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공조로 세계 양자암호통신 주도해야"

전문가 좌담회..."기존 인프라와 연관성 높여야"

컴퓨팅입력 :2018/10/17 10:47    수정: 2018/10/17 10:48

임민철, 황정빈 기자

양자컴퓨팅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론상 양자컴퓨팅은 해킹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높은 보안성을 제공하는 '양자암호통신'이 차세대 암호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물리적 상호작용의 최소 단위인 '양자'를 활용한 암호화 기술이다. '양자컴퓨팅' 과 '양자센서'와 함께 양자정보통신 기술을 이루는 3대 근간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표준화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선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국제회의가 열려 한국이 주도한 양자암호통신 보안관련 신규 표준화 과제 2건이 채택됐다. SG17은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영역 전반의 정보보호 표준화를 맡고 있는 연구그룹이고, ITU-T는 전기통신관련 기술 국제표준 제정을 맡고 있는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 중 하나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전망을 인용해 양자정보통신 기술 기반 양자응용시장이 2020년 3조5천억원, 2025년 13조5천억원, 2030년 35조2천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응용시장 가운데 양자암호통신의 성장세는 2020년 1조6천억원, 2025년 7조8천억원, 2030년 22조1천억원으로 다른 두 분야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양자암호 통신이 왜 중요한지, 또 우리가 국제표준을 주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들어보는 산학연 전문가 좌담회를 11일 개최했다.

서울 강남 토즈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성완 정보통신산업과장과 SK텔레콤 곽승환 박사, KT 김형수 박사(기술전략팀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정윤 박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최은영 박사, 순천향대학교 염흥열 교수(ITU-T SG17 정보보호 의장)가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장이 맡았다.

사진 왼쪽부터 곽승환 SK텔레콤 박사, 김정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홍성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과장,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 최은영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사, 김형수 KT 박사,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장.

■ “2021년 상당한 수준 양자컴퓨터 등장...공개키암호 안전성 위협”

참석자들은 우선 양자암호통신의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ITU-T SG17 연구그룹 의장인 순천향대 염흥열 교수는 “현대 암호체계 중 RSA, ECDSA같은 공개키암호 알고리즘의 안전성이 소인수분해, 이산대수 문제를 근간으로 보장된다”며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보고서가 발표됐는데 기존 암호체계 키분배시스템의 수학적 안전성이 깨질 수 있어 그에 저항하는 암호체계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SKT 양자난수생성칩을 개발하고 ITU-T 양자암호기술 표준화에 참여 중인 곽승환 퀀텀테크랩장은 “양자컴퓨터로부터 안전한 암호기술은 우리가 연구중인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 두 가지”라며 “QKD는 안전한 키분배를 과제로 삼고 있는데 이 기술을 담은 하드웨어를 더 작고 저렴하게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곽 랩장은 이어 “현재 연구경향은 QKD 대비 PQC에 몰려 있어, 세계적으로 양쪽의 연구인력 비율은 1대 1만 수준으로 규모 차이가 크다”면서 “두 기술을 경쟁관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네트워크단에 QKD를 활용하고 응용단에 PQC를 활용하는 멀티레이어 보안으로 활용 가능한 상호보완 관계”라고 덧붙였다.

