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오늘부터 한국 백색국가에서 배제

추가 규제 등 '불확실성' 무기로 한국 추가 타격 예상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8 07:38    수정: 2019/08/28 11:33

오늘(28일) 0시를 기해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발효됐다. 이 개정안은 한국을 백색 국가(그룹A)에서 배제하고 대(對)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래픽=뉴스1/최수아 디자이너)

이는 지난 7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에칭가스 등 반도체 관련 첨단소재 3종 수출 규제에 이은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이나 원료·기술 중 이른바 전략물자로 규정된 1천100여 건 이상의 품목이 포괄 심사에서 일본 정부의 건별 심사를 받게 됐다.

또 무기 생산과 관련 없는 제품을 수입할 때도 핵무기나 생물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로 쓰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일본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한 캐치올(Catch-All) 통제의 대상이 됐다. 심사 기간도 최대 90일로 늘어났다.

■ 日, 韓 정부 거듭된 철회 요구 무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각종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고 그룹B로 배치해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2일에는 한국 국무회의 격인 각료회의를 통해 해당 개정안을 의결하고 같은 날 관보를 통해 공포했다.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외교부)

한국 정부는 지난 2일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각료회의 의결 이후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양국 외교부 장관 회동, 문재인 대통령의 74주년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수 차례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했다.

외교부 강경화 장관은 지난 1일 오전 아세안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는 태국 방콕에서, 또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일본 외무성 고노 다로 외상과 두 차례 접촉했지만 양국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함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27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진행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문화체육관광부)

27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까지 남은 3개월간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같은 날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수출 관리를 신중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한국의 수출 관리가 불충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한국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 등 양국간 약속을 지키라"고 발언했다.

■ 日, 이율배반.. "수출은 막지만 군사정보는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대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일관되게 '한국 정부의 수출 관리 부실'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에 수출한 물자가 북한 등으로 넘어가 핵무기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3일 오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TV아사히 캡처/독자 제공)

그러나 일본 수출입 통제 기구가 지난 2016년 10월 작성한 자료인 '부정수출사건개요'에 따르면 오히려 일본 소재 업체가 중국이나 타이완 등을 경유해 주파수변환기나 동결건조기, 탱크로리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수출한 사례가 30건 이상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 22일 일본에 대한 신뢰 손상을 이유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종료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 정부에 신뢰회복을 위해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포함한 양국간 약속을 지키도록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며 조치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일본 정부의 태도는 "한국의 관리 수준을 믿을 수 없어 수출 규제를 강화하지만 그런 정부가 제공하는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 韓, 주요 소재 국산화·수출 통제 강화로 대처

일본 정부의 백색 국가 제외 조치 시행에 따라 한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한 지속적인 규제 철회 요구와 함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 국산화 지원 등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전략물자관리원은 26일 미국 에너지부 국가핵안보국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전략물자관리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회'에서 일본 무역보복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2조원 이상 반영키로 했다. 더 나아가 관련 분야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미국 등 선진국과 전략물자 수출 통제 협력을 강화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무효화하는 것도 대응책 중 하나다. 지난 26일 전략물자관리원은 미국 에너지부 국가핵안보국(NNSA)과 전략물자 및 전략기술 수출통제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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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본 백색 국가 제외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는 성윤모 장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한국 정부도 지난 12일 대외무역법 제26조 하위 고시인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오는 9월 시행에 앞서 의견 수렴중이다. 이 고시는 핵무기·대량살상무기 등 제조나 보관, 운송 등에 쓰일 수 있는 제품이나 재료를 해외 수출할 때 각 국가별 허가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새롭게 '다'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여기에 배치해 추가 심사를 거치게 했다.

이 개정안은 명백하게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등에 전용 가능한 물자 수출 관리만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3대 소재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삭제 조치를 감행하며 내세웠던 표면적인 이유와도 일치한다.