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나노 GPU AMD 라데온 앞날은...'흐림'

실적 및 수율 저하에 'Nvai' 개발 지연 '첩첩산중'

홈&모바일입력 :2019/02/12 17:12

AMD 비즈니스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라데온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핵심 인사들이 대거 AMD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을 떠난데다 암호화폐 관련 수요가 축소되며 매출도 일정 부분 타격을 입었다.

세계 첫 7nm(나노미터) 공정 생산이라는 장점을 내세운 그래픽칩셋인 라데온 Ⅶ는 초기 물량이 수천 개에 불과하며 순수 게임 성능과 전력 소모 면에서 경쟁사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에 뒤처진다는 평가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그래픽칩셋인 나비(Navi) 역시 출시 일정이 올 연말로 연기된 상태다.

AMD가 지난 1월 공개한 라데온 Ⅶ 탑재 그래픽카드. (사진=씨넷)

■ 야심차게 등장한 7nm 그래픽칩셋, 국내 물량은 '두 자릿수'

AMD는 CES 2019 기조 연설에서 세계 최초로 7nm 공정에서 생산된 그래픽칩셋인 라데온 Ⅶ를 공개하고 에이수스, MSI 등 제조사를 통해 지난 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국내 공급된 라데온 Ⅶ 그래픽카드의 물량은 극소수로 추측된다. (사진=AMD)

그러나 라데온 Ⅶ 탑재 그래픽카드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 일부 대형 PC 쇼핑몰에 소량 입고된 물량 역시 출시 당일인 8일 오전 중 매진됐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유통 관계자는 "수량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초기 국내 물량은 두 자리수에 불과하며 언제 추가 물량이 공급될 지도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 "게임만 즐길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제품"

AMD가 이처럼 급조에 가까운 형태로 라데온 Ⅶ를 출시한 것은 '시간벌기' 전략에 가깝다.

TSMC 7nm 공정에서 생산된 AMD 라데온 Ⅶ 그래픽칩셋. (사진=AMD)

당초 AMD는 7nm 공정에 맞게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설계된 새 그래픽칩셋인 '나비'(Navi)를 올해 중반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비'의 출시 일정은 현재 올 중반에서 연말까지 밀려난 상태다.

아난드테크나 톰스하드웨어 등 라데온 Ⅶ 그래픽카드를 입수해 테스트한 해외 매체들의 평가도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아난드테크는 "그래픽 메모리가 많이 필요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하고 가격도 적절하지만 게임만 즐기는 사람에게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그래픽카드 대체재로 권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라데온 Ⅶ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바이오스가 윈도10의 UEFI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상태로 출하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현재 이 문제를 수정한 새로운 바이오스를 배포중이다.

■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AMD 엑소더스'

AMD 새 그래픽칩셋 개발의 난맥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수장의 부재'다.

AMD의 사업 부문은 라이젠·애슬론·에픽 등 PC·서버용 프로세서 부문과 라데온·베가 등 그래픽칩셋을 담당하는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 등 크게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말부터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 책임자가 계속해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AMD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 마이크 레이필드 부사장. 지난해 말 퇴직했다. (사진=AMD)

이 그룹을 이끌던 전문가인 라자 쿠드리가 2017년 11월 인텔로 이적하자 AMD는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을 투톱 체제로 재편성했다.

기술 관련 분야는 과거 ATI(AMD) 출신이었던 데이비드 왕 부사장이, 기술을 제외한 사업 관련 문제는 과거 엔비디아 테그라 등 개발 경력이 있는 마이크 레이필드 부사장이 담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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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이크 레이필드 부사장은 부임 1년이 채 안된 지난 해 말 AMD를 사직했다. WCCF테크 등 일부 외신에서는 익명의 내부 정보원을 인용해 그가 AMD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AMD는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그의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라데온 테크놀로지 그룹은 데이비드 왕 부사장의 책임 아래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