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막힌 브로드컴+퀄컴…인텔은?

합병 완전무산 땐 '브로드컴 인수' 카드 버릴듯

컴퓨팅입력 :2018/03/13 11:17    수정: 2018/03/13 17: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텔은 어떻게 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브도르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시장에 핵폭풍을 몰고올 초대형 합병이 거대한 장벽에 막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법에 따라 운영되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병 금지 이유를 밝혔다.

물론 두 회사 합병이 완전히 무산된 건 아니다. 브로드컴이 싱가포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퀄컴 주총 직전인 4월3일까지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본사 이전을 완료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금지 명령이 근거가 없다면서 정면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인텔이 이스라엘 자율차 기술 전문업체 모빌아이를 17조5천억원에 인수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씨넷)

■ 인텔, 합병법인 스마트폰-데이터센터 경쟁력에 두려움

두 회사 합병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반도체 지각 변동이 또 다른 축인 인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텔은 지난 해 11월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선언한 직후부터 ‘브로드컴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서명으로 원인무효가 된 상황에서도 인텔은 브로드컴 인수 카드를 계속 들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를 고려한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텔은 브로드컴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브로드컴+퀄컴’이란 초대형 경쟁자가 등장하는 걸 두려워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월스트리트저널이 잘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로드컴과 퀄컴 합병회사는 스마트폰 칩 분야에선 절대 강자다.

데이터 센터 쪽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스위치, 퀄컴은 프로세서를 판매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할 경우 절묘한 제품 라인업을 구비하면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두 분야 모두 인텔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꼽고 있는 영역이다. 인텔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퀄컴과 브로드컴 합병법인 탄생이 달가울 까닭이 없었다.

여기에다 애플을 둘러싼 복잡한 공학 역시 인텔에겐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현재 퀄컴은 애플과 특허소송 중이다. 따라서 인텔 입장에선 아이폰용 칩 수요를 공략할 틈이 생겼다.

하지만 퀄컴이 브로드컴에 인수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역시 애플 부품공급업체인 브로드컴은 퀄컴처럼 ‘특허 수수료율’을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퀄컴과 애플의 특허소송 핵심 쟁점이던 ‘라이선스 분쟁’이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그럴 경우엔 애플과 퀄컴이 다시 우호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 돌아갈 수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인텔에겐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였다.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란 극단적인 모험수까지 고려했던 것은 이런 상황까지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인텔에게 '브로드컴'은 매력적인 인수 대상은 아냐

자율차 시장에서도 합병법인은 인텔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잘 아는대로 인텔은 지난 해 이스라엘 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하면서 자율차 경쟁력을 높였다.

그런데 브로드컴과 퀄컴 합병 법인이 탄생할 경우 인텔의 앞길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많았다.

우선 퀄컴은 NXP 반도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등에서의 반독점 관련 승인만 받으면 사실상 마무리된다. 퀄컴은 조만간 막바지 장벽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퀄컴은 5G칩과 자율주행차 기술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 브로드컴까지 더해질 경우엔 인텔의 차세대 텃밭 중 하나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실익 면에서도 브로드컴 인수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보완 관계였던 퀄컴과 달리 인텔과 브로드컴은 제품 라인업이 상당 부분 겹친다.

브로드컴의 덩치 역시 인텔에겐 부담스럽다. 인텔은 대형합병엔 비교적 소극적인 편이었다. PC시대에 워낙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여서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한 탓도 있지만, 경영 스타일 역시 대형 합병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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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인텔이 단행한 가장 큰 규모 합병은 2015년 인수한 알테라였다. 당시 인수 규모는 167억 달러였다. 브로드컴을 인수할 경우엔 이 규모를 훨씬 뛰어넘을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다 거대 회사 간 합병에 뒤따를 반독점 이슈 등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인텔은 초강력 경쟁자가 출범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브로드컴 인수란 모험 카드를 선뜻 던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