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적자 낸 ‘LG·SK’, 신경전 치열

1Q 적자 ‘LG화학 1천479억·SK이노 869억’...수주잔고, LG화학 2.2배 많아

디지털경제입력 :2019/05/07 16:17    수정: 2019/05/07 18:03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소송전을 벌이는 등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을 뒤쫓는 3위 업체 SK이노베이션의 추격이 거센 탓이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4위와 9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동기 대비 83.0% 증가한 2천467메가와트시(MWh)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같은 기간 301.2% 증가한 447MWh를 기록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CI. (사진=각 사)

SNE리서치 관계자는 “LG화학은 현대 코나 EV, 재규어 아이페이스(I-Pace), 르노 조에(Zoe)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SK이노베이션은 니로 BEV와 소울 부스터 등의 판매 증가가 성장세로 이어졌다”며 “SK이노베이션이 주요 업체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LG화학은 점유율이 하락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첫 흑자를 거뒀지만, 1분기에는 1천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적자는 869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적자폭이 238억원 줄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하반기에도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양사가 이르면 내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화학 입장에서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을 견제할 필요성이 높고,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추격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해 하반기 전지 사업 부문에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전체 사업 부문의 50%를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할 것으로 자신한 바 있다.

현재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110조원 수준이다. LG화학은 2020년 매출 15조원, 2021년 매출 2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잔고는 현재 50조원으로 추산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에 대해 “중국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CATL도 중국 이외 지역에서 수주 미미 또한 각형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향상 및 안정성 강화 위해 파우치셀 공정 도입하는 등 비용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성능과 안전성, 가격을 만족시키는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업체는 더더욱 희소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인력 채용을 통해 자사의 핵심 기술을 빼 왔고, 이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배터리는 LG화학과 개발 기술 및 생산 방식이 다르고,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이 같은 공방에 대해 “LG화학의 경우, 소송비용은 추가될 수 있으나 경쟁사 추격 속도를 늦춰 배터리 수주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게 되며 제품가격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을 전망이다. EV용 배터리 가치 하락을 최대한 방어해 배터리 실적을 끌어 올리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며 “SK이노베이션의 경우, ITC 소송 결과에 따라 생산 제한과 배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배터리 공장 증설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