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바람 속에서 韓오라클이 가는 길

[글로벌 기업 CEO 인터뷰] ①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

컴퓨팅입력 :2019/01/21 15:06    수정: 2019/01/21 23:25

"데이터베이스(DB) 고객사의 클라우드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오라클은 비즈니스 중단 없는 클라우드 전환으로 고객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하려 한다."

기업이 자체 서버를 활용하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명실상부한 강자였던 오라클은 '클라우드'라는 과제에 봉착하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이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후발 주자로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유지해온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꾀하기 위한 오라클의 국내 시장 공략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환 추세에 맞는 선택지 제공 ▲보안과 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한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 수십 년의 DB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탄생한 '자율운영 DB'의 경쟁력 등이 그것.

이런 전략을 통해 현재 온프레미스가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매출의 40%를 클라우드 사업에서 만들어내겠다는 신년 목표를 세웠다.

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이 밝힌 클라우드 사업 계획이다.

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

■"유연한 아키텍처&자율운영 DB로 클라우드 시장 공략"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편리성'으로 요약된다.

온프레미스 DB와 동일한 내용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고객사가 데이터 종류에 따라 온프레미스,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 중 관리 체제를 적용하는 부담이 최소화된다.

김형래 사장은 "해마다 데이터가 수십 배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없는 혁신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오라클은 고객사의 특정 요구 조건이나 상황에 맞춘, 융통성 있는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클라우드 도입 사례는 현재 퍼블릭 클라우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점차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도입이 증가하면서 이는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율운영 DB도 고객사의 클라우드 전환을 돕는 수단이다. 현재 자율운영 데이터웨어하우스(ADW), 자율운영 트랜잭션 프로세싱(ATP) 두 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리자가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DB 생성, 최적화, 운영, 패치, 복구 등을 자동화했다.

DB 작업에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는 동시에 이를 담당하던 DB 관리자는 보다 가치 있는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교육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오라클은 현재 퍼블릭 클라우드에서만 제공되는 자율운영 DB 서비스를 연내 프라이빗 클라우드에도 제공하고, 일부 기능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자율운영은 오라클 클라우드의 핵심 가치"라며 "현재 48개인 국내 자율운영 DB 도입 기업 수를 연말까지 1천개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세대 데이터센터, 韓 클라우드 사업 전초기지"

오라클은 올해 국내 데이터 센터를 설립한다. 2세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보안, 안정성, 호환성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2세대 데이터 센터는 고객사 어플리케이션 코드와 클라우드 관리 코드를 완전히 분리해 보안에 대한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며 "오라클과 고객사가 서로의 데이터를 전혀 볼 수 없는 방식이라 데이터 도난이나 위조 등의 가능성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영 로봇 기반 보안 시스템도 도입했다. 보안공격을 찾아내 소멸시키는 머신러닝 기술을 제공해 보안 관련 관리, 운영 부담을 줄여준다.

네트워크 기술력을 토대로한 서비스 안정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한 DB관리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고가용성 옵션 RAC와 백업 서버를 운영 서버로 즉각 전환할 수 있는 재해복구 솔루션 ADG 등을 활용해 서비스수준협약 99.995%를 보장한다.

오라클은 이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SAP 등 타사 환경에서도 제공하는 등 특정 벤더 종속성 탈피를 지향한다는 계획이다.

오라클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인도, 호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오라클이 온프레미스에서 제공해온 데이터 관리 성능을 클라우드에서도 제공할 수 있다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데이터센터는 그런 수요에 대응하면서 클라우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초기지"라고 강조했다.

현재 여러 기술적 이유로 온프레미스에서 관리, 운영되는 데이터의 클라우드 전환을 가능케 하는 여건을 오라클 2세대 데이터 센터가 제공하게 된다는 뜻이다.

■"시장 검증 안 된 DB 도입 강요는 시대 흐름 역행"

김 사장은 올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세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기관에서의 클라우드 도입 확산 계획이 발표되고, 금융업계 등 민간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 지원이 강화될 예정이라는 게 긍정적인 시장 지표다.

이는 현재 OECD 국가 평균(24.8%)의 절반 정도인 한국의 클라우드 이용 기업 비중을 늘리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봤다.

클라우드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금지 사항 외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의견도 냈다. "시장 문턱을 낮춰 순수하게 솔루션 성능만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유사한 맥락에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는 SAP의 오라클 DB 지원 중단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자사 솔루션만 지원하는 것은 고객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며 "SAP 전사적자원관리를 사용하는 고객 중 80% 가량이 오라클 DB를 이용하고 있는데, 성능이 증명되지 않는 DB만을 써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