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역성장 속 新3강 체제 전환

[이슈진단+] 2018년 결산...스마트폰

홈&모바일입력 :2018/12/18 08:00    수정: 2018/12/18 17:11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된 혁신을 극복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하드웨어 스펙 전쟁과 중국의 추격이 두드러졌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며 스마트폰의 성능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길어진 교체 주기의 영향과 더불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하면서 전체 시장은 역성장했다.

소비자 수요가 줄고 성능이 상향평준화되자 스마트폰 신제품은 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주기는 늘어나고 판매량은 줄었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신흥 국가의 급격한 환율 변동, 미·중 무역 갈등도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치도 크게 빗나가게 됐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초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6% 성장하며 16억2천85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최근 들어 14억8천1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2~3억대 가량 적은 규모로 출시됐던 2007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되는 것이다.

왼쪽부터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의 하반기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사진=각 사)

■'커지고 많아지고'...정체된 혁신 속 스펙 전쟁

올해 스마트폰 업계의 마케팅 포인트는 늘어난 카메라 개수와 베젤리스(테두리가 없는) 대화면 등으로 요약된다. '혁신의 부재'라는 비판을 탈피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에 더해 동영상 시청, 게임, 촬영 등 멀티미디어 사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그러면서 대용량 메모리와 배터리 성능도 강조됐다.

우선 화면은 디자인과 크기를 중심으로 진화했다. 디자인은 아이폰 노치 디자인이 새 트렌드로 떠올랐다. 노치 디자인은 공개 당시 사용성과 심미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제품 차별화와 애플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소구 포인트로 삼기 위한 업체들의 니즈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엣지 디자인을 유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풀스크린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카메라 구멍만을 남겨놓은 홀 디스플레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화면 크기는 커지다 못해 소형 태블릿과 비슷해졌다. 하반기 들어 패블릿(태블릿+스마트폰) 원조 삼성전자가 6.4인치 갤럭시노트9을 선보이며 대화면 선두 수성에 나섰지만, 곧 애플이 6.5인치 아이폰XS맥스를 내놨다. 이어 화웨이가 7.2인치 메이트 20 X를 선보이며 신경전을 펼쳤다.

카메라는 고화소와 숫자 경쟁이 이어졌다. 카메라 화소는 4천만을 넘어섰다. 렌즈의 개수는 화웨이가 최초로 선보인 P20 프로의 트리플 카메라를 시작으로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전자가 중가폰을 통해 최초로 쿼드(4개) 카메라를 선보였고, 스마트폰 카메라 갯수는 전후면 합 최대 6개까지 늘어났다. 화질 경쟁의 승부수로 디지털카메라급 이미지 센서도 등장했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화질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일부 중국 제조사들이 디지털 카메라급 이미지 센서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면서 화질 우위를 점했다"며 "이미지 센서가 커지면 부족한 스마트폰 공간으로 인해 얇은 두께 등을 구현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화질 측면에서 호평을 받자 모바일용 센서를 탑재하던 선두 업체들도 대응에 나선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갤럭시A9 신제품 후면에 쿼드 카메라가 적용됐다.(사진=트위터)

이처럼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되면서 '게이밍 스마트폰'의 존재감도 높아졌다. 업체들은 각 신제품의 게이밍 성능을 강조하며 제품의 고스펙 홍보와 수익 확보에 유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나섰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지난 5년간 연평균 34.9%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유로모니터 자료)한 것도 한몫했다.

다만 인공지능(AI) 음성비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졌다. AI 음성비서는 아직 하드웨어에 비해서는 발전 속도가 느렸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물인터넷(IoT)과의 융합돼 전자·가전 제품을 연동시켜 스마트홈 등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성장 동력으로 꼽힐 전망이다. AI 음성인식은 목소리, 억양, 톤, 문맥적 해석 등 복잡한 알고리즘을 반영해야 해 기술 개발이 까다롭다.

유로모니터 강정현 연구원은 "AI 음성인식은 하드웨어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뎠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AI 스피커, 가전 기기에 적용된 음성인식 기능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생태계가 스마트홈을 넘어 자동차까지 적용돼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가 온다면 전장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음성인식을 통해 얻는 소비자 데이터로 보다 정확한 소비자 맞춤형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만원도 훌쩍...스마트폰 가격 고공행진

스마트폰 스펙이 높아지자 가격도 치솟았다. 낮은 판매량을 상쇄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스마트폰 시리즈 최상위 모델은 200만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무리하게 고가 전략을 취한 업체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줄어드는 스마트폰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매출액은 확대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1.3% 감소했지만,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2%P 오른 9%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6.5인치 아이폰XS맥스와 5.8인치 아이폰XS이 11월2일 국내에 출시된다.(사진=애플)

애플이 대표적이다. 아이폰XR·XS·XS맥스 3종이 출시된 지난 분기 아이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150달러 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오른 가격에 비해 제품의 혁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며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애플은 이례적으로 보조금과 보상판매 정책을 강화, 판매 부진 해소에 나섰지만,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잇따라 매출액 전망치를 낮추고 주가가 하락하며 고가 전략에 대한 논란은 불거졌다.

중국 제조사들 역시 중저가 라인업을 중심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웠지만, 프리미엄 라인업의 가격을 대폭 높이며 수익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화웨이의 하반기 프리미엄 전략폰의 최상위 모델인 메이트20 RS는 무려 2천95유로(약 273만원)다. 메이트20의 최하위 모델의 가격도 799유로(약 104만원)으로 시장 1위 삼성전자의 동급 전략폰 갤럭시노트9의 가격(약 109만4천500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中 추격 속도…미·중 무역갈등 여파도 지속

중국의 추격은 우려에서 현실이 됐다.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선두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을 부지런히 빼앗았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몸집을 키운 데 이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점유율을 늘렸다. 이에 글로벌 시장 3위였던 화웨이는 지난 2분기부터 2분기 연속 애플을 넘어섰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2강 구도가 깨졌다.

1위 삼성전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업체들은 상위 6개 업체 중 삼성전자와 애플 외 자리를 모두 꿰찼으며 큰 폭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이들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국에서도 0%대 점유율로 고전하며 현지 톈진 생산라인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새 격전지로 부상한 인도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인도에서 6년 만에 샤오미에게 1위를 내줬으며 올해 들어서도 1분기와 3분기 2위로 내려앉았다.

화웨이 로고 (사진=화웨이)

LG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쟁 심화 속 브랜드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실패하면서 지난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수장을 1년 만에 교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시장 8위로 점유율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판매량은 25% 가량 하락했다.

화웨이와 애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각각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아시아와 유럽 등 지역에서 입지를 높혀가고 있지만 북미 시장 진출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최근 통신장비를 두고 벌어진 화웨이 사태 여파는 스마트폰 시장으로도 번졌다. 현재 중국에서는 아이폰 불매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내년 5G·폴더블폰 시대 개막

내년에 새롭게 등판할 폴더블·5G는 업체들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회심의 카드이자 선두 경쟁자를 추격할 좋은 먹잇감이 될 전망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혁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 속에 완전히 다른 폼팩터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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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스마트폰은 모든 기기를 초고속으로 연결할 수 있다. 4K 초고화질 동영상, 실시간 개인 방송, 클라우드 게임 등 네트워크 속도 제약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던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 연구원은 "내년 5G 시대가 개막하며 스마트폰이 가전 등 스마트홈 기기와 연동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새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기술 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폴더블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 개발,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합한 주변기기 등 파생산업 확장으로도 이어지겠지만, 대량생산 문제, 높은 가격 등 이슈들은 분명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