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이프가드 최소화, 대체-내수 시장 확대"

정부-삼성·LG 등 민관대책회의서 대응책 분주

홈&모바일입력 :2018/01/26 16:26    수정: 2018/01/26 17:34

정부와 업계가 미국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세이프가드 최종 조치를 발표, 내달 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관련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 세이프가드 민관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참석한 문승욱 산업기반실장은 "정부는 미국 세이프가드 조치가 과도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소지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특히 한국산 세탁기는 미국 산업피해의 원인이 아니라고 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을 뒤집고 최종조치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의 월풀과 삼성전자의 세탁기가 함께 전시된 모습.(사진=지디넷코리아)

■정부 "韓 내수 확대·대체 시장 확보 등 대응체계 구축"

문 실장은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등 우리 업계의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엽계와 정부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의 수입제한조치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은 120만대로 설정했다.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 20%,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2년 차에는 120만 대 미만 물량에는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는 45%를 부과하고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가 매겨진다.

정부는 우선 업계의 미국 현지 공장이 조기에 가동,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의 세탁기 구매물량 등을 포함해, 국내 내수 시장 확대를 통해 기업의 피해를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세탁기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스빌 세탁기 생산라인을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문 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경제발전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제한이라는 불이익을 가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처사"라고 말했다.

LG전자 창원공장 트롬 트윈워시 상단 드럼세탁기 부분을 조립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정부는 또 동남아·동유럽·중동 등과 대체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편 수출 차질로 국내 부품 협력사에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이번 세탁기 세이프가드와 같은 수입규제 조치가 냉장고 등 여타 가전품목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모니터링과 대응체계도 구축 예정이다.

문 실장은 "정부도 사물인터넷(IoT) 가전 혁신성장전략 수립 등을 통해 우리 가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기술 혁신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그간 우리 가전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선도 기업으로 자리를 굳건히 해왔듯이 이번의 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LG, 현지 유통망 협의 통해 소비자 피해 최소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탁기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제품을 차질없이 공급하기 위해 현지 주요 유통 거래선들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결정된 이후 현지 유통 거래선과 올해 가격 정책, 프로모션 계획, 물량 운영 등 협의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메모를 현지 유통 업체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결정된 이후 현지 유통 업체들과 협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 거래선을 안심시키기 위한 취지의 협의"라며 "올해 계획은 협의 예정인 것이고, 판가 조정 역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현지 주요 거래선을 방문하며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래선이나 유통망과는 꾸준히 사안별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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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미국 무역 대표부(USTR)에 양자 협의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산업부 측은 "이번 양자 협의 요청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에 충분한 사전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WTO 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주 중 협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임혜윤 연구원은 "세이프가드 대상품목인 세탁기가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로 높지 않아 당장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보호무역 강화조치가 추가적으로 행해질 경우 자동차·휴대폰 등 대미무역 흑자 상위 품목을 근거로 무역불균형 완화를 요구하거나 국내 기업이 중국을 겨냥한 수입규제에 노출될 수 있는 등 영향으로 한국 수출 둔화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