아직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는 멀게 느껴지는데, 벌써 양자암호통신 기술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ITU연구위원회 SG13 연구반장이자 20여년간 ITU 표준 전문가로 활동해 온 KT 융합기술원 김형수 기술전략팀장은 “IBM이 소형 양자컴퓨터를 선보이고 최근 소규모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아직 20년은 남았을 거란 인식에서 상용화가 빨리 올 수 있겠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며 “국내에선 아직 논쟁이 부족해 활용면에서 이론적 증명이 안 됐지만 학계에서 답을 주면 좋겠고, 통신사는 이걸 잘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가 급하다”고 말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 정보통신 보안 분야 국제기구인 ITU-T SG17 정보보호 의장을 맡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네트워크연구본부 초연결통신연구소의 김정윤 책임연구원은 “양자암호통신은 기존 암호통신환경과 달리 참여자들이 비밀키를 탈취당하면 알 수 있고, 지금은 암호키라는 소량의 데이터만을 다루고 있지만 발전하면 추후 일반 데이터통신에 적용할 수 있어 중요하다”며 “(상용화하려면) 네트워크장비와 연동이 돼야 하는데, 기술개발과 별개로 경제성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다수 전문가들이 2021년이면 상당한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고 2025년이면 상용 제품이 나올 거라고 전망한다”며 “미국 국가안보국(NSA)같은 첩보기관이 전세계 통신망을 감청해 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현재 IBM이 일정수준의 결과물을 내놨다면 저런 국가정보기관을 통해 기존 암호체계가 위협받는 시기도 더 빨리 온다는 의미라 각국이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의 암호이용활성화 기술지원 업무 담당자이자 PQC 연구개발과제 참여자인 KISA 정보보호산업본부 보안산업단 암호기술팀 최은영 책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현대 암호의 키를 해독하는 능력이 생겨 공개키 기반 암호 사용환경에 문제가 생긴다”며 “스마트카드나 공인인증서 기반 서비스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비해 양자통신환경에서 안전하게 키를 공유하는 QKD와 양자컴퓨터의 암호화, 복호화 기능을 제공하는 PQC 개발이 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IST는 2016년부터 PQC 알고리즘을 공모해 2017년말까지 제출을 받았는데. 미국, 일본, 유럽, 중국에서 82개 알고리즘이 제출됐고 그중 69개가 선정돼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5건 정도가 제출됐는데 5년 후에는 이가운데 PQC를 표준화하고 ITU-T쪽에서도 표준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자암호통신 분야 국가R&D 예산을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성완 정보통신산업과장은 “암호체계를 비롯한 보안은 IT서비스, IT기기, 장비가 탄생하면서 늘 뒤따랐던 거고 산업에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보안”이라며 “4차산업혁명 서비스의 핵심으로 양자암호기술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5~2015년 양자 관련 예산 1천500억원 정도가 투자됐고 2016년에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기획해 하반기 예산타당성조사 통과를 추진했지만 당시 경제성평가에서 편익/비용 비율(B/C ratio)값이 떨어져 보류됐다”며 “예타와 별개로 내년 양자컴퓨팅, 양자센싱과 유사한 수준으로 편성해 올해 대비 100억원 이상 양자암호통신분야 예산을 증액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양자암호통신, 양자 컴퓨팅보다 더 빨리 보편화 될 것"

양자컴퓨팅의 보편화에 대비하는 기술인만큼 양자암호통신은 그보다 더 빠른 보편화가 기대된다.

곽승환 SK텔레콤 박사.

곽 랩장은 “중국은 상해시 푸동의 금융가가 전부 양자암호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우리는 을지로 T타워에서 분당까지 연결한 구간의 노키아 5G 장비에 양자키를 넣어 양자암호화를 도입하고 다른 장비와 연동하는 부분도 개발하는 등 현실적으로 굉장히 많이 와 있다”며 “여전히 장비가 한 쌍에 3억원부터 시작할 정도로 비싸다는 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SKT가 연결해야 하는 전체 광통신 구간은 6천노드 규모로 여기에 3억짜리 장비를 쓴다면 엄청난 돈인데 그 가격을 10분의 1로 줄이면 깔 수 있을 거라 보고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비싼 자원인 광케이블 안에 1개씩 ‘퀀텀채널’을 확보해야 하는데 과거 대비 여유로워졌고, 통신사에서 개발하는 입장이라 비용부담이 적다는 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기술격차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선두인 미국과의 차이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홍 과장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미국대비 4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그중 양자암호통신 쪽의 격차는 2년으로 덜한 편”이라며 “미국은 투자뿐아니라 국가암호 이니셔티브, 퀀텀 이니셔티브 법안을 발의해 하원을 통과했는데 그 내용은 범정부적 양자암호, 정보통신 연구 추진체계 마련이고, 중국은 연구소 설립 계획을 세웠고 최초로 위성을 통한 양자암호통신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성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과장.

