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추락 속 OLED 전환 가속화

[이슈진단+] 2018년 결산...디스플레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2/18 08:32    수정: 2018/12/31 11:40

"LCD가 뒤흔들고 OLED가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낸 한마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세가 새해 벽두부터 디스플레이 업계를 괴롭혔다. 급기야 업계가 묵시적으로 정해놓은 가격 방어선마저 붕괴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OLED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LCD에 의존해 온 시장이 OLED로 재편됨에 따라 업계는 OLED 기술격차 벌리기에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진짜' 플렉시블(Flexible) OLED의 첫 타자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해진 한 해였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올 한 해를 타임라인으로 재구성해봤다.

LG디스플레이가 연초 공개한 세계 최초의 88인치 8K OLED TV용 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1월 LCD 가격 추락...OLED 전환에 가속 페달

#1월 초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LCD 평균판매가격(ASP)은 지난해 1월 210달러(약 23만원)에서 12월 170달러(약 18만8천원)로 급락했다. 추세는 7월까지 이어졌다.

#LCD 가격 하락은 BOE·차이나스타(CSOT)등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생산설비를 가동했기 때문. 중국은 TV용 대형 LCD에 이어 스마트폰용 LCD 패널(LTPS LCD) 시장에서도 국내를 넘어서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 톈마(Tianma)는 점유율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를 제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의 손이 뻗지 않은 '최후의 보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눈을 돌렸다. LG디스플레이는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8K 해상도를 적용한 88인치형 대형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2월 아이폰X 판매부진설...내년으로 미뤄진 화면일체형 지문인식

#애플의 10주년 기념 스마트폰 ‘아이폰X’의 판매량이 예상외로 부진하다는 우려가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조기 단종설’까지 등장. 아이폰X용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상생발전위원회' 출범식에서 만난 이동훈 사장에게 쏟아진 질문 역시 'A to Z' 아이폰이었다. 이 사장은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혁신을 일으킬 ‘화면일체형 지문인식’ 기술 상용화가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일찍이 중국 비보(VIVO)가 해당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이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하반기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에 해당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갤럭시노트9이 출시되면서 빗나갔다. 내년 신제품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發) LCD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패널 가격이 끝도 없이 하락했던 한 해였다. (사진=픽사베이)

■ 3월 LCD 패널 가격 붕괴...삼성, 애플에 AMOLED 또 독점 공급?

#1분기가 끝나가면서 LCD 업계들의 한숨 소리도 거세졌다. 중국발(發) LCD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패널 가격이 끝도 없이 하락했기 때문. 업체별로 1분기 영업이익이 조(兆) 단위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한 편에선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해 매출의 90%를 LCD로 벌어들인 LG디스플레이는 6년 만에 적자전환이 확실시 됐다. 다음 달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예상은 들어맞게 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애플에 아이폰용 AM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인 즉, 5월부터 패널 생산에 들어가 월200만~300만 대, 6월엔 400만~600만 대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이었다. LG디스플레이도 이후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업체로 뒤늦게 물망에 올랐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양산 소식은 없다

■ 4월 6년만에 적자 전환 LGD, 흑자 턱걸이 한 삼성D

#LG디스플레이가 6년만에 영업 적자로 전환했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업계가 1분기 어닝시즌에 돌입했다. 영업손실은 자그마치 983억원. LGD는 OLED 전환, 크리스탈사운드OLED(CSO)·월페이퍼(Wallpaper) 등 차별화 제품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LCD 비중이 적은 삼성디스플레이도 비수기를 피할 순 없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영업이익 4천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이 1조3천억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 심지어 이는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률의 10분에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복병은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와의 경쟁이 심화된 중소형 AMOLED였다.

#양사는 비수기임에도 나란히 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며 간신히 체면을 세웠다. 그런데 출하량 기준으로는 BOE가 LG를 2% 앞서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추격도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5월 삼성디스플레이 작업환경보고서는 국가핵심기술

#5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판정했다. 전달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보고서에도 국가핵심기술이 일부 포함됐다고 발표한 데 이은 2번째 판결이었다.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보고서가 만약 외부로 유출된다면 경쟁 업체의 노하우 증대와 생산성 향상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은 지난 3월 한 종합편성채널 관계자가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보고서 정보 공개 청구를 신청하면서 촉발됐다. 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은 ▲8세대 이상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의 설계·공정·제조·구동 기술 ▲AMOLED 패널의 설계·공정·제조 기술이다.

■ 6월 추락하는 LCD 가격엔 날개가 없다

#6월 들어 LCD 패널 가격 하락세 곡선이 가파르게 변했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초과 공급이 발생해 당분간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까지 대두됐다.

