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與 지도부에 '非메모리' 강조한 이유

"위기일때 진짜 실력..지속 혁신으로 헤쳐나갈 것"

디지털경제입력 :2019/01/30 23:03    수정: 2019/01/31 10:0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날 홍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의원 20여 명은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에 대한 현황 등을 브리핑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메모리연구동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이 부회장이 이 자리에서 직접 비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수장들 앞에서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요"라고 묻자, "좋진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를 향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일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 간담회에 앞선 지난 11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나 "5G나 시스템반도체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김동연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만남 직후엔 현장 임직원들을 찾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고하면서 "반도체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십년 동안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미국과 유럽, 대만 등 전문 업체들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20년 넘게 글로벌 1위를 유지해 온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넘어 이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으로 영토를 확장해 천하통일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의 발언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반도체 슈퍼호황기를 지나 최근 조정기를 거치면서 다소 위축된 DS 사업부문 임직원들에게 도전과 혁신의 채찍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으로 2년 연속 인텔(약 79조원)을 제치고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약 85조9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사업에서 2위 안착을 목표로 스마트폰 모바일AP, 이미지센서, 차량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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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 부문에 포진한 경영진들에 대한 강한 믿음과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은 사업부문장인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 등이 이끌고 있다. 특히 시스템LSI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강인엽 사장은 퀄컴에서 일하다 지난 2010년 삼성에 합류한 인물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모바일 AP '엑시녹스'의 성능과 기술을 한 수 올려 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위기는 항상 있지만 이유를 밖에서 찾기보다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나가겠다"며 "일자리 창출은 우리 (기업인)책임인만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