1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18년엔 페이스북에서 보낸 시간들이 잘 보낸 시간이 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올린 글 한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기관이나 미디어 기업들보다 친구나 가족의 글을 더 우대하겠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직접적으로 얘기해서, 앞으로 언론사들이 쏟아낸 기사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노출을 제한하겠단 얘기였다. 페이스북에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언론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발표 이후 페이스북 주가가 폭락하자 "잘못된 정책으로 하루 아침에 재산 3조원이 증발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꾸준히 뉴스노출 줄이는 페북, 왜 그럴까?

과연 이번 조치를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해버릴 수 있는 걸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페이스북이 출범 초기부터 줄곧 견지해왔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따져보기 위해선 우선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조치가 언론사들의 트래픽 대란으로 이어질까?

둘째.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가 언론사들에 던지는 교훈은 뭘까?

일단 첫 번째 질문.

물론 대답하기 쉽진 않다. 버즈피드처럼 페이스북 잘 활용했던 언론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이미 페이스북에선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니 뉴스피드에서 ‘언론사들의 기사’가 줄고 말고 할 여지도 없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언론사를 비롯한 기관들이 쏟아내는 콘텐츠 노출을 제한한 건 오래된 일이다. 2015년 무렵부터 이미 비슷한 조치를 계속해 왔다. 2015년 8월에 “기관들보다는 가족이나 친구의 글을 더 많이 노출하겠다”고 선언해 ‘페이스북 대란’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조치는 이미 페이스북 뉴스피드 노출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디어 전문 사이트 니먼랩은 지난 해 11월 실제 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밝혀내기도 했다. (☞ 니먼랩 바로 가기)

(사진=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당시 니먼랩은 페이스북 이용자 402명을 대상으로 뉴스피드 상위 10개 포스트에 어떤 글이 올라와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 중 75%는 상위 10개 포스트에 1개 이하의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니먼랩은 이런 조사 결과를 상기시키면서 “저커버그의 선언으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 뉴스의 기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교과서엔 뉴스에 대한 여러 정의가 나온다. 그 중 중요한 개념이 근접성이다. 지구 반대쪽 재난보다 내 이웃의 작은 얘깃거리가 내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저커버그가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과 관련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의 ‘활발한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는 게 페이스북이 공개적으로 내세운 목표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보낸 시간이 낭비라고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는 저커버그의 ‘장담’ 역시 비슷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 가까운 사람 연결해야 '상호작용-체류시간'에 유리하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세 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페이스북은 왜 친구나 가족들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 걸까?

물론 공식적인 답변은 앞에서 다 나왔다. 알찬 시간을 보낸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용자 중심 사고’다. 하지만 다른 이유는 없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추론해 봤다.

첫째. 관련도 높은 글들을 많이 노출해줘야 댓글이나 좋아요 같은 상호작용 행위를 한번이라도 더 하지 않을까?

둘째. 또 다시 가짜뉴스 홍역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고도의 전략적 행보는 아닐까?

가짜뉴스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페이스북의 또 다른 의도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사진=구글 뉴스룸)

개인적으론 이번 정책 변화엔 저 두 가지가 모두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뉴스피드가 ‘일방적 전달 공간’보다는 ‘시끌시끌한 맥줏집 같은 공간’이 되도록 하려면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가짜뉴스 현상’으로부터도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를 언론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역시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뉴스는 대화’란 케케묵은 금언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정말 중요한 뉴스는 알아서 내게 찾아올 것”이란 또 다른 얘기 역시 중요하게 새겨볼만한 금언이다.

많은 사람들의 대화 소재가 될 수 있는 뉴스, 누군가에거 꼭 소개하고픈 뉴스만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게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의 변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관련기사

[덧글]

페이스북에 뉴스피드가 처음 등장한건 2006년 9월이었다. 뉴스피드는 ’친구나 이웃들의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친구들이 어떤 새로운 소식을 올렸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줬다. 이후 뉴스피드는 ‘연결된 세상’이란 비전을 이어주는 거멀못으로 페이스북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