#일본과 중국이 2020년을 목표로 대형 OLED 제작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잉크젯프린팅’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 JOLED는 이 공정을 이용한 OLED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고, 중국 CSOT도 2021년부터 같은 방식을 이용해 TV용 OLED 패널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것. 국내 업체들은 개발에 열중하는 한편, 일본과 중국의 기술 선점 가능성을 염려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공장 조감도. (사진=LG디스플레이)

■ 7월 LGD 광저우공장 승인됐지만...적자 늪에 빠져

#중국 정부가 7월 10일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합작법인을 승인하면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올해 착공돼 8.5세대(2,200 x 2,500) OLED 패널을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LG디스플레이는 유리원판 투입 기준으로 월 6만 장 생산능력(CAPA)을 갖추고, 향후 최대 월 9만 장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어김없이 돌아왔고,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이어 영업적자를 이어갔다. 영업 손실액은 2천28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원인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LCD였다. LG디스플레이는 고심끝에 LCD 중심의 사업구조 탈피를 위해 투자 규모를 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2분기 적자를 겨우 면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8K 등 고부가 패널로 위기를 타파하겠다고 강조했다.

■ 8월 LCD 가격 깜짝 상승

#LCD 패널 가격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 화색이 돌기 시작. 대형 패널(65~75인치)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가격이 소폭 상승하거나 유지됐다. 패널 가격이 갑자기 반등한 원인은 ▲중국 패널업체들이 세트 업체에 제품 가격을 인상을 요구한 점 ▲연말 성수기를 대비해 제조사·공급사가 수요 증가를 기대한 점 등으로 분석됐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대형 TFT-LCD 시장에서 불꽃튀는 경쟁을 펼쳤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BOE는 출하 대수(유닛·Unit) 기준으로 1위를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는 면적 비교에서 앞섰다. LCD 가격이 상승하면서, 총 점유율 1위를 향한 양사의 경쟁도 한층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 9월 2개월 연속 오름세...되살아나는 LCD

#LCD 패널이 2개월 연속으로 가격 상승세를 이었다. 50인치 이하 패널 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졌고, 55인치 이상 대형 패널은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TV가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선 덕이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실적 개선에 오랜만에 기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으로의 OLED 기술 유출 시도 공작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에 이어 LG디스플레이 퇴직자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P-OLED 전문 기술자로 알려진 LG디스플레이 퇴직자 A씨는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사 측에 제출하고 중국 업체 '비전옥스'로 이직을 시도했다.

#LCD 가격이 반짝 상승했음에도 LG디스플레이가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경기 파주·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5년차 이상 생산직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결정에 대해 ‘OLED 사업 전환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해석했다.

■ 10월 LG OLED TV 패널 5년만에 흑자 구현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영업이익 1천401억원을 거둬 3개 분기 이어진 영업 적자 행진이 막을 내렸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건 5년 만에 분기 흑자를 달성한 OLED TV 사업. 2013년 20만 대였던 OLED TV 패널 판매량은 지난해 170만 대를 돌파했다.

#OLED TV 패널 흑자 전환은 지난 8월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 대형 OLED 판매 실적이 13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60만 대의 2배를 넘어선 것이다. 내년 하반기 월 6만장 규모의 8.5세대 광저우 OLED 공장 완공을 앞둔 LG디스플레이는 "OLED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10월 30일 IHS마킷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된 AMOLED 출하량이 증가한 덕이다. 출하량은 자그마치 1억1천400만 대. 덕분에 중국 BOE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같은 시기 삼성디스플레이의 AMOLED 매출은 전체 80%에 이르렀다.

삼성전자가 SDC 2018에서 공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진=유튜브 캡처)

■ 11월 20만번 펴는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개봉박두

#소문만 무성했던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의 윤곽이 드러났다. 삼성전자가 11월 8일 폴더블 패널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공개한 것. 화면을 펼치면 7.3인치, 접으면 4.6인치 크기로, 안 쪽 방향으로 접힌다. 외부에 장착된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접힌 상태에서 내부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폴더블 패널의 핵심 소재인 '투명폴리이미드 필름(CPI)'도 주목 받았다. CPI는 유리와 비슷한 표면에도 빛이 투명하게 투과되는 성질과 구부리고 접었다 펼 수 있는 특성을 지녔다. 유리 소재인 기존 커버윈도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소재로, 커버 윈도의 글라스를 대체하는 '핵심 신소재'가 될 전망.

#삼성디스플레이의 '30년 지기' 협력사인 국내 중소기업 T사가 삼성과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 11명은 OLED 엣지패널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약 15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3년간 매출 6조5천억원, 영업이익 1조원 가량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 내년 2019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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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플렉시블 OLED 투자의 원년이었다면, 내년은 플렉시블 OLED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은 폴더블 OLED 패널이 탑재될 폴더블폰의 성장세가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폴더블 폰 출하량은 ▲내년 300만 대 ▲2020년 1천400만 대 ▲2021년 3천만 대 ▲2022년 5천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등 후발 주자들도 폴더블 OLED 패널에 매진할 전망이다.

#올 한 해 디스플레이 업계를 들쑤셨던 LCD 업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최근 중국 CSOT가 두 번째 10.5세대 공장을 가동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업계는 벌써부터 울상이다. 중소형은 LCD에서 대세가 돼 버린 OLED로 빠른 전환이 예상된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