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 SK, 전기차 배터리 소송...여론전 격화

반박에 재반박 이어져..."서로 자제하고 법정서 다퉈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05/03 10:20    수정: 2019/05/03 16:26

LG가 SK를 상대로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한국에서 일진일퇴의 여론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가리면 될 일"이라며 "서로 여론전을 자제하고 법정에서 다투는 게 옳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을 정면 부인한 추가 입장을 낸 데 이어,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추가 입장자료를 내고 "배터리 개발 기술과 생산 방식이 다르고, 이미 핵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경쟁사(LG화학)의 영업비밀은 전혀 필요 없다"며 "경쟁사가 주장하는 '빼오기'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고,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SK이노베이션에)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사가 비 신사적이고 근거도 없이 SK이노베이션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강력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CI. (사진=각 사)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입장자료는 LG화학 측의 주장을 또 다시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LG화학은 전날(2일)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제소 관련 LG화학 추가 입장'을 통해 "당사의 2차전지 사업은 3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후발업체가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다시 반박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가 국내 업체이고, 또 국내 업체간의 분쟁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기업 평판과 입찰 시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해 정면대응 대신 경쟁사가 자제하기를 기다려 왔다"며 "그러나 경쟁사의 근거없는 비방이 계속되면서 고객과 시장에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력 이직자들이 유출한 영업비밀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LG화학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주장과 달리, 자사 역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양사의 배터리 제조 기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첫 생산기지인 서산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모습.(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당사는 지난 1996년부터 배터리 개발을 시작해 그동안 조 단위 이상의 R&D 비용을 투입, 이미 자체적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며 "경쟁기업과 설계와 생산 기술 개발 방식의 차이가 커 특정 경쟁사의 영업비밀은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가 강점을 지닌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의 경우, 해외 업체의 'NCM622'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당사는 국내 파트너와 양극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다"며 "2014년 세계 최초로 NCM 622 기술을 양산에 적용하고 2016년 세계 최초로 NCM 811 기술 개발 및 이를 2018년 양산에 적용한 것은 이러한 기술 연구 개발에 따른 성과"라고 말했다.

또 "생산 공정방식에서도 전극을 쌓아 붙여 접는 방식(Stacking & Folding 또는 Lamination & Stacking)인 경쟁사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전극을 먼저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가면서 쌓는 방식(Zigzag Stacking)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접착공정을 없애 생산단계가 줄어 성능과 마진에서 경쟁사에 비해 기술적 우위가 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입사 지원자 서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LG화학 직원의 정보가 기술돼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측이 '인력 빼오기' 정황이 담긴 증거로 제시한 입사서류 문건에 대해서도 "왜 그런 것을 증거로 제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경력 입사 지원자들의 서류를 통해 LG화학의 주요 배터리 영업비밀을 수집해왔고, 입사지원 서류에서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가 먼저 개별 구성원을 직접 접촉해 채용하는 '빼오기' 채용이 아닌, 공개채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후보자들 중에서 채용해 왔다"며 "LG화학이 제시한 문건은 내부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고, 모두 파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사는 경력직 구성원들이 혹시라도 전 직장의 정보를 활용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전 직장 정보 활용금지' 서약서를 지원 시, 채용 후 두 번에 걸쳐 받고 있다"며 "이를 어길 시에는 최고 채용 취소 조항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LiBS 증평 공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5명의 전직자에 대한 법원 판결을 영업비밀 침해와 연결시켜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직자들이 당시 경쟁사와 맺은 2년간 전직금지 약정 위반에 대한 판결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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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견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지난 2011년에도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제조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됐지만, 2014년 서울지방법원이 특허 비침해 판결을 내려 종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슈제기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나가는 경쟁업체에 대한 전형적인 방해로 해석된다"며 "경쟁사는 선도 기업답게 정정당당한 경쟁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