이어 “세계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양자암호통신은 전체 4%인데, 나머지 양자센싱, 양자컴퓨팅 대비 굉장히 빨리 성장해 2025년이면 그 비중이 38%까지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며 “그만큼 양자암호통신은 상용화가 가깝고 시장도 빨리 형성될 분야인데 우리나라도 SKT가 단일광자검출기를 중소기업과 같이 개발하는 등 이 분야 세계적 기술을 보유했고, 우리 투자와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초기 기술개발과 시장 확보, 글로벌 시장 접근에 대한 생각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염 교수는 “중요한 민감데이터를 많이 가진 정부망이나, 외교관의 기밀보고가 이뤄지는 외교망, 해킹시 곧바로 금전적 손실이 발생되는 금융분야 등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초기 구축시 발생할 많은 비용을 감수하면서 안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곳에서 쓸 것이라 본다”며 “앞으로 5G같은 대용량 트래픽을 통신사들이 시스템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 안에 양자암호통신이 적용되면 응용분야가 정부, 외교, 금융에서 일반 사용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술개발과 상용화는 별개”라며 “광통신 장비에 QKD를 적용하는 방안을 많이들 얘기하지만, 양자암호통신은 대칭키를 쓰는데 스마트폰으로 (공개키 기반의) 공인인증서, TLS 암호화 환경에 QKD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이 기술이 링크 레이어뿐아니라 그보다 상위 레이어에까지 제공할 기술을 갖췄는지도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국방부나 국가보안, 사회기반시설 분야처럼. 그러면 정부와 시장 의지만 있다면 초기 시장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고 비싼 비용을 치르더라도 양자암호통신이 꼭 필요한 곳에 주문제작된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가야할 것 같다”며 “단지 규모가 국내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느냐가 정부와 서비스사업자의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아는 인터넷 시장 규모를 생각해 보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양자를 필두로 한 통신과 컴퓨팅을 통해 양자인터넷 시대를 준비하는 국내 연구개발을 이끄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최소한 국내시장만이라도 우리 기술, 우리 기업으로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목표에 두되 글로벌 진출의 시작점으로 양자암호통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넓히는 기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최은영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사.

최 책임연구원은 “국가적으로 이 분야에 투자하면서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컴퓨팅이 함께 발전해가고 있지만 상용화 시점은 양자암호통신이 좀 더 빨리 상용화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초기에는 중요한 정보를 많이 다루는 국가 행정망이나 군 쪽, 국가기관, 금융권 통신망에 깔릴 것 같다”고 봤다.

반면 김 책임연구원은 “내부자끼리 보는 자가망에 굳이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쓰는 것에는 좀 다른 생각”이라며 “어떤 특별한, 국방망 이런 것에 서둘러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는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연구개발망이 있고 거기서 QKD망이나 양자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기까지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양자암호통신 분야에 활용될 수 있고 경제성을 높여줄 수 있는 또다른 기술로 양자난수생성기의 개발 성과가 언급됐다.

염 교수는 “기존 암호통신에서 키를 어떻게 랜덤하게, 예측불가능하게 생성하느냐가 중요한 이슈였는데 양자난수생성기는 그 엔트로피가 높아서 굉장히 안전하게 난수를 생성할 수 있게 해 준다”며 “지금 쓰는 TLS나 전송망, 와이파이 암호체계에도 안전한 난수생성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기술이고 이미 만들어져 있고 앞으로도 많이 활용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곽 랩장은 “기존 난수생성기가 현대 보안에 필요한 난수성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암호, 양자난수생성기가 시스템 자체에 들어가야 한다”며 “LED, CMOS, 이미지센서, ASIC같은 저렴한 부품을 모아 확실한 난수생성기를 만들 수 있었고, 우리는 작년에 처음 샘플을 만든 뒤 올해 상용제품 개발을 마무리해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수 KT 박사.

