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D프린터 中企경쟁 지정에 거는 기대

시장 플레이어 활성화하고 중기 기술력 키우는 효과 있기를

기자수첩입력 :2018/12/24 09:39

이달 초 3D프린터가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중기간경쟁제품) 품목으로 지정됐다. 중기간경쟁제품은 공공기관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 판로를 지원하는 제도다.

2019~2021년 중기간경쟁제품 품목으로 신청된 234개 중 3D프린터는 가장 논란이 컸던 품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지정 품목을 발표했을 당시 관련 취재진 질문도 가장 많이 나왔다.

이 과정을 쭉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는 지정에 찬성하는 국내 일부 중소기업과 반대하는 중견기업, 국내 진출한 해외기업들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찬성 측 말마따나 토종 3D프린팅 기업들은 규모나 매출, 기술 면에서 해외기업과 경쟁이 어렵다. 꾸준히 기술 개발하며 유망성을 보이는 기업도 있지만 역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느껴 연구개발비가 항상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정부가 국내 3D프린팅산업 역량을 정말 키우고 싶다면 3년간 공공시장만이라도 지원해달라고 주장한다. 지원 시기를 놓치면 지원할 국내 기업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이병권 중기부 성장지원정책관이 5일 중기중앙회에서 2019년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분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으로 국내 3D프린팅 시장이 갈라파고스화되면 규모와 기술 수준 모두 하향될 것이란 반대 측 입장도 이해간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성장이 더딘 국내 3D프린팅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와 기폭제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3D프린터를 이용해 신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수요처들은 국내 기업 제품 중 사용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곳도 많다. 신도리코 같은 국내 중견기업이나 해외사 3D프린터를 유통하는 중소기업들은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으로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토로한다.

결과적으로 중기부는 양측 주장을 고려한 절충안을 내놨다. 3D프린터를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하되 기술적 장벽이 낮은 소재압출적층(FDM)방식 공공 입찰시장의 50%만 국내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의무화로 규정했다. 쿼터제 적용으로 국내 중견기업이나 해외사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들도 활동할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중기부는 이번 지정안으로 국내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중국산 저가 FDM방식 3D프린터를 막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자 역시 중기부 지정안이 국내 시장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한 절충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기간경쟁제품 지정만으로 국내 3D프린팅업계 성장 발판이 완성됐다고 보진 않는다. 상용화 가능한 기술 중심 개발 지원이나 3D프린팅 애플리케이션 발굴 연구 활성화, 국책과제와 공공시장 입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없애기 등 많은 작업과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

기대되는 정책적 효과는 이번 지정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일정 수준 안정적인 판로를 얻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수익을 거두는 순기능이다. 국내 중견기업과 해외사들도 활동하며 시장을 키우고 고객사들도 고기능 장비를 활용해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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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나아가자면 이번 지정안이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읽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여러 산업 분야 기업들이 3D프린팅산업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중소기업들에만 열린 것이 아닌 성장성 있는 신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기술 활용과 도입이 이어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병권 중기부 성장지원정책관 역시 중기간경쟁제품 품목 지정 배경을 물은 기자들에게 "제도 목적은 중소기업 기술 개발과 판로 지원도 있지만 지나친 시장 보호나 왜곡을 없애야 한다는 것도 있다"며 "이를 위해 시장 상황을 보고 보수적으로 지정안을 잡았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키우면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들어와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도 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