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작업보고서 공개 보류..."국가핵심기술 포함"

전문委 "2009~2017년 보고서에서 고급 D램 공정 일부 확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4/17 21:55    수정: 2018/04/18 08:08

박병진, 박영민 기자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결론지으면서 고용노동부의 반도체 정보 공개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이틀 연속 회의를 열어 국가 핵심기술 여부를 판단한 반도체전문위원회는 '30나노 이하' 고급 기술 확인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2차 비공개 회의를 열고 삼성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담긴 일부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외경(자료=삼성전자)

■ 이틀 연속 열린 전문위…'국가핵심기술' 여부에 집중

전문위는 산업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 측 2명과 업계·학계 등 외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30나노 이하 D램과 낸드플래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정과 조립·검사기술 등이 보고서에 직·간접적으로 포함됐는지 여부에 집중했다.

이틀의 회의를 거친 끝에 전문위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온양 공장의 보고서에서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한 일부 내용을 확인했다. 공정 이름과 형태, 해당 공정에 사용된 화학 물질과 월사용량 등을 봤을 때 핵심 기술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는 게 전문위의 판단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전문위원은 "산업기술보호법에 철저히 의거해 보고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봤다"며 "그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보고서에서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공정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세계 최고 속도 '16Gb GDDR6 그래픽 D램' 제품. (사진=삼성전자)

■ '30나노 이하 D램'이 판정 갈랐다

문제가 된 건 30나노(nm) 이하 D램 기술이었다. D램을 포함한 반도체 공정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건 나노 숫자가 얼마나 작아졌느냐다. 즉, 숫자가 줄어들수록 발전된 기술을 뜻하는데, 삼성이 제출한 자료엔 2007~2008년도 보고서 내용을 제외하고 30나노 이상의 고급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전문위의 심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전문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학계 한 관계자는 "(삼성 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됐냐는 문제는 물어볼 것도 없다"며 "무조건 (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위가 전날(16일) 해당 사안을 결론짓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30나노 이하급의 기술이 (보고서에)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를 몰라서 판결을 못 내린 것"이라며 "보고서엔 다양한 기술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은 30나노 이하 기술만 보호하게 돼 있다. 그래서 '이 중 어떤 것이 30나노 이하 기술에 해당되느냐'를 명확히 하려고 다시 회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 전문위 의견을 소송에 '증거 자료'로 활용

이날 산업부의 판단은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법정 다툼에 중요한 증거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전문위의 판단이 고용부의 보고서 공개를 직접적으로 막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나, 향후 법원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

특히 고용부가 기술적인 사안에 대해 반도체전문위의 결정에 이견을 표하진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전문위는 반도체 분야 국가 핵심기술을 판단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직속 회의체다.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를 결정한 고용부는 산업부의 판단에 대해 "입장을 존중한다"며 향후 행정심판 본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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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됐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삼성전자는 이 심의 결과를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참고 자료로 활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공정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며 행심위에 정보공개 취소를 위한 행정심판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행심위도 이날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삼성전자와 같은 이유로 각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각종 구제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