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홍글씨, 완전 삭제 가능할까?

“해외 플랫폼 유통, 재유포 못 막아”

인터넷입력 :2018/05/24 14:20    수정: 2018/05/24 14:20

사용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촬영된 노출 사진이나 동영상이 인터넷에 무단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또 과거의 본인 디지털 족적들을 지우려는 수요까지 높아져 의뢰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인터넷에 올라온 기록들을 대신 지워주는 일명 ‘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세탁소’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텀블러 등 해외 서비스의 경우 사실상 삭제가 어렵고, 시간이 흘러 다시 유포 되는 경우까지 완전 차단이 어려워 디지털 세탁소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삭제율 95%...6개월 간 집중 단속”

네이버에 '디지털세탁소'로 검색하면 나타나는 광고 업체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세탁소들은 삭제 의뢰를 받으면 거점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일정 기간 집중 삭제하는데, 이 때 삭제율은 약 9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는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해둔 사람이 다시 유포하거나, 텔레그램 같은 암호화 메신저로 유포된 부분이라 차단이 어려운 경우다.

이 업체는 국내 성인 사이트 40곳과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 해외 사이트 80곳을 6개월 간 집중 단속한다. 업체 직원들이 해당 사이트들을 24시간 돌아다니면서 게시물을 발견하면 삭제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 알려지지 않거나 새로 생긴 유령 사이트에 게재된 촬영물은 구글에서 회사의 크롤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찾아야 한다. 운영자가 있는 국내 사이트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이나 각 사이트의 개인정보취급방침에 근거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해외 사이트, 플랫폼의 경우 사이트별 약관에 따라 저작권, 음란물 등의 사유로 삭제를 요청한다. 이들 사이트는 삭제를 요청받으면 상당수 삭제를 해준 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 “유령사이트, 외산 서비스 삭제는 한계”

텀블러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의 삭제 방식은 한계를 지닌다.

유령 사이트의 경우 어느 한사람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올리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 측에 삭제를 요청하는 게 불가능하다. 정식 사업자라 하더라도 해외에 서버와 법인이 있는 서비스는 삭제가 매우 어렵다. 이용 약관까지 사용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경우도 많다.

아울러 당장 모든 사이트에서 삭제된 경우라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불시에 재 유포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항상 떠안아야 한다.

만약 해당 업체가 삭제 요구에 답을 하지 않거나 거절했을 때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데, 절차가 까다롭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실효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임시방편으로 유령 사이트의 경우 국내에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디지털 세탁 한 업체의 입장이다.

A 디지털세탁소 업체는 “거점 사이트 120곳을 중심으로 의뢰 받은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으나, 해외 유령 사이트의 경우 게시물을 지우기 어렵고, 일시적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더라도 우회적으로 검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https 기반의 약간 변용된 사이트는 촬영물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KISA(한국인터넷진흥원)를 통해서도 게시물 삭제가 불가능 한 곳이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접속 차단을 요청하더라도 즉각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방문자 수를 충족한 사이트들은 구글 검색으로 찾아진다. 이 같은 사이트의 경우 프로그램으로 스크래핑 하는 게 가능하지만, 비공개 사이트는 일일이 회원가입 해 게시물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 “삭제 한계 분명히 인지하고, 업체는 이를 명확히 알려야”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세탁소 이용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삭제에 한계가 분명 있는 만큼 큰 기대를 하지 말 것,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이는 데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몸문화연구소 소속 김종갑 건국대 교수는 “디지털 세탁소에 사진 삭제를 의뢰하는 사람은 게시물을 유포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촬영자가 유포한 것이므로 이미 한번 배신당한 것”이라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디지털 세탁소를 찾았으나 해당 업체가 삭제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피해자는 또 다시 상처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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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송명빈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기록된 디지털 흔적을 완벽히 지우는 방법은 없다. 이제라도 앞으로 발생되는 것을 통제 영역으로 들여오는 시스템과 법제화가 필요하다”면서 “텀블러의 경우 국내 법 적용을 받지도 않고 규제 당국의 삭제 요구도 거절하는데, 개인이 미국 회사랑 싸워 승소하기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장의사들도 결국 위임을 받아 개별 사이트에 삭제 또는 정정을 요구하는 단순한 방식을 쓴다”며 “비용을 합리적으로 받고 삭제의 한계를 명확히 고지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피해자들을 또 다시 울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