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금융생활, 빈틈없이 메울 수 있다"

[소외된 금융, 한발 앞으로②] 에이티소프트 박호성 대표

금융입력 :2019/08/13 13:18    수정: 2019/08/13 17:11

당신의 금융 서비스 만족도는 몇 점에 가까우신가요. '세상을 바꾸는 금융'·'따뜻한 금융'이라는 은행의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고 계신가요. 친절한 은행 직원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시대에 뜬금없는 질문인가요. 지디넷코리아는 당장 우리가 알진 못하더라도, 대형 금융사가 미처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에 집중해봅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소외자를 위해 금융사가 한 발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격주에 걸쳐 소개합니다. 소외된 누구도 없도록 금융 한 발 앞으로! [편집자주]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금융 업무를 처리할까'란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본 적 있으십니까. 사회 생활을 하는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월급을 받고, 스마트폰 요금도 낼 테고, 카드 결제금도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AT소프트 박호성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현재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은 모바일, PC 등에서 띄운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수많은 숫자가 적힌 서류라면 시각장애인들도 집중력에 한계가 온다는 것이고, 자신의 방이 아니라면 의도치 않게 많은 사생활을 남들과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화면 내용을 점자로 출력해 확인하고, 이를 통해 서류도 직접 제출할 수 있는 점자 변환 솔루션을 개발한 에이티소프트의 박호성 대표를 최근 만났습니다.

■ "시각장애인도 금융부문 관심 많아"

박호성 대표는 에이티소프트를 설립하기 전부터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솔루션을 만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주민등록등본을 떼면 볼 수 있는 상단 그래픽은 큐알(QR)코드가 아닌, 시각장애인이 등본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그래픽입니다. 박호성 대표도 이를 개발하는 데 젊은 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종이의 상단과 하단을 시각장애인이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선 활용도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점자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박호성 대표는 "음성 변환 시각장애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전자단말기를 활용해 읽게 했지만 실질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특히 숫자를 줄줄이 불러줘 난감해하는 시각장애인들을 많이 봤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수백명 만나 애로사항을 들었다. 대학교 졸업 증명서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온라인 화면에서 확인하고 음성 변환으로 인식하기 위해선 수 백 개의 숫자를 들어야 하니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그는 "이 내용을 점자로 변환한 후 이를 직접 손으로 읽는다면 더 낫지 않을까해 시작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4월 출시한 에이티소프트의 '이닷익스프레스'는 화면 내용을 점자로 변환해주는 솔루션입니다. 점자로 변환한 내용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점자 정보 단말기에 표현이 되죠. 듣는 것보다 손으로 읽는 것이 수월한 시각장애인에게 더욱 편리한 일일 것입니다. 점자 정보 단말기에 저장된 점자 변환 완료 파일을 읽을 수 있게 수많은 점자를 재현해줍니다.

점자 파일을 읽게 도와주는 점자 정보 단말기.(사진=지디넷코리아)

박호성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솔루션이 도입되길 바라는 곳이 금융사다. 금융쪽에도 관심이 많을 뿐더라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돈과 관련한 숫자가 반복돼 힘들다는 고충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짚었습니다.

■ 레퍼런스가 없다는 공공기관, 돈 안된다는 금융사

시각장애인의 사회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솔루션임에도 불구 아직 정부 기관이나 금융사에서는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호성 대표는 "어디서 쓴다는 선례가 없기 때문이고 시각장애인도 요구를 한다고 주장해봐도 예산 이야기를 한다"며 "시각장애인들과 직접 연관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피디에프(PDF) 파일로 제공하니 되냐고도 한다. 하지만 음성 변환이나 PDF 등은 시각장애인의 개인 정보 탈취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이 직접 자신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점자 프린트가 없어 점자 문서를 제공받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시각장애인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각장애인이 공문서 등을 점자로 제공해달라고 해도 점자 프린터가 없어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아직까지도 완벽하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표는 "사실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금융사 전체 고객 중 큰 숫자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만 보험 약관, 카드사, 금융거래 내역 등 시각장애인이 말로만 듣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이해토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AT소프트 솔루션을 사용해 점자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다행히도 우리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돼 모바일 뱅킹의 은행 거래 내역서와 잔고확인 증명서를 점자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할 채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또 청년창업사관학교나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사업 혁신성을 인정받기도 했다고 첨언했습니다.

■ "확장성이 장점…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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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소프트 외에도 점자 변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있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호성 대표는 "확장성이 크다는 게 우리 회사 솔루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민원 발급시스템의 경우 리포팅 툴을 사용한다. 이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표 형식 외에도 다양한 표 형식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런 것도 우리 솔루션으로 점자 변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밖에도 점자다운로드가 가능하고 다양한 기기와 포맷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젊은 청년 시절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솔루션 개발에 매진해온 만큼, 관련 솔루션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이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박호성 대표는 "비장애인이 아주 잘 사는 것도 선진국이겠지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어린이, 반려동물, 장애인이 행복한 곳이 진정한 선진국이란 얘기가 있지 않느냐"면서 "복지의 틈을 메우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