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뉴트로 열풍, 추억 공략하는 게임사

국내외 가리지 않는 시류... 콘솔 넘어 PC, 모바일 플랫폼까지

디지털경제입력 :2019/05/07 11:10    수정: 2019/05/07 18:09

게임업계에 뉴트로 열기가 뜨겁다. 과거 IP와 이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이를 현대 규격이나 감성에 어울리게 재해석하는 전략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의 추억을 공략하는 행보는 콘솔 시장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전략이다.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 세가뉴에이지 시리즈, 남코 뮤지엄 시리즈처럼 과거 흥행작을 다시금 복각해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최근 게임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뉴트로 열기는 2010년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콘솔은 물론 PC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나타나고 있고 이를 활용하려는 게임사의 수도 부쩍 늘어났다. 게임업계의 뉴트로를 마케팅 수단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세가와 캡콤, 코나미 등 80~90년대부터 게임업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게임사들은 자사 과거 IP를 선보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닌텐도와 소니가 레트로 콘솔기기를 출시해 이용자의 호평과 상업적 이득을 모두 취했던 행보의 연장선에 있는 전략이다.

세가는 자사의 90년대 콘솔 메가드라이브를 복각한 메가드라이브 미니를 오는 9월 출시한다. 건스타히어로즈, 베어너클2, 콘트라더하드코어 등 총 40개 게임을 내장하고 카트리지슬롯과 확장 단자까지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캡콤은 자사의 CPS-1과 CPS-2 기판을 사용한 아케이드 대표작 16종을 내장한 캡콤 홈 아케이드를 10월 출시 예정이다. 코나미는 50주년을 맞아 아케이드클래식애니버서리 콜렉션 시리즈 3종을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올해 초부터 같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넥슨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PC온라인게임 크레이지아케이드 IP를 모바일로 옮겨온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M을 출시했다. 원작 특유의 물풍선 액션에 아이템과 스테이지 기믹을 추가해 다채롭게 공방을 펼칠 수 있는 게임으로 탈바꿈한 것이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M의 특징이다.

아케이드 대전액션 IP가 모바일게임으로 등장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조이시티가 출시한 사무라이쇼다운M과 넷마블이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킹오브파이터즈올스타는 모두 90년대를 풍미한 SNK의 대표 IP를 모바일 수집형 RPG로 전환한 예다.

카카오게임즈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이런 시류에 동참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25일 모바일 액션게임 콘트라: 리턴즈를 출시했다.

횡스크롤 액션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인 콘트라를 모바일게임으로 재해석한 콘트라: 리턴즈는 IP 저작권자인 코나미와 공동개발해 원작의 특징을 최대한 강조했다. 원작 특유의 높은 난이도를 이용자의 실력으로 해결하는 즐거움과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이를 육성하는 수집형 RPG 요소를 동시에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첫 번째 DLC로 e스포츠의 전설적인 목소리로 꼽히는 전용준 캐스터, 김정민 해설위원, 엄재경 해설위원의 목소리를 게임 내 콘텐츠로 담아냈다.

이를 통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게임 내 상황을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실제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합동 아나운서 팩을 적용하면 세 명의 중계진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해설이 이뤄져 당시 e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느낌이 되살아난다.

이런 뉴트로 열기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게임을 즐기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80년대 콘솔인 재믹스가 복각되기도 했다. 어설프게 과거 콘솔의 외형만 복원한 것이 아니라 정식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롯데마트라는 대형 유통망과 판매 계약까지 맺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라며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5분 안에 수량이 매진됐다.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2~3배 가량 웃돈을 줘도 구할 수 없어 화제가 된 바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뉴트로에 대한 게임 이용자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드러나는 사례다. 특히 80~90년대에 게임을 즐기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구매력을 갖춘 나이가 됐기에 게임사들은 뉴트로 열풍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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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 관계자는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고전 게임이나 하드웨어를 복각하는 시도는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기 마련이다. 이런 제품에 대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것이 뉴트로 마니아들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반대로 원작의 이름값에 묻어가려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면 철저한 외면을 받게 된다”라며 “일단 내고 본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추억이 망가지는 것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