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2020' 도입 눈앞…"석유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오염물질 배출 강력규제에 '저유황유·LNG' 연료다각화

디지털경제입력 :2019/07/16 14:16    수정: 2019/07/17 09:03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규제로 꼽히는 'IMO 2020'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에너지업계가 각기 다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유업계는 대기오염의 원인인 황산화물(SOx) 배출 기여도가 적은 저(低)유황 연료 생산설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동시에 가스업계는 대안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액화천연가스(LNG) 밀어주기에 분주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행될 IMO 2020 조치에 앞서 이달부터 정유·해운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규제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대응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IMO 2020'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에너지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IMO)

■ '값비싼 低유황유냐, 스크러버 설치냐'…고민빠진 해운업계

IMO 2020은 174개 회원국을 둔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 이후 모든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규제하는 조치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강화해 해양 오염을 막겠다는 것이다.

황산화물은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2)와 함께 3대 대기오염 물질로 꼽힌다. 특히 해양 연료는 황 함량이 약 2.7% 수준에 달해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O는 규제 시행에 앞서 크게 3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황산화물의 함유량을 낮추는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 ▲선박 소유업체가 고유황유 대신 저유황 연료를 사용하는 것 ▲석유 대신 LNG를 연료로 대체하는 방법 등이다.

일부 업계는 '스크러버(Scrubber)' 등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값싼 벙커C유(고유황유)를 계속 사용하면서 황산화물 배출량을 한도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국적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있다. 이 업체는 IMO 2020 시행에 앞서 저유황유의 가격이 치솟는 등 가격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스크러버를 설치키로 했다.

다만 스크러버를 탑재하는 방법의 단점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다. 특히 보유 중인 선박이 많을 수록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배 한 척당 스크러버 설치비가 적게는 300만 달러(약 35억3천만원)에서 많게는 800만 달러(약 94억2천만원)에 육박한다"며 "이러나저러나 비용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손익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임차한 선박(왼쪽)이 해상 블렌딩을 위한 중유를 다른 유조선에서 수급 받고 있다. (사진=SKTI)

■ 정유업계, 탈황설비 구축에 발빠른 움직임

저유황유는 스크러버 설치 없이 연료만 바꾸면 즉시 도입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가격 상승에 대비해 일찌감치 저유황유를 비축하는 선사들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SK에너지)·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는 내부적으로 IMO 2020 시행에 따른 대응책 수립을 완료했다. 각 업체는 저유황유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 탈황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감압 잔사유탈황설비(VRDS) 구축에 약 1조원을 투자한다. VRDS는 일 4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다. 설비가 완공되면 고유황유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SK에너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쓰오일은 기름 찌꺼기인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에 대한 투자를 마치고 상업 가동을 개시했다. RUC는 고유황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을 저유황유, 석유화학 원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하는 아스팔트 분해(SDA) 공정을 완공하고 고도화설비 증설을 마쳐 고도화율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만 3천600억원이 투입됐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일 200만 배럴의 고유황유를 선박용 경유가 110만~150만 배럴 가량 대체할 것으로 분석됐다. IMO의 황 함량 규제가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 LNG선. (사진=현대중공업)

■ 'LNG 벙커링' 사업도 주목…에너지전환 물꼬

LNG는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 100%, 질소산화물 80% 등을 저감효과가 상당하다. 이에 가스 업계를 중심으로 석유 대신 친환경 연료인 LNG를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LNG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가스공사가 주축이 됐다.

가스공사는 수송용 천연가스 분야에서 선박의 연료로 LNG를 사용하는 'LNG 벙커링'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LNG를 사용하는 선박이 항만에 접안하면 즉시 연료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IMO 2020 규제에 대비하는 필수 항만시설로 꼽힌다.

LNG 벙커링 기지 등 수송용 수요 확대를 위한 제도정비는 정부가 지난 달 확정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명시됐다. 이에 정부와 공사는 항만이 인접한 지자체와 협의해 LNG 벙커링 구축을 다각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상남도는 내년부터 5년간 1천787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LNG 벙커링 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돌입한다. 또 인근 울산시는 해운·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LNG 추진선 기술 고부가가치화와 울산항 LNG 벙커링 기반시설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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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의 LNG 전환 사업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 해운사인 에이치라인해운은 현대삼호중공업과 LNG로 추진되는 외항선박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계약한 LNG 추진 선박은 18만톤(t)급 대형선이다. 이로써 국내에는 총 7척의 LNG 추진 선박이 운항하게 됐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황유 가격 흐름과 IMO 2020 시행 후 전반적인 업계의 선택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IMO가 제시한 3가지 대응책이 혼용될 것"이라면서 "정유·해운업계가 윈윈(Win-win)하는 방향으로 연료 규제책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