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팀쿡…혁신없는 고가 아이폰 '휘청'

"보조금·보상판매 전략 단기성과에 그칠 것"

홈&모바일입력 :2018/11/30 11:25    수정: 2018/11/30 14:26

“혁신 기술을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할 소비자는 언제나 존재한다고 믿는다. 애플은 수익을 높이기에 충분한 고객 기반이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믿음이 꺾이고 있다. 팀 쿡은 지난 9월 아이폰 신제품 3종을 공개한 직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하지만 두 달 가량이 지난 지금 애플은 아이폰 판매 부진에 허덕이며 보조금과 보상판매 정책 등을 강화하며 부족한 판매량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애플이 지난 9월 선보인 아이폰XR·XS·XS맥스 신제품 3종은 지난해 10주년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계승했으며, 최상위 모델은 환율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2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아이폰의 지난 분기 평균판매가격(ASP)는 793달러를 기록, 1년 전(650달러)과 비교해 150달러 가량 상승했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아이폰X을 선보인 직후 비싼 가격 탓에 주가가 떨어지는 등 업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지만,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였다. 아이폰X에 최초로 적용된 노치 디자인은 초기 부정적인 평을 받았지만 올해 들어 여러 제조사들이 노치 디자인 대열에 합류하며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 9월 마감된 분기 판매량(4천690만대)이 전년(4천670만대)과 거의 동일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29% 증가하는 수혜를 누렸다. 애플은 그 전 분기에도 판매량은 1% 늘었지만 매출액은 20% 증가했다. 고가 아이폰X에 대한 호응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확인한 애플은 올해 신제품 역시 판매량을 늘리기 보다는 가격을 높여 수익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아이폰 개별 기기 판매량을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애플 아이폰 부품 공급사들이 잇따라 매출 예측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아이폰 출하량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아이폰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애플의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씨넷)

부진을 겪고 있는 휴대폰 업체는 비단 애플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늘어나면서 전체 시장성장이 정체된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다.

하지만 팀 쿡의 말대로 아이폰 신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혁신에 부응했다면, 가격이 높게 책정되더라도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신기술과 다양한 가격대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입지를 높여 애플을 두 분기째 제친 중국 화웨이와도 대조된다.

아이폰XS는 아이폰X과 동일한 5.8인치 화면 크기로 외관 디자인이 유사하다. 달라진 점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과 메모리가 강화되고 카메라 소프트웨어(SW) 기능이 개선됐으며, 배터리 사용 시간이 30분 가량 늘어났다는 점 등이다. 반면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하고 화면 지문 인식을 삼성과 애플에 앞서 탑재하며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화웨이가 애플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은 올해 중순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애플이 아이폰X 출시 이후에도 높은 매출액을 거둔 것과 별개로 점유율은 꾸준히 감소해왔기 때문이다. 출하량 점유율이 감소한 것은 결국 아이폰 사용자들이 이탈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를 틈타 화웨이는 아시아, 동유럽, 남아메리카 시장에서 애플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호주, 중동아프리카, 서유럽에서도 애플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애플은 일본 이통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에선 보상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요 이통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아이폰XR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는데 신제품 출시 한 달 만에 가격을 내리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미국에선 구형 아이폰을 반납하고 아이폰XS와 아이폰XR을 구매하면 최대 100달러를 더 보상해주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을 소모해 판매량을 보존하는 것은 단기적인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애플이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서비스 등 개발 생태계 개방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선임연구원은 "애플은 신제품 출시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술 변화가 크지 않은 점과 고가 전략, 서비스 부재 등 다양한 요인으로 아이폰 매출 성장동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최근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과거 판매 수준으로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 판매량 회복보다 가치 전달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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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연구원은 또 "애플이 보여주었던 혁신, 즉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한 '새로운 가치'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는 다양한 산업군과의 협업, 스마트폰을 통한 커넥티드 홈, 커넥티드 라이프의 구현 역시 스마트폰이 새로이 강조할만한 가치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으로 인해 서비스 개발이 더디고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늦어지는 등 뒤처지고 있다. 기업의 OS 개발 인력이 iOS 10%, 안드로이드 90%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애플이 홀로그램 등 차세대 기술을 통해 혁신을 보여주지 않고 고가 전략만을 밀고 나가는 이상 애플 진영 이탈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