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이용 블록체인 송금 서비스, 규제샌드박스에서도 제외

정부 "부처간 이견 때문" vs 업계 "암호화폐도 예외일 필요 없어"

컴퓨팅입력 :2019/02/18 17:49    수정: 2019/02/18 17:58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 기대에 비하면 그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1차 심의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로는 유일하게 해외송금 서비스인 '모인'이 신청됐지만 안건에서 제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도 첫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위한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9건 가운데 3개의 안건만이 논의됐다.

지난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도 첫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을 위한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9건 가운데 3개의 안건만이 논의됐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는 부처 간 합의 지연으로 안건에서 제외됐다. [사진=뉴스1]

■ 규제 샌드박스 통과 사업 수 3건…"기대에 미흡, 속도 느려"

지난달 17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본격 시행된 후, 올해 첫 ICT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 지정됐다. 하지만 신청된 9건의 안건 중 3개의 안건만이 통과돼 업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의 추진 속도가 더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열린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 ▲ 행정·공공기관 고지서의 모바일 전자고시 서비스에 실증특례 및 임시허가를 부여하고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 서비스에는 특례 부여 대신 규제 개선을 완료해 총 3건의 사업을 통과시켰다.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서비스인 모인을 비롯해 6건의 안건은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위원인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 지정이 더뎌지는 이유로 "초기이다 보니 부처별 의견도 들어야 하고, 범위나 조건 등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현재 규제 샌드박스에 접수가 돼 있거나 상담하고 있는 안건이 수십 건이기 때문에 속도를 빨리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7일 청와대 SNS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에서 규제 샌드박스 선정이 기대보다 미흡하다며, 일단 다 통과시키는 것을 기조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모인 "블록체인 활용해 더 싸고, 더 빠른 송금 서비스 가능"

모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내용의 규제특례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만을 이용한 해외 송금서비스는 합법이지만, 그 과정에서 암호화폐가 이용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모인은 해외 송금 시, 중간 정산 과정에 블록체인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인 스텔라를 이용한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한국에서 태국으로 돈을 보낼 때 한국 원화를 미국 달러로 바꾼 다음 다시 태국 바트로 바꾸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모인을 이용하면 중간 과정에서 미국 달러로 바꾸는 대신 리플에서 하드포크된 암호화폐 스텔라루멘을 사용한다. 모인은 이를 통해 송금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으며, 송금 시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당연히 포괄해야 한다고 본다"며 "암호화폐는 제외하고 블록체인만 이용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으며, 단순히 블록체인을 이용해 장부에 금융기록을 적는 서비스로는 프로세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정부 부처 합의 아직…"암호화폐 영향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모인을 두고 정부 부처의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 부처의 시각이 다양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상통화와 관련해서는 한 측면만 보기 어렵다"며 "해외송금으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들어오긴 했지만, 해외송금뿐 아니라 자금 세탁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인을 포함해 이번 1차 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안건은 다음 달 초에 열리는 2차 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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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차 심의위원회에서는 관계 부처가 빨리 조율된 것들 먼저 처리한 것"이라며 "논의되지 못한 나머지 6건은 2차 심의위원회에 최대한 모두 올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심의위원회에 올렸다고 다 통과되는 건 아니"라며 "샌드박스 지정하는 게 편익이 크다 하면 통과하는 것이고, 국민에게 여러 가지 우려 사항이 있다고 하면 보류 내지는 부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도 규제 샌드박스에 예외일 필요는 없다"며 "모인 뿐 아니라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이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에 많이 올라올 것으로 보이며, 적극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