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찾은 반도체 딥체인지...초격차와 상생

[이슈진단+] 다시 부각되는 SK 딥체인지 전략(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4/03 08:18    수정: 2019/04/03 16:59

SK그룹의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 전략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계열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키로 한데다 반도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소재와 반도체 분야에서 전개되는 딥체인지 전략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의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에 나섰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백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국내외 협력업체와의 상생 생태계 조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 같은 딥체인지 전략의 핵심은 오는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클러스터) 조성에 달렸다.

SK하이닉스는 기존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경기 이천(D램 생산기지)과 충북 청주(낸드플래시 생산기지)에 이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반도체 3각축으로 구축해 메모리 사업의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국내외 50개 이상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를 입주시켜 공동 연구개발 지원 등의 다양한 상생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반도체 생태계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여러 활동이 계획되고 실행될 것”이라며 “공유 인프라에 기반한 사업모델 확대, 지속경영 전략 체계 실행, 구성원 참여를 통해 그간 추진해온 사회적 가치(딥체인지)의 결실을 가시화하고 증진시킬 것”이라고 딥체인지 전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 용인 산업단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오는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용인 원삼면 일대 부지에 약 135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부터 4개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략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천과 청주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을 담당하는 거점이라면, 용인은STT-M램, Re램 등의 차세대 메모리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차세대 메모리가 기존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보다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분석하기에 용이해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STT-M램(Spin Torque Transfer-Magnetic RAM·스핀주입 자화반전 메모리)과 Re램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0년부터 STT-M램과 Re램에 대한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STT-M램은 D램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와 함께 낸드플래시처럼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징을, Re램은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느리지만 낸드플래시보다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특징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STT-M램과 Re램 등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준비해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공고히 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판을 주도하는 강자 입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생 반도체 생태계 조성, 근원적인 경쟁력 강화로 선순환

SK하이닉스는 총 4개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국내외 50개 이상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를 입주시켜 상생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과 연구개발부터 제조협력 등을 추진해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약 1조2천200억원을 협력업체 상생 및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상생편드 조성(3천억원) ▲인공지능 기반 상생협력센터 설립 및 상생프로그램 추진(6천380억원) ▲공동 연구개발(2천800억원)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전략. (사진=SK하이닉스)

상생편드는 오는 2022년 경기 용인에 착공예정인 첫 번째 반도체 공장 기공에 맞춰 반도체행복펀드(2천억원), 지분투자펀드(1천억원) 등이 조성된다. SK하이닉스는 상생펀드로 조성된 자금을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관련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술혁신 기업에 사업 자금 무이자 대출 및 스타트업 자금 지원, 중장기 지분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 기반 상생협력센터를 조성해 산업단지 내 대중소기업의 창업 연구공간과 회의실, 교육장 등을 구축하고,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 생태계 조성과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10년간 5천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나아가 상생프로그램으로 ▲국산화 지원 ▲반도체·인공지능 벤처 창업 육성 ▲반도체 인재 육성 ▲협력사 고용 지원 ▲환경·안전·보건 지원 ▲산업보안 등 경영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공동 R&D 지원을 통해 10년 간 2천800억원을 들여 기술 잠재력이 높은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반도체 공장 기공(2022년)에 맞춰 기술혁신기업 대상 기업을 3개사에서 두 자리 숫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될 반도체 상생 클러스터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 현재 20% 수준인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남은 절차도 잘 마무리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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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은 2만5천명의 일자리 창출 등의 고용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4개 운영에 1만2천명(공장 1개당 3천명), 지원부서 인력 3천명 등 1만5천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에서도 약 8천여 명의 인력을 고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