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반도체 내준 日, 전자부품에 '올인'

무라타 필두로 30개社 설비투자 1조엔 넘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9/19 16:33    수정: 2018/09/20 13:39

일본 전자업계가 콘덴서·모터·커넥터 등 전자부품 투자에 박차를 가해 주목된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계 1위인 무라타를 필두로, 덴산(일본전산)·SMK 등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한국에 내주며 업계에서 한발 물러선 일본 부품업계가 비(非)반도체 분야 사업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일본 SMBC증권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 전자부품 회사 30개사의 총 설비투자 규모는 약 1조 엔(9조9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 예상치인 약 1조1천억 엔(10조9천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상위 4개사인 무라타·TDK·덴산·교세라의 올해 설비투자 금액은 ▲3천400억 엔(약 3조4천억원) ▲2천100억 엔(2조900억원) ▲1천500억 엔(1조5천억원) ▲1천100억 엔(1조900억)에 달한다. 주요 30개사 이외에도 수백 개의 중소 부품업체의 설비투자 금액을 추가하면 반도체 분야를 처음으로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일본 4대 전자부품 제조사들의 올해 설비투자액 전망치. (자료=지디넷코리아)

일본 전자부품 업계를 이끄는 회사는 글로벌 MLCC 시장 1위인 무라타다. 무라타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수년간 이어져 온 MLCC 공급 부족 현상 덕에 이 업체는 올해 1천461억 엔(약 1조4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라타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전장(차량)용 MLCC다. 그중에서도 이 업체는 전기자동차용 부품 생산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무라타는 지난달 "전기차용 MLCC 설비에 1천억 엔(약 9천9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전기차용 부품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 차 등 전장 분야의 성장 전망이 밝다는 점 때문이다. 무라타는 "휘발유 엔진 차량에 MLCC가 1대당 1천~2천 개가 탑재된다면, 전기차는 무려 10배 규모인 대당 1만 개 가량이 사용된다"고 설명하며 투자 이유를 밝혔다.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전자부품 시장 규모는 2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료=지디넷코리아)

일본의 대표 모터 제조사인 일본전산은 가전용 모터와 로봇 부품 분야에 굵직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 하노이에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를 들여 신규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내년 1분기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히로세전기·혼다통신공업·SMK·다이이치세이코(제일정공) 등 전기 커넥터 분야의 설비투자도 활발하다. 히로세전기는 일본 현지에서 금형 제작공장과 시험 센터를 증축 중이다. 혼다통신공업은 중국에서 차량용 카메라 커넥터 양산을 대폭 늘렸다. SMK와 다이이치세이코도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새로운 공장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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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가 내놓은 전망치를 종합하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166조원에 달할 전망인 데 반해, 반도체를 제외한 전자부품 시장 규모는 올해 2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껏 스마트폰 관련 부품에 몰두해 왔던 일본이 이제 미래차·로봇·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적극 투자에 나섰다"며 "무라타·TDK·덴산·교세라 등 4개사의 글로벌 점유율만 약 4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