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내우외환' 분위기 다잡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어 무선·가전 등 연이은 대책회의

디지털경제입력 :2019/06/07 13:50    수정: 2019/06/07 14:40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연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며 위기 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달초 반도체 사장단과 긴급회의를 가진 뒤 TV, 스마트폰, 통신장비 등 사업부 경영진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무선, 생활가전, 네트워크 등 주요 사업부 경영진과 대책 회의를 갖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부진한 실적 속에서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 외부 악재에 직면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1년을 넘겨 장기화되면서 대외경제 불확실성까지 짙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과 전자 관계사 사장단은 1일 화성사업장에 모여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사진=삼성전자)

재계는 이 부회장의 행보를 삼성전자 내외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파도로 어느때보다 급변하는 산업계에서 자칫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이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부회장은 주말인 지난 1일 반도체사업부 경영진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조2천333억원을 거두며, 2016년 3분기 후 10분기만에 최악의 설적을 냈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작년 3분기 영업이익 17조5천700억원보다 3분의 1 수준이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수요 약세와 판가 하락이 실적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고객사 수요 감소, 메모리 가격 하락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전년동기보다 34.6% 감소한 121억7천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시장 1위를 인텔에 내줬을 뿐 아니라, 상위 10위권 업체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84%를 메모리칩에 의존하고 있다. 업황 개선도 지지부진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도 부정적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삼성전자의 대응범위 밖에 있지만, 삼성전자에게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미국 정부의 제재로 침체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을 가로막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7.7%인 43조2천1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 제한 기업 지정도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사업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인 화웨이가 생산을 줄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발생한 외부 요인도 삼성전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수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주요 임원이 줄지어 구속되거나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서 증거인멸에 대한 윗선 지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할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본 지출을 줄이면서 영업비용을 관리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과 예기치못한 경기 흐름 속에서 현금보유량 등 유동성을 비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말 현금보유량은 10조2천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조7천억원 가량 늘었다. 전체 자산 규모도 34조5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순현금은 88조8천300억원이다.

최근엔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의 스마트폰 공장의 생산 물량을 줄이고, 인력 감축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과 인도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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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이사 가운데 전체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발빠른 대외 행보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경기도 수원사업장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 참석을 시작으로 IM 및 DS 부문 간담회 등 내부 사업을 점검했다. 2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다. 곧바로 아랍에미리트로 날아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면담했으며, 지난 4월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도 참석했다. 최근엔 일본 도쿄를 방문해 현지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사업과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