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 가격 급등 '이상 징후'...소비자 피해 우려

지난주부터 가격 상승, PC방 업주까지 '난색'

홈&모바일입력 :2018/07/17 14:44    수정: 2018/07/17 14:49

8월 말에서 9월 초부터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초래될 수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관련기사 : 인텔CPU 대란 오나 "웨이퍼 없어 못만든다") 국내 시장에서 인텔 프로세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PC 유통 관계자들은 이렇게 가격이 오른 이유를 여름방학 특수를 앞둔 품귀현상과 최근 급격히 상승한 원-달러 환율 등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대형 쇼핑몰은 물론 중소 업체가 대부분 7월 9일자로 갑자기 가격을 올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인텔 프로세서 가격이 급격히 뛰어오르며 그 피해는 국내 소비자는 물론 PC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미국 아마존닷컴 등에서 프로세서 직구에 나서기도 한다.

■ 인텔 프로세서 가격, 9일부터 상승세

17일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실 거래 가격은 지난 9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뛰어오르다 다소 조정된 상황이다. 다나와리서치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여름방학을 앞두고 몇몇 제품 수요가 많아지며 가격이 불안정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인텔 코어 i5-8500 프로세서는 이달 초 최저가가 20만원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26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뛰어올랐다. 몇몇 업체가 23만원에 상품을 올려 놓았지만 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 결제 조건이며 이마저도 단품이 아닌 조립PC 세트를 구성할 때 조건이다.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실거래 가격 추이. (단위 : 십 만원, 자료=다나와리서치)

일부 소비자들은 웨이퍼 공급 문제에 따른 프로세서 문제를 처음 지적한 본지 보도 이후 갑자기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의심한다. 대란은 오지도 않았는데 불안감을 부추겨서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다.

■ '가이드라인' 따라 가격 결정되는 구조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프로세서를 판매하는 대형 쇼핑몰이나 중소 업체 관계자들의 말은 조금 다르다. 프로세서나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한 업체가 마음대로 시세보다 싸게(혹은 비싸게) 팔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과거 PC 핵심부품 유통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암묵적인 기준인 '가이드라인'이 있다. 대면 판매, 온라인 판매, 오픈마켓 등 판매 경로에 따른 적정 가격이 있으며 이 가격을 벗어날 경우 (유통사가) 연락을 취해 가격을 조정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PC 핵심부품은 한 업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다른 대형 조립PC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정말로 재고가 모자라다면 총판 3사가 가격 변동 폭을 줄이면서 관리에 들어간다"며 이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다시 말해, 지난 주부터 시작된 인텔 프로세서 가격 상승에 국내 인텔 프로세서 유통 3사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제품(프로세서)을 공급받지 못하므로 일선 상인들에게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 왜 7월 둘째주에 기준 환율 바꿨나

최근 급격히 오른 환율이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 관계자는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SSD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은 분기마다 한 번씩 기준 환율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초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55원으로 연중 최저치 수준을 기록했지만 6월 중순부터 상승을 시작해 16일 현재는 1달러당 1,129원까지 올랐다. 달러 가격이 비싼 제품을 6월 초에 들여왔을 경우 손해를 보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한 환율이 왜 7월 첫 주가 아닌 둘째 주부터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유통사는 물론 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어떠한 곳에서도 속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 해외 가격은 그대로인데...왜 한국만?

소비자들이 인텔 프로세서 가격 상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미국 아마존닷컴, 혹은 일본 라쿠텐 등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는 6월 말과 큰 차이 없는 가격에 인텔 프로세서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닷컴에서 인텔 코어 i5-8500 프로세서는 주마다 매겨지는 세금을 제외하고 204.99달러(약 23만 2천원)에 팔린다.

일부 국내 소비자들은 프로세서 해외 직구를 검토하기도 한다. (사진=아마존닷컴 캡처)

국내 인텔 프로세서 유통 3사 역시 공식적으로는 "물량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다나와리서치 역시 "아직 전세계적인 수급부족 상황이 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번 가격 상승이 '시장 패닉'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 일반 소비자는 물론 PC방 업주도 '난색'

물론 이번 가격 상승에는 시장의 불안감이나 환율 조정, 유통사의 가격 조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일반 소비자에게만 지워진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특히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며 그동안 미뤄왔던 PC 업그레이드를 계획하던 PC방 업주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PC방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인텔 코어 i5-8500 프로세서는 현재 5만원 이상 단가가 올랐다. PC 20대를 업그레이드할 경우 100만원, 40대를 업그레이드할 경우 200만원 이상 추가 지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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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인텔 프로세서 직구를 검토하기도 한다. PC 프로세서는 고장이 잦지 않고 지역 코드 등 제한이 없으며 철저히 규격화된 부품이다. 또 국내 반입시 관세가 면제되며 부가세 10%만 내면 된다.

코어 i5-8500 프로세서 가격(204.99달러)에 아마존 글로벌 배송 비용으로 6.24달러와 소비세 대납 비용인 21.12달러를 합친 232.35달러(약 26만 3천원)를 결제하면 국내 주소로 직접 배송된다. 그러나 배송 과정에서 파손이나 도난 등 문제가 생기거나, 제품 초기 불량 문제가 생기면 국내에서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