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화웨이… 국내 5G 시장 영향은

미국서 벌금 폭탄·호주서 5G 입찰 배제당해

방송/통신입력 :2018/08/29 17:47    수정: 2018/08/29 17:47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인 글로벌 기업 화웨이에 악재가 겹쳤다. 미국에서 벌금 폭탄을 맞은 데다가, 내년 이후로 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국가들이 일제히 화웨이 장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은 27일(현지시간) 화웨이에 1억6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옵티스 와이어리스 테크놀로지는 자사 4G LTE 특허 4건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제소했다.

뿐만 아니라 23일(현지시간) 호주 정부는 5G 네트워크 장비사 선정에서 화웨이와 ZTE 장비를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호주 정부는 정확히 화웨이와 ZTE라고 기업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호주 법에 위반하는 외국 정부의 지시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을 5G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또한 호주와 마찬가지로 5G 통신장비 입찰 기업에서 화웨이를 제외한 바 있다.

화웨이 로고

영국은 화웨이를 5G 장비 입찰에서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제기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화웨이사이버보안평가센터(HCSEC) 감독위원회는 영국의 국가 보안을 위해 화웨이 장비 사용 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은 파이브 아이즈라는 이름으로 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 중 3개국이 화웨이 장비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에 캐나다 또한 화웨이 문제를 검토해볼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호주, 영국에 이어 다른 국가에서도 화웨이를 주시하는 모양새다.

26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안보 관점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 장비를 배제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오는 10월 아베 신조 총리가 방중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화웨이나 ZTE 등 기업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IT전문매체 라이트리딩은 산케이신문의 이같은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했다. 라이트리딩은 28일(현지시간) 일본 정부로부터 화웨이에 관한 어떠한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 논란이 보안보다는 정치 이슈에 가깝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에 5G 패권까지 넘겨줄 수 없다는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 때문이라는 의견도 한몫한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일부러 보안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며 "중국도 화웨이가 계속 성장하고 해외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3월 최초로 5G 상용화를 선언한 한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이통사들은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를 2차 RFP 발송대상업체로 선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성능시험(BMT)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고 곧 통신사가 5G 장비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통신 3사 중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고 공언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9일 서울 용산구 용산사옥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 직후 LG유플러스가 5G 화웨이 장비를 바꿀 가능성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덕에 4G 투자비를 대폭 줄였기 때문에 5G에서도 화웨이를 배제하기 어려울 거라고 예측한다.

남은 SK텔레콤과 KT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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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국내 1위 사업자이고, KT는 과거 국가 기간망 사업자였기 때문에 섣불리 화웨이를 채택하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이통사들은 오는 12월부터 5G용으로 할당된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망 구축기간을 고려했을 때 통신사들이 9월까지는 장비사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