그는 “미국 NSA, 일본 정보통신연구소(NICT)에서 사가고 있는데, 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몇 센트짜리 일반 난수생성기를 쓰면 되지만 그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SKT의) 몇 달러짜리 칩을 사 가는 것”이라며 “모 글로벌 모바일업체, 자동차업체와 얘기가 잘 되고 있어 몇천만개, 1억개 팔아야 가능한 (투자회수)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국내 스타트업 중 양자난수생성기를 만든 이와이엘(EYL)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KT는 이 회사와 협업하고 있고 그 기술로 미국 NIST 쪽에 인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양자난수생성기의 실제 요구사항은 확실한 임의성(randomness)이다. 이걸 확보하는 방안의 하나로 양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이엘은 방사선의 반감기를 이용해 임의성을 만들었다고 했고 검증을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 양자암호통신 표준화 현재는 한국이 앞서...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해야

김 팀장은 “양자암호통신이 만들어지면 전송 장비를 연결할 시, 연계 통신이 QKD 장비마다 다 다르게 된다”며 “표준을 만들어 놓게 되면 굳이 특정 회사의 전용 기술에 기울어질 필요 없이 표준에 맞춰서 개발하면 끝”이라고 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IT 표준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표준”이라며 “표준을 만들어 놓으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사업자들은 표준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과장은 표준에 관련해서는 한국이 독보적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에는 사물인터넷, 2016년에는 5G, 2017년에는 블록체인, 올해는 양자암호통신까지 모두 한국이 먼저 표준화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도 “적어도 양자암호통신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국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현재 연구반 17이라 불리는 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의 의장을 맡고 있다.

정보보호연구반에서는 QKD 전문가가 모여 정보 보안을 담당한다. SKT와 IDQ도 최근 정보보호연구반에서 함께 두 개의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다.

KT도 ITU-T 미래네트워크연구반(SG13)에서 표준화 추진을 처음 시작했다. SG13은 미래 네트워크를 주로 다룬다. 현재 KT 융합기술원 기술전략담당 김형수 기술전략팀장이 SG13에서 표준화를 책임지는 에디터를 맡고 있다.

하지만 표준화 주도가 쉬운 일은 아니다. 표준화 주도를 놓고 국가 간 신경전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최은영 KISA 책임연구원은 “중국도 QKD와 관련해 표준화를 진행하려 하는데 많은 국가들이 저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책임연구원은 “아직 KISA는 양자암호통신 쪽으로는 적극적으로 리딩하고 있지 않다”며 “ITU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표준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가 관련 연구나 지원을 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 랩장도 이에 동의했다. 곽 랩장은 “표준 자체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며 “다만, 강대국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대표단이 시비를 걸 때가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염 교수는 별도의 연구 과제 그룹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연구반17에서도 표준 개발을 할 수는 있지만, 진짜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연구 과제를 신설해 우리가 표준화를 주도할 수도 있다”며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홍 과장은 “통신사업자들이 직접 개발하고 성과를 이뤄 국제 표준을 만드는 건 권장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분야는 사업자들의 연구.개발이 표준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정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이어 “국제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 사업자들만 갔을 때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외교부와도 협력해 국가적인 이해관계 상충을 조정해 표준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교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자암호통신 강국 되려면 기존 인프라와 연관성 높여야"

최 책임연구원은 양자암호통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와의 연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을 IT강국이라 얘기할 때는 인프라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을 가지고 어떻게 기존 인프라에 깔고 활용할지, 방법론이나 보안 취약 부분을 안내서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양자암호통신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적으로는 각각의 기업 간 이해가 상충할 수 있으니 정부가 그런 부분을 조정하고, 국외적으로는 표준화 활동을 막는 국가들이 있으니 그런 국가들을 잘 설득해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산학연 간 협력 체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표준화는 산업계 주도로 가야 파급 효과가 크다”며 “산업계가 국제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학계가 가지고 있는 표준인력을 활용해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 랩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산업체와 연구소가 함께 끌어가 해외 교류도 늘리면 학생들이 양자암호통신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 관련 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주체 기관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표준을 왜 하는지에 대해 알리는 홍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독립적인 시스템끼리 통신할 때,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안 된다”며 “상호 운용성을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항상 같이 고려해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표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려면 라우터 장비 업체, QKD 업체가 같이 국내 표준을 만들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양자암호통신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인 변혁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잠재성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제 표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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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과장은 “현재 확실한 양자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로 기업이 중장기 투자에 대해 주저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시기에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며 예산, 투자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계.산업계가 같이 협력해 연구할 수 있는 체계도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인력 양성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양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인 발전을 하기는 어렵다”며 “고급 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