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료 갈등 매년 왜 반복되나

"방통위, 규제기관 역할 제대로 수행 못해" 지적

방송/통신입력 :2018/08/21 07:43    수정: 2018/08/21 15:39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협상을 앞두고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업자(SO) 간의 갈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불거진 이슈지만 양측에서 합의된 CPS 계산식이 없어 매년 같은 논쟁이 반복 중이다. 때문에 협상이 시작될 즈음 양측에선 협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법원 판결을 활용하는 것도 해묵은 방법 중 하나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JCN울산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무단 송출한 것에 대해 부산고등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지상파 진영에서 여론전에 나선 것을 두고 재송신료 협상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시 한국방송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무단 이용한 것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운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JCN울산방송의 상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통상 월 280원으로 책정된 지상파의 CPS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SO업계는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SO 업계는 월 280원이 지상파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수치라면서, 근거 없는 수치 대신 재송신에 따른 광고비 확대 등 지상파 수익에 기여한 부분들도 포함해 종합적인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재송신을 하는 데 SO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가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방송 시장이 변화하면서 과거 진흥 정책의 일환으로 지상파 CPS를 SO에 면제해주던 근거가 희미해지고, 직접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송신료 산정을 사적 계약관계로 보고 방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방통위의 중재로 지상파와 SO는 협의체를 구성해 재송신 대가 산정 연구를 진행했으나 방통위가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개별 SO와 지상파 간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CPS 적정대가에 대한 판단 주체는 주무부처가 아닌 사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상파가 자체 산정한 CPS를 제안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SO가 소송을 제기하면 이를 법원이 판결로 금액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CPS로 업계 논쟁이 불거질 때 방통위는 시청자 민원에만 대응할 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지상파와 SO 모두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관련 의견을 좁히기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O와 지상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지난 2011년 지상파 콘텐츠 송신을 중단하는 '블랙아웃'이 발생해 시청자 불만이 생기자 그때서야 방통위가 중재에 나섰다"며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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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분산돼 있는 방송 진흥 정책 기능을 방통위로 이양해 방송 관련 정부부처를 통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방송 정책 기관으로서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부처 역할 강화 요구는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기 방통위는 방송에 관해 공영방송 사장 교체 빼고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