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테인 메모리 담은 노트북 쏟아지지만...

"HDD와 구성하면 성능 향상 크지 않을 수도"

홈&모바일입력 :2018/06/28 15:55    수정: 2018/06/28 16:48

한국레노버와 MSI코리아 등 노트북 제조사가 차세대 메모리의 일종인 옵테인 메모리를 장착한 노트북을 내놓고 있다. 한국레노버는 오피스 등 업무에 적합한 아이디어패드 330S-14IKB를, MSI코리아는 게임용 노트북인 GP63에 옵테인 메모리를 적용했다.이들 제조사는 인텔의 자료를 인용해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만 장착된 노트북보다 게임 로딩 시간과 부팅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옵테인 메모리의 제한된 용량 탓에 성능 향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HDD의 느린 속도 보완하는 옵테인 메모리

옵테인 메모리는 인텔과 마이크론이 2015년 공개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보조기억장치다. 3D 크로스포인트는 읽고 쓰는 속도가 SSD의 수 배에 달하기 때문에 향후 SSD를 대체할 저장장치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한국레노버 아이디어패드 330S-14IK. 옵테인 메모리 16GB를 장착했다. (사진=한국레노버)

3D 크로스포인트가 적용된 저장장치는 현재 두 종류다. 하나는 옵테인 SSD로 기존 SSD처럼 파일을 읽고 쓸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옵테인 메모리로, HDD에서 자주 읽어들이는 데이터를 학습한 다음 이를 옵테인 메모리에 옮겨 필요할 때 이를 HDD 대신 불러온다.

한국레노버와 MSI가 출시한 노트북에는 이 중 두 번째인 옵테인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다. 옵테인 메모리와 1TB HDD를 조합해 SSD의 1/5 수준인 HDD의 속도(최대 100MB/s)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 "실제 속도 향상 폭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 향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인텔은 옵테인 메모리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게임 로딩 시간은 최대 4.7배, 미디어 로딩 시간은 최대 1.7배 빨라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한국레노버와 MSI도 인텔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상품 설명 등에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인텔이 속도 측정에 동원한 PC 제원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게임 로딩 시간 측정에 쓰인 두 PC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PC 1 : 인텔 8세대 코어 i7+ 8750H + 32GB 옵테인 메모리 + 256GB PCI 익스프레스 SSD + 1TB HDD▶? PC 2 : 인텔 8세대 코어 i7+ 8750H + 256GB PCI 익스프레스 SSD + 1TB HDD

인텔은 성능 향상 비교 대상을 SSD 장착 PC로 삼았다. (사진=인텔 웹사이트 캡처)

이 사양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충분히 빠른 속도를 내는 SSD에 옵테인 메모리를 더한 결과를 비교치로 삼았다.그러나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옵테인 메모리 장착 노트북은 대부분 옵테인 메모리와 HDD만 조합했다. 다시 말해 평소 자주 쓰던 프로그램이 아닌 게임 등 대용량 프로그램에서는 제대로 된 성능 향상 효과를 얻기 힘들 수 있다.

■ 과도기적 제품인 SSHD와 판박이

HDD와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를 조합해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계속되었다. 256GB급 SSD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었던 2-3년 전 시장에 등장한 SSHD가 대표적인 사례다.

씨게이트 바라쿠다 SSHD 4TB. 8GB SSD와 4TB HDD를 조합했다. (사진=씨넷코리아)

SSHD는 옵테인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자주 쓰는 파일을 SSD에, 대용량 파일을 HDD에 저장해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2014년 당시 최상위 제품 중 하나로 꼽혔던 씨게이트 바라쿠다 SSHD 4TB 제품은 8GB SSD와 4TB HDD를 조합했다.그러나 SSD 용량이 8GB에 불과해 게임 등에 쓰이는 대용량 파일을 담아 둘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또 SSD는 파일을 읽어올 때 속도만 보완할 뿐 대용량 파일을 저장할 때 속도는 HDD의 속도 그대로다.

결국 SSHD는 SSD의 1GB당 단가가 급격히 떨어진 2016년 이후 크게 수요가 줄었다. 현재는 씨게이트 제품만 일부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으며 2016년 이후 신제품 출시도 끊겼다.

■ 빠른 속도 원한다면 SSD+HDD 조합이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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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조합은 최근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 500GB급 대용량 SATA3 SSD와 1TB HDD의 결합이다. 게임 등 대용량 프로그램은 SSD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를 HDD에 담아두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옵테인 SSD를 장착한 노트북은 당분간 출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윈도 운영체제 부팅과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가능한 옵테인 SSD를 장착한 노트북은 당분간 시장에 출시되기 힘들 전망이다. 최근 M.2 슬롯에 장착할 수 있는 380GB 제품이 등장하긴 했지만 이를 지원하는 노트북은 출시되지 않았다.제조사 입장에서도 PCI 익스프레스 방식 NVMe SSD가 초당 3GB 이상 성능을 내기 때문에 굳이 옵테인 SSD까지 도입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