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饗宴] 삼성전자 vs 화웨이...운명의 '기해년'

데스크 칼럼입력 :2019/01/03 15:51    수정: 2019/01/03 17:14

# 삼성전자는 2003년 세계 휴대폰 시장 3강에 올랐다. 당시 5억1천만대 규모의 휴대폰 시장에서 5천570만대를 팔아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0%대(10.8%) 고지를 밟는다. 1988년 도시바 제품을 받아 OEM으로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삼성의 기세 때문이었을까. 난공불락 같았던 세계 1위 노키아는 처음으로 점유율(35.1%→34.8%)이 0.3%P(포인트) 줄어든다. 통신 원조기업 모토로라도 1.8% 시장을 빼앗기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14%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3년,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 9년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SDC 2018에서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폼팩터.(사진=유튜브 캡처)

#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2억대를 돌파했다. 점유율도 13%대를 차지했다. 불과 7~8년 전 연간 출하량이 300만대에 불과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당당히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됐다. 화웨이는 2020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화웨이는 통신장비에 이어 단말 시장까지 통일하는 셈이다. 화웨이가 유럽과 중국 외에 러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허튼 소리는 아닌 듯 싶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점 지배력을 잃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상위 6개 업체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줄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토종 업체들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화웨이가 홀펀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폰 노바4를 발표했다. (사진=화웨이)

# 기업 세계에서도 계급과 지위가 있다. 정보통신(IT)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급이 빛의 속도로 바뀐다. 시장과 기술의 패러다임이 요동칠 때 가장 변화가 크다는 게 과거 교훈이다. 요즘 같이 산업 간 칸막이가 허물어지는 융합 시대엔 그 주기가 더 빠르다. 새해 벽두부터 스마트폰 시장엔 5G와 폴더블폰 등 새로운 혁신과 변화가 휘몰아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화웨이가 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신경제가 이끈 IT산업 조정기에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처럼 말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쫓기 위해 지난 수년간 수익 대신 저가 제품 중심의 판매에 주력하는 '시장 빼앗기' 전략을 구사해 왔다. 또한 5G 통신장비와 칩셋, 단말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 마당에 올해 승부수를 던질 게 뻔하다.

# 80~90년대 노키아, 모토로라가 쌓아 올린 휴대폰 제국은 모두 몰락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무너진 이유 중 공통된 점이 있다. 소통과 개방이다. 그들은 생태계를 만들지 못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고 오만했다. 두 업체를 잡아본 삼성전자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하드웨어 혁신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스마트폰에 대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중저가 라인업에 최신 기술을 조기에 적용하는 한편 물량 방어를 위해 ODM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또한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5G, 폴더블폰 등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도 나선 상황이다. 과연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추격을 뿌리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역사의 반복을 끊을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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