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표 망중립성' 법정 공방 끝났다

美대법원, 상고 기각…FCC의 ISP 재분류 사실상 인정

방송/통신입력 :2018/11/06 08:46    수정: 2018/11/06 08: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재분류한 것은 합법적인 권한 행사란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인정받게 됐다. 이로써 오바마 시절 확립된 망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통신연합이 오바마 시절 확립된 오픈인터넷규칙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 신청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고 씨넷을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판결로 FCC의 ISP 재분류 권한을 인정한 워싱턴D.C 항소법원 판결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보도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4대3으로 통신연합의 상고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4대3 판결이 나온 것은 연방대법원 판사 9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임 대법관인 브렛 캐버노는 2016년 당시 워싱턴D.C 항소법원에 재직하면서 망중립성 판결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제척 사유에 해당됐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통신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서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 상고 신청 이후 상황달라져 판결 큰 의미 없어

상고 신청을 한 것은 미국 통신연합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통신사들이 망중립성 원칙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번 판결은 다소 복잡하다. 상고신청을 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오바마 시절 확립된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된 때문이다.

이번 상고신청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오바마 시절 FCC가 통과시킨 오픈인터넷규칙이었다. 톰 휠러가 이끌던 FCC는 2015년 2월 유무선 ISP를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커먼캐리어 사업자)로 재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오픈인터넷규칙을 통과시켰다.

이 규칙은 2015년 4월 공식 발효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그러자 AT&T, 버라이즌 등이 소속돼 있는 통신연합이 곧바로 항소했다. 이들은 워싱턴D.C 항소법원에 제기한 소장을 통해 “FCC가 ISP 재분류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싱턴D.C 항소법원은 2016년 6월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 이후 통신연합은 다시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이들은 FCC가 ISP를 재분류한 것이 정당한 권한 행사인지 여부에 대해 심의해 줄 것을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통신연합은 내심 FCC의 ISP 재분류가 정당한 권한 행사란 판결 자체를 판례 목록에서 지워버리길 원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상고신청 기각으로 이런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 망중립성 옹호그룹은 "향후 소송에 큰 힘" 주장

망중립성 자체만 놓고 보면 이번 판결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상고신청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망중립성 원칙 자체를 폐기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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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연방대법원이 통신연합 상고신청을 받아들인 뒤 항소심 판결을 기각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망중립성 옹호자들은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씨넷에 따르면 망중립성 옹호자들은 “FCC가 ISP를 커먼캐리어로 재분류한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란 워싱턴D.C 판결이 그대로 살아 있게 됨에 따라 향후 소송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