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난 세기의 소송…"퀄컴 완승, 애플 완패"

퀄컴 특허사업 골격 유지…애플, 로열티 지불 등 부담만

홈&모바일입력 :2019/04/17 09:19    수정: 2019/04/17 14: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의 완패였다. 애플이 퀄컴의 독점 횡포에 종지부를 찍겠다면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법정 분쟁을 화해로 마무리했다.

미국 씨넷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과 퀄컴은 16일(현지시간) 6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골자로 하는 화해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애플이 지급 중단했던 로열티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퀄컴 모뎀 칩 공급계약도 재개하게 됐다.

합의 결과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두 회사가 진행해 왔던 모든 소송은 일괄 타결됐다. 퀄컴이 폭스콘을 비롯한 애플 외주 제작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도 마무리됐다.

애플과 퀄컴 간의 세기의 소송이 법정 밖 화해로 마무리됐다. 이번 소송에선 퀄컴이 애플에 완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씨넷)

■ 퀄컴, 비즈니스 모델 유지…최대 패자는 애플과 인텔

이번 합의의 최대 승자는 퀄컴이다. 외신들도 애플이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퀄컴은 이번 합의로 애플이란 대형 고객을 다시 확보하게 됐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스마트폰 특허료 수입이란 기본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애플과 6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이끌어냄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밀린 특허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낸 부분 역시 큰 성과다.

애플과 모뎀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부분 역시 퀄컴에겐 중요한 성과다. 당장 2020년으로 예상되는 5G 아이폰에 모뎀칩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씨넷은 아이폰 고객들도 이번 합의의 승자로 꼽았다. 아이폰에 다시 고성능 모뎀 칩이 탑재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퀄컴과 분쟁 이후 출시한 지난 해 아이폰에는 인텔 칩이 탑재됐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퀄컴 본사. (사진=씨넷)

반면 애플은 이번 합의의 패자다. 애플이 문제 삼았던 퀄컴의 모든 비즈니스 관행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특허 라이선스 비용을 산정하는 퀄컴의 비즈니스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또 특허 라이선스를 하지 않을 경우 모뎀 칩을 공급하지 않는 정책 역시 대표적인 반독점 행위 사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 모든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굴욕적인 화해 문서에 서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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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스의 로저 케이 애널리스트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애플이 백기를 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인텔 역시 이번 합의의 패자다. 애플이란 대형 고객을 발판으로 5G 경쟁 대열에 뛰어들려고 했던 인텔은 닭좇던 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