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요금 경쟁, 8만원 안팎 고가구간에서 불붙어

서비스 초기 가입자가 많이 몰릴 구간으로 기대

방송/통신입력 :2019/04/02 18:05    수정: 2019/04/03 10:02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를 앞두고 요금 눈치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5G 요금제를 공개하면서 '데이터 무제한' 또는 '데이터 1천GB 제공' 프로모션을 등을 내세움에 따라 SK텔레콤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5G 특성을 고려해 고가 요금제 구간에서부터 경쟁이 일어나는 형국이다.

■ 8만원 안팎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 눈치싸움

5일부터 본격적으로 가입자 모집을 시작하게 되는 이통 3사의 5G 요금제는 최저가 5만5천원부터 시작된다. 월정액이 같은 최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10GB 이하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7만~8만원대 요금제 구간부터는 이통 3사의 전략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KT는 월정액 8만원 요금제부터 데이터 완전무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데이터 중심의 과금 체계에서 마지막으로 꺼낼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앞서 LG유플러스는 월 9만5천원 5G 요금제에 250GB 데이터 제공 외에에 별도로 연내 1천GB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내놨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5G 전용 콘텐츠의 양을 고려하면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5G 요금제와 서비스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텔레콤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요금제 변경 이전이라도 간이 심사 수준의 프로모션으로 5G 가입자 유치 전쟁에 나설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 LTE 요금 경쟁은 3만, 6만원대에서 활발

이번 5G 눈치싸움은 이통 3사의 LTE 요금제 개편 시기마다 치열하게 벌어졌던 것과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 단말기 유통법 시행 직후 음성통화와 문자를 전면 개방하고, 데이터 중심의 과금 체계로 전환할 당시 이통 3사는 부가세 제외 6만원 안팎에서 시작되는 속도제어 데이터 무제한 최저가 요금제에서 경쟁을 벌였다.

데이터 제공이나 다른 조건은 유사하지만 1천원이라도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100원 단위의 요금 인하 조정을 거쳐 같은 가격으로 경쟁이 수렴됐다.

상위 요금제와 하위 요금제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 이용자를 겨냥한 LTE 요금제 경쟁이 붙었다는 뜻이다. 현재 7만~8만원 구간대의 요금제에서 예상되는 경쟁보다 다소 낮은 요금제에서 경쟁이 일어났다.

또 5G 상용화를 약 1년 앞두고 정치권에서 촉발된 보편요금제에 대응하기 위한 요금제 눈치싸움이 지난해 치열하게 벌어졌다.

당시 부가세 포함 3만3천원의 월정액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통 3사 간 데이터 제공량을 달리 책정했다.

이 요금제를 주력 상품으로 여기지 않아 추가적인 요금제 조정이 빚어지진 않았지만, 어떤 이통사가 먼저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수준을 무력화시킬 요금제를 내놓느냐에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 왜 고가 요금 경쟁부터 활발하게 펼쳐질까

이통 3사의 5G 요금제가 고가 요금 구간의 경쟁이 벌어진 상황은 한정된 가입자 시장 내에서 전략적 경쟁 외에도 실리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KT의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선택약정할인을 더해도 현재 통신업계의 모바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두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가족결합을 통해 4만원대까지 낮출 수 도 있지만 이 역시 ARPU를 상회하는 금액이고, 결합을 통한 락인과 유무선 상품의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점이 있다.

5G 통신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도 기지국 단위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3.5GHz 대역의 5G 기지국은 LTE 기지국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이 6~7배 가량 월등하다.

3.5GHz 대역 주파수와 현재 LTE 용도로 쓰이는 2.6GHz 대역의 주파수 간의 전파 특성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같은 개수의 기지국을 구축하더라도 5G에서는 단위면적 당 더 많은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고, 데이터 처리도 빨라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LTE와 비교해 할당받은 주파수의 양도 초기 5G 시장에서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까지 고민할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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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5G 서비스 이용 확산을 위한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초기 이용자들이 넉넉한 데이터로 여러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뒤 5G 전용 서비스 이용경험이 확산되면서 빠르게 5G 전환 가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첫 5G 스마트폰이나 폴더블폰 등의 단말기 라인업이 준비된 상황에서 저가 요금제 중심의 경쟁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면서 “미국 시장 기준 판매가 1천 달러 이하의 중저가 5G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5G 가입 전환율이 국내 LTE 2년차에 해당하는 50%를 넘어설 경우 5G 요금제의 세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