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과 편견에 두 번 우는 비운의 아이폰

[리뷰] 애플 아이폰XR

홈&모바일입력 :2018/12/02 09:24    수정: 2018/12/03 15:14

애플 아이폰XR. 올해 아이폰 라인업 중 유일하게 IPS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 아이폰XR. 올해 아이폰 라인업 중 유일하게 IPS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 아이폰XR은 올해 출시된 아이폰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아이폰XS·XS 맥스와 달리 6.1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LTE 속도나 후면 카메라 갯수, 메모리 용량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무채색 위주의 아이폰XS에 비해 총 6개 색상이 준비되어 있고 향상된 색 재현력으로 돌비비전이나 HDR10 등 콘텐츠를 OLED 디스플레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재생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은 언락폰 기준 64GB 제품이 99만원.

■ 훨씬 다채로워진 색상에 '만족', 무게는 '불만'

5년 전 나왔던 아이폰5C 이후로 최근 몇 년간 아이폰 색상은 무채색이나 금속 재질로 굳어진 감이 있다. 매년 꾸준히 프로덕트 레드 라인업이 나왔지만, 이 색상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색상이다.

아이폰XR은 색상에 대한 선택지가 제법 풍부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반면 아이폰XR은 블랙, 화이트 이외에 옐로, 코럴, 블루, 프로덕트 레드 등 제법 선택지가 풍부하다. 화이트 색상도 2010년 아이폰4가 생각날 만큼 순도가 높아졌다(아이폰XS의 그것은 '실버'다). 매각 등 뒷 일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가장 고르고 싶은 색상은 '코럴'이다.

다만 아이폰8(148g)이나 아이폰XS(177g)를 넘어 아이폰XS 맥스(208g)에 근접할 정도인 무게, 194g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다 보면 손목이 절로 아파온다.

화면을 키우며 무게와 두께는 제법 부담스러워졌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예상외로 매끄러운 유리 재질 탓에 손에서 놓치면 화면 파손에만 25만 5천원, 운 나쁘게 대파될 경우 출고가의 절반인 50만 5천원이 한 방에 날아간다. 결국 케이스를 씌우면 무게와 두께는 차량용 거치대도 힘겨워할 정도로 늘어난다.

■ 이 광활한 테두리를 어찌할까

아이폰XR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것이 디스플레이, 특히 화면 테두리(베젤)다. JDI가 만든 거의 동일한 패널(풀액티브)을 쓴 샤오미 미믹스2와 비교해봐도 한층 두터운 테두리는 아무래도 거슬린다. 1~2mm 정도는 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층 두터워진 화면 테두리에는 불만이 남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전 세대 제품인 아이폰8 플러스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여전히 풀HD(1920×1080 화소)에 못 미치는 해상도도 불만 요소 중 하나다. 눈에서 30~40cm 떨어진 곳에서 본다면 아이폰XS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눈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2% 부족한 해상도는 아쉽다.

그러나 색 재현도나 품질은 애플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OLED 디스플레이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화면 최대 밝기는 아이폰XS보다 낮지만 전체적인 색조나 색상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돌비비전이나 HDR10 콘텐츠도 OLED 화면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된다.

올해 출시된 아이폰 중 유일하게 아이폰XR에만 남은 장점도 있다. 장시간 같은 게임을 즐기거나, 자동사냥 기능을 쓰거나,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해도 번인이 일어날까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

■ 싱글 렌즈의 한계, AI로 보완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요즘은 주간에 찍은 사진으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사실 빛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모두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가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바로 암부사진이다.

뉴럴 엔진은 사진을 찍는 과정 전반에 보이지 않게 관여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이폰XR에 탑재된 카메라는 조리개 F/1.8 광각 카메라 하나 뿐이지만 야간 사진에서는 이전 아이폰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센서를 키우고 영상처리엔진을 교체한 것 이외에도 A12 바이오닉 칩 안의 뉴럴 엔진이 보이지 않게 여러 과정에 관여하는 탓이다.

기존 아이폰의 HDR 기능은 사진 3장의 평균을 냈지만 스마트 HDR은 최소한 네 장 이상의 사진으로 평균값을 내서 보다 자연스럽고 깊은 색을 낸다. 특히 여러 조명이 복잡하게 겹쳐진 야경에서 그 효과는 절대적이다.

스마트 HDR의 효과는 야경에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뉴럴 엔진을 이용해 카메라 하나로만 작동하는 인물 사진 모드는 아이폰XS에 비해 어두운 곳에서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소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바로 사람 얼굴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A12 칩의 성능을 활용하는 서드파티 앱을 기다려 보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 '뜨거운 감자' 된 원인, 과연 성능 탓일까

올해 출시된 아이폰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아이폰XR일 듯 하다. 운동장만한(?) 베젤, 풀HD에 이르지 못한 해상도가 주된 레퍼토리다. 오히려 주변에서 한 두 마디씩 거드는 참견 때문에 실제 쓰는 사람들마저 무안해지는 스마트폰이다.

아이폰XR이 환영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가격일지도 모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심지어는 누가 돈을 댔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일본 통신사 판매 정책으로 '한국 호구론'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런 의견의 기저에 깔린 공통적인 정서는 바로 '가격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대한 성토'가 아닐까.

애플코리아가 국내 출시하는 제품에 어떤 환율을 무슨 기준으로 적용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부가세를 제외한 가격만 따져보면 현재 애플은 1달러당 1,200원 가량을 책정한다. 이는 2016년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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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S와 거의 동일한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과 편견에 두 번 울고 가는 것이 아이폰XR의 현주소다. 아이폰XR 가격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했었다면 지금처럼 집중포화를 맞았을까. 실 사용자로서 정말 궁금하다.

▶ 아이폰XR로 촬영한 무보정 원본 사진 다운로드 (원드라이브) :https://1drv.ms/f/s!Aj8f0v7tesPMxmMIyzuwTdRJ2_Eu※ HEIC 파일과 JPEG 파일 중 원하는 포맷의 사진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샘플 사진의 영리·비영리 